수원중앙침례교회를 세워 담임하다 2004년 원로목사로 물러나 있는 김장환 목사가 워싱턴에 왔다. 잦은 미국 여행이라 특별할 것은 없지만 이번은 그러나 설교 초청을 받아 온 게 아니다. 한인교회들과 월터리드 육군병원, 국방부, 국무부 등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극동방송어린이합창단의 어린이들의 인솔자로 왔다. 물론 설교도 한다.
“월터리드 육군병원에 가던 날 눈이 많이 와서 힘들었지만 TV를 통해 부상당한 환자들에게 노래와 설교가 전달됐을 때 보람있더군요. 한인교회에서도 아이들이 동요와 민요를 부르면 아주 좋아하더라구요.”
국방부 공연에서는 챨스 랭글러 연방하원 세출위원장을 만났다. 한미 FTA 문제를 거론했더니 당장 자동차 협상이 불균형적이라고 지적하더란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랭글러 위원장의 마음을 샀다. “알고 보니까 랭글러 위원장이 주한미군 2사단에서 근무했어요. 나는 ‘24사단 하우스 보이 출신이다’라고 했지요. 금방 가까워졌습니다.” 1973년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열린 전도대회에서 빌리 그레이엄 목사를 통역하며 김 목사는 일약 교계의 스타가 됐다. 하지만 ‘빌리 김’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를 돌며 복음을 전할 수 있었던 것은 탁월한 영어 설교 능력 때문 만은 아니다. 누구를 만나든 쉽게 상대를 무장해제 시키는 기술과 사람을 끄는 힘이 그에게 있다.
김 목사는 극동방송어린이합창단의 미주 공연의 목적을 을 두 가지로 설명했다. 한국전 당시 미군이 없었으면 한국은 어떻게 됐을까? 첫째 합창단 공연은 한국을 위해 큰 희생을 한 미국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김 목사는 “합창단이 영어로 흑인영가를 부르면 청중이 대단한 감동을 받는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미국의 실체를 보여줘야 한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아이들이 미국 여행을 통해 세계관이 바뀌길 희망하고 있다. 작년에는 여섯 번이나 아이들을 데리고 왔고 올해는 이번이 두 번째. 제주와 포항 극동방송 합창단이 각각 왔다.
76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 건강한 모습의 김 목사는 2004년 수원중앙침례교회를 물러난 것 외에도 요즘 역할 변화가 많다. 극동방송 사장도 김은기 전 공군참모총장에게 물려주고 이사장을 맡고 있다. 김 목사는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농촌의 미자립교회를 돌며 설교를 많이 한다. 그가 간다고 하면 정말 김장환 목사가 오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김 목사가 시골교회에 연예인 한 두 명을 데리고 가면 부흥회는 마을 사람을 모두 초청해 돼지 잡고 떡 만들어 대접하는 푸짐한 잔치가 된다. 그날은 교회가 터져나간다.
세계침례교연맹 총재를 지냈던 김 목사는 내년 7월28일부터 8월1일까지 하와이에서 열리는 총회에 1,000여명의 한인들을 참가시킬 계획을 품고 있다. 한국 내 침례교회가 3,000여개로 늘어난 현 상황에서 그 정도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본다.
경제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 어떻게 길을 찾을 지 묻자 김 목사는 “이명박 대통령의 노력만으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슬기로운 국민들이니 지금 그나마 여력이 있을 때 더 허리띠를 졸라매면 희망이 보이지 않겠느냐”며 “성장주의로 치닫던 한국 교계에도 나누고 화합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성도 2만의 수원중앙침례교회를 아들 목사에게 물려주지 않았다. 극동방송도 빚 투성이일 때 맡아 크게 키웠지만 그 방송국은 자신의 가족과 관계가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 정서가 이젠 그런 것을 허용하지 않고 또 성직자라면 반드시 본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김 목사는 “시대가 아무리 달라져도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의 계명은 변할 수 없는 메시지”라고 교회의 사명을 강조했다.
극동방송어린이합창단의 워싱턴 공연 후 김 목사는 LA의 미국 ‘트리니티’ TV 방송국에서 설교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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