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5번가는 세일 물결
미국 경제가 악화되면서 주름살이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뉴욕의 대표적 쇼핑거리인 맨해튼 5번가의 매장들은 지갑을 닫은 고객들을 유혹하기 위해 저마다 세일 경쟁에 나서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와 뮤지컬 등 문화·체육 관련 산업도 후원 등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9일 이같이 미국 경제의 어려움이 사방으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을 소개했다.
◇ 뉴욕 5번가는 세일 물결 = 맨해튼 중심부를 남북으로 잇는 5번가(Fifth Avenue)에서는 지금 세일 표시가 붙어있지 않은 매장을 찾기가 힘들 정도로 할인 판매가 성행하고 있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지출을 줄이는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어 상품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한 소매업체들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연말이 대목이라지만 지금처럼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는 대목을 기대하기 힘든 현실이다.
의류업체인 H&M의 매장은 지난 17일 하루 30% 세일 행사를 벌였고 아르마니 익스체인지도 주말에 30% 할인판매를 했다. 앤테일러 매장의 한 직원은 지난달말 이후 계속 세일을 하고 있다며 세일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블루밍데일 백화점이나 살바토레 페라가모 같은 명품 매장들도 가격을 내리거나 곧 내릴 예정이다.
베네통 매장의 한 직원은 길 건너편의 에스프리 매장이 100달러를 쓸 때마다 30달러의 현금카드를 주겠다는 문구를 내건 것을 보면서 에스프리 매장은 전에는 한 번도 세일 표시를 내걸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문은 그동안 세일을 일부 하더라도 이를 알리는 문구를 대대적으로 내걸지 않았던 5번가가 세일 물결을 이루는 모습은 소비위축 속에 미국 전역의 소매업체들이 판매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할인판매와 가격 흥정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 스포츠산업도 고통..LPGA 타격 = 골프는 경기 악화에도 잘견디는 분야로 인식돼왔지만 이번엔 다른 양상이 펼쳐져 경제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엿보게 하고 있다.
LPGA는 내년에 2,3개 대회가 줄고 총상금도 400만~500만달러 감소할 것으로 LPGA 투어 커미셔너인 캐롤린 바이븐스는 밝혔다. 기업들의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후원사 등을 끌어들이는데 어려움이 있는데 따른 것이다.
LPGA의 걱정은 이제 2010년의 후원사 계약 갱신이나 방송계약 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스포츠비즈니스데일리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계획된 대회 24개 중 대표 후원사 계약이 이뤄진 것이 5개만에 불과하다고 최근 보도하기도 했다.
여자프로골프에 비해 사정이 나은 미국프로골프(PGA)는 내년 경기 일정이나 상금규모도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어려운 경제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지가 도전과제가 되고 있다.
골프산업의 어려움은 골프채나 볼을 만드는 업체나 소매업체로까지 번지고 있다.
골프데이터테크에 따르면 9월 골프 관련 소매 매출은 1년 전보다 3.4% 줄었다.
앞서 신문은 제너럴모터스(GM)가 판매 부진과 유동성 악화로 생존 위기에 몰리면서 미자동차경기연맹(NACAR)의 2개 경주대회 후원과 캐딜락 브랜드로 해왔던 미국프로골프(PGA) 마스터스 토너먼트의 후원을 중단했고 1984년부터 해온 미 올림픽위원회 공식 파트너 계약을 올해 이후 연장하지 않기로 하는 등 TV 광고나 후원 등을 잇따라 축소해 스포츠 산업도 타격을 입고 있다고 지난 16일 보도했었다.
◇ 뮤지컬도 자금조달·고객 감소 우려 = 뉴욕의 뮤지컬 공연이 밀집한 브로드웨이도 경제위기의 타격을 받고 있다.
공연업계는 제작자의 자금조달 어려움과 고객이 줄어들 수 있다는 양면의 압박을 받고 있다.
은행들은 뮤지컬 제작자들에게 대출을 꺼리고 있고 증시 급락 등으로 손실을 입은 부자들은 후원을 줄이고 있다.
25년간 뮤지컬 제작을 해온 제임스 프레이버그는 최근 자금조달이 되지 않는다며 전에도 경제가 어려울 때를 봐왔지만 지금 같이 큰 어려움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인기 작품을 공연하는 대형 극장들은 예약 현황을 볼 때 내년초까지도 객석을 채우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내년 가을시즌에도 고객을 채울 수 있을지, 새로운 작품의 창작이 가능할지 등을 걱정하고 있다.
특히 고객 입장에서 비용이 많이 드는 가족 대상 뮤지컬이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말에 가족 뮤지컬을 공연하는 라디오시티뮤직홀은 이번 연말 공연인 ‘크리스마스 스펙타큘라’ 공연 횟수를 지난 일요일 취소한 공연을 포함해 225회에서 216회로 줄여 이런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또 뮤지컬 관객의 16%를 차지하는 해외 관광객이 달러 강세 등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뮤지컬 산업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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