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관계 격상...경제.통상협력 강화
수교이래 5번째 방중..`환난(患難)외교’ 주목
(서울=연합뉴스) 황정욱 심인성 기자 = 이명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지난달 중순 미국, 일본 순방에 이은 3번째 `4강(强) 순방’ 외교이자 지난 1992년 8월 수교 이래 한국 정상으로선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다섯 번째다.
이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한중관계 발전, 경제.통상분야 실질협력 확대 등 여러 측면에서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특히 새 정부가 한미관계를 최우선시하면서 상대적으로 한중관계가 소원해 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터라 이번 중국 방문이 갖는 의미는 더욱 크다는 게 청와대 참모들의 설명이다.
여기에다 북핵문제 해결과정에서 미국 못지 않게 중국이 중요하다는 점도 이번 방중의 의미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 논의 = 이 대통령은 우선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지난 92년 수교 이래 확대발전돼 온 양국간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한 단계 격상시켜 미래지향적 관계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지향적 관계의 핵심은 바로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중 관계는 92년 수교 당시 경제.통상분야에서 출발, 98년 `21세기 한중 협력동반자 관계’와 2000년 `전면적 협력관계’ 합의를 거치면서 정치, 군사, 문화, 지역협력 등 모든 분야에서 확대.발전돼 왔으나 전략적 단계로까지 진입하지는 못했다.
지금의 전면적 협력관계는 중국이 설정하고 있는 비전략적 관계에서 최상위 단계에 해당한다.
전략적 동반자로의 관계 격상은 지난 해 우리 정부가 먼저 중국 측에 제안했으나 중국이 북한을 의식해 정중히 사양했고, 이후 새 정부 출범 직전인 지난 1월 중국이 다시 역제의하고 우리가 전격 수용해 이미 사실상의 기본 공감대가 이뤄진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략적 동반자 관계 하에서는 양국이 외교, 안보,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분야를 망라해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한.중.일 3국간, 더 나아가 한반도 및 동북아지역, 전 세계적 이슈에 대한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핵심 참모는 이와 관련, 비전략적 관계에서 전략적 관계로 간다는 것은 4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첫째 양국간 협력체계가 다양화되고, 둘째 협력의 범위가 포괄적으로 바뀌며, 셋째 대화의 창구가 제도화되고, 넷째 이 세 가지를 토대로 양국이 세계를 바라보는 공통의 눈을 갖게 되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대화의 창구 제도화와 관련해 양국은 고위급, 실무급 차원의 대화를 정례화하는 동시에 셔틀외교를 활성화하는데 의견을 같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일본과 합의한 바 있는 셔틀외교는 한중 두 정상이 현안이 있을 때마다 당일이나 1박2일의 짧은 일정으로 편하게 양국을 방문해 허심탄회하게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로, 양국 관계의 실질적 진전을 이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외교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북핵폐기 공조-한반도 평화협력 강화 = 이 대통령과 후 주석은 양국간 끈끈한 관계를 토대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 및 안정을 공고화하기 위한 협력방안에도 의견을 같이 할 예정이다.
특히 핵신고 문제를 둘러싼 북미 양자간 대화 진전 및 6자회담 재개 임박 등으로 북핵문제 해결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이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북핵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과의 긴밀한 협조관계를 다지는 계기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 대통령 입장에선 이번 방중을 끝으로 북핵문제에 가장 중요한 미.중.일 3강과의 협의를 마무리하게 되는 셈이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10년 안에 북한의 국민소득을 3천달러로 만들겠다는 자신의 `비핵.개방.3천구상’ 등 새 정부의 대북정책을 중국측에 설명하고 적극적인 이해와 지지도 이끌어 낸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의 대북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북한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후 주석에게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모종의 역할을 요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북한이 최근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의 대화에는 적극적인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 정책을 시도하면서 남북 당국간 대화가 사실상 중단된 상황에서 대북 영향력이 큰 중국을 통해 북측과의 관계 재정립을 모색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에서다.
◇경제.통상협력 공고화 = 정치.외교 사안 못지 않게 경제.통상분야에서 실질협력 기반을 다지는 것도 이번 방중의 주요 현안이다.
`13억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은 그 자체 만으로도 시장 잠재력이 큰데다 급속한 경제성장과 베이징(北京) 올림픽 개최 등에 힘입어 시장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 우리로서는 중국과의 경제협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이번 중국 국빈 방문에 동행하는 경제인이 36명으로, 미.일 순방때보다 무려 10명이 많은 것도 중국의 비중을 반영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창조적 실용주의에 걸맞게 중국과 에너지, 환경, 과학기술, 항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시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우선 최대 관심사는 한중 FTA(자유무역협정)이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제1 교역대상국이자 투자대상국으로, 발전 가능성이 무궁한 중국과의 교역 및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FTA가 중요하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양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지금까지의 민관합동 공동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중 FTA의 협상 방향 및 범위 등에 대해 본격 논의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할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산둥성(山東省) 칭다오(靑島)를 방문하는 것 자체도 상징성을 띠고 있다는 분석이다. 산둥성은 우리나라 대중국투자의 60.4%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이 지역에 진출한 우리 기업만 1만여 개에 달한다.
베이징 기초과학시설 방문 및 한중 경제인 주최 오찬 연설, 칭다오 지역 기업 시찰 등 주요 일정 중 절반이 경제 외교로 채워진 것도 이번 방중에 싣는 이 대통령의 의중을 짐작케 한다. 이 대통령은 산둥성(山東省) 지도자들을 만나 현지에 진출한 우리 국민과 투자기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직접 요청할 예정이다.
◇기타 현안 및 `환난외교’ = 이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중국과의 협력관계를 확대하는 문제 역시 중요하게 취급하고 있다.
새 정부는 우리나라도 이제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에 걸맞게 `국격외교’, `기여외교’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이를 위해서는 주변 강국과의 협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양국은 유엔, 아태경제협력체(APEC), 동남아국가연합(ASEAN),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등 다자무대에서의 협력 강화는 물론이고 기후변화 등 범세계적 이슈와 관련한 공조 확대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양국 정상은 과학기술, 교육, 에너지, BT(바이오기술) 등 각 분야의 협력 확대를 위해 각종 양해각서(MOU)의 체결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환난(患難)외교’의 성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이 이번 방중기간에 이웃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쓰촨성(四川省) 대지진으로 참사를 입은 중국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복구지원을 약속하는 과정에서 양국간 우의가 한층 더 돈독해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앞서 지난 22일 종로구 효자동 주한 중국대사관에 설치된 조문소를 방문,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한 바 있다.
한 참모는 정상회담 도중 중국 지진에 대한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지진참사에 대한 아픔을 공유하고 지원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상호 공감대가 넓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hj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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