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병일 수도 있고 습관이기도 한 것 중의 하나는 필자의 메모하는 버릇이다.
‘마켓 리스트’ ‘여행 목록’ ‘연말 카드 리스트’ ‘한 주간 해야할 일’ ‘전화할 사람’ ‘레서피’ 등등…
주말에 여유있는 시간이면 핸드백 안에 가득 들어 있는 이런 저런 메모지들을 정리하는 것이 또 한 일이다. 친구들은, 일일이 적는 것도 한심하지만 또 그 메모를 바로 버리지 못하는 것이 더 답답하다고 놀린다.
집에서도 냉장고에, 카운터에 심지어 욕실까지 붙여 놓은 메모지들로 가족들에게 원성을 들을 때도 있고 손님초대를 위해 청소할 때마다 메모지를 들여다 보는 시간도 만만치 않다.
재미있는 것은 급한 일이 있을 때마다 중요한 것에서 사소한 것까지 주위 사람들이 ‘쪼잔한’ 필자에게 문의를 한다는 것이다.
사업체이든 부동산이든, 거의 모든 에스크로를 오픈할 때에, 쎌러와 바이어에게 각각 체크 리스트를 제시하게 된다.
부동산 에이전트는 각 소속 부동산 회사마다 클로징까지 구비하여야 하는 서류가 있는데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일반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에스크로를 정확하게 클로징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서류가 완비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나 손님이나 에이전트마다 스타일이 다양하기 그지없다.
처음 계약서에서 부터 ‘풀 세트’로 다시 복사하기를 원하는 분도 있는가 하면 자신이 보관하고 있는 지 혹은 빠진 것이 무엇인지 조차 잊는 분도 있다.
에스크로를 진행하는 중간에 처음 제시한 ‘필요 목록’이 예정대로 들어오지를 않아서 차질을 빚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별’표를 치고 하이라이트를 해도 안타깝게도 관심 밖으로 밀리는 때에는 별 도리가 없다.
“깜박 잊었군요” “회계사에게 부탁했는데 왠일일까요”라는 애교섞인 멘트가 있기도 하지만 “들어본 적이 없는데…”라든지 “왜 이제껏…”이라고 반문하는 손님들로 부터 스트레스를 받는 젊은 오피서들에게 위로할 말이 딱히 없다.
때로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서류도 있고 신중하게 결정을 해야 하는 문제들도 있지만 시간상 가볍게 넘어가야만 하는 안타까운 일들도 있고, 전체 계약 기간을 넘겨야 하는 불상사도 일어난다.
업무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뛰어난 오피서들이 사소한 뒤처리 미숙때문에 질타를 받고 공을 무너뜨리는 경우를 자주 본다. 아무리 어려운 일을 능력을 발휘하여 잘 해냈어도 전화 한 통화를 소홀히 함으로 인정을 못 받기도 하여 안타깝기 짝이 없다.
에이전트나 에스크로 오피서에게 주어진 업무외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 셀러나 바이어에게 섭섭한 마음을 갖기에 앞서 우리의 부모나 형제가 부탁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을 충고하는 편이나 속내가 늘 편한 것은 아니다.
자신의 재산과 관련된 일에 관심을 갖고 주어진 서류만 잘 보관하여 준비하여도 더없이 고마운 일이나, 약속 등을 일깨워주는 것을 옆 사람이나 상대방에게 기대하는 일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깨알같은 전화번호와 주소 등을 적은 낡은 수첩을 귀하게 보관하는 손님들을 만나면 예쁜 펜을 선물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소셜 넘버에서 부터, 예전의 주소, 모기지 론 넘버까지 빡빡하게 기입해 놓고 서류에 기입하는 모습은 성의를 넘어 프로의 진정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쌀이 떨어져 시간을 내어 보러간 마켓에, 정작 사야할 ‘쌀’만 빼고 카트 가득히 장을 보고 돌아온 기억이 없는 지 모두가 돌아볼 일이다.
메모를 함으로서 품목이 빠지는 일이 없다는 장점도 있지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되기에 사실 시간 절약이 많이 된다. 메모를 하는 습관으로 덕을 보는 것이 아니라 메모를 하지 않으면 까맣게 잊을까 두려워지는 나이가 되었다.
(213)365-8081
제이 권 <프리마 에스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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