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링(왼쪽)씨와 같은 중국 투자가들은 하루 몇 시간 씩 증권사 터미널에서 주가를 들여다보며 살고 있다.
상하이 주가 지수는 불과 몇 달 사이 반 토막으로 추락했다.
1년 전 관링씨와 같은 투자가들은 들떠 있었다. 2년 동안 중국 주가가 500% 오르면서 전국적인 증시 열풍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주기적으로 버블의 위험성을 경고하면 주가는 잠시 내려갔다가는 다시 더 오르며 최고 기록을 갱신하고 주식 투자 광풍을 불러왔다. 수년전 부동산 회사를 접고 풀타임으로 주식 투자에 나선 관(49)씨는 “증시가 미쳤었다”고 말했다. “모두가 얼마나 돈을 많이 벌었고 얼마나 투자했으며 어느 주식이 20배 30배 올랐나를 얘기했다.”
희희낙락하던 투자가들 슬픔과 분노에 떨어
인도·베트남 등 아시아 증시도 동반 추락
그게 작년이었다. 지난 10월 피크를 기록한 상하이 증시는 45%나 떨어졌다. ¼분기 마지막 날인 지난 월요일에 상하이 지수는 사상 최악의 폭락으로 장을 마감했다. 증권사로 몰려들어 카드놀이를 하거나 주식 매매를 하거나 국수를 먹으며 다른 투자가나 은퇴자들과 주가 상승을 축하하던 수백만 명의 소액 투자가들이 갑자기 우울증과 분노에 시달리고 있다.
남편과 함께 저축한 돈을 모두 주식에 투자한 전직 호텔 웨이트리스 장리잉(55)씨는 “요즘 부부 싸움이 잦아졌다”고 말한다. “남편은 팔라고 했지만 나는 조금 더 가지고 있자고 했다. 이제 남편은 내가 너무 어리석어 전 재산을 날리게 됐다고 비난한다.”
은퇴한 엔지니어인 시단수(68)씨는 더 낙심하고 있지만 정부를 비난한다. “내 인생을 전부 나라를 위해 바쳤다. 졸업 후 지방에 내려갔고 은퇴할 때까지 상하이 공장 엔지니어로 일했다. 10년전 전 재산을 주식에 투자했다. 나는 이제 한 푼도 없다. 모든 주식이 내려갔다”고 그는 말한다.
아시아 다른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거나 더 나쁘다. 인도 뭄바이 지수는 31%, 일본은 31%, 베트남은 53%가 내려갔다. 뭄바이에서는 성난 투자가들이 증권 감독원 인형을 화형시켰고 호치민시에서는 투자가들이 울고 있다. 이번 주 호치민시 증권사를 찾은 은퇴한 시멘트 공장 매니저 웬 쾅 트리(74)씨는 “몇 명은 울고 있다”며 “나는 내 돈으로 했지만 대다수는 은행에서 돈을 빌려 했다”고 말했다.
주가 폭락은 작년 말 인플레와 미국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시작됐다. 중국 경제는 10년래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주가가 폭락해 소액 투자가들을 파탄으로 몰아넣고 있다. 주가 폭락이 실물 경제를 망치리라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그러나 침체가 오래 가면 중국 금융 시장이 타격을 받으리라는 우려는 있다. 많은 기업들이 때로는 비밀리에 주식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은행이나 금융 회사가 아닌 상장 회사가 작년 보고한 이익의 15~20%가 투식 투자 결과 나온 것이란 분석이 있다. 전기나 스포츠 재킷을 파는 회사들도 이익을 늘리기 위해 투식 거래를 한다는 것이다. 홍콩 JP 모건사의 징 울리히는 “회사에 돈이 넘쳐난다”며 “그 돈의 상당 부분이 증시로 흘러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큰 회사들은 소액 투자가를 따라 간 것뿐이다. JP 모건은 작년 1억5,000만 명의 중국인이 주식에 투자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13억 중국 인구에 비하면 작은 숫자지만 엄청난 집단임에 틀림없다. 잠재적인 불만 집단이면서 투자 중독자라는 새 유형을 낳았다.
첸동하오씨도 그런 사람의 하나다. 22세 난 대학 졸업생인 그는 상하이 증권사의 붙박이나 다름없다. 2006년 4월 대학에서 아트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을 때 가족들로부터 7만 달러를 얻어 주식에 투자했다. 시기는 적절했다. 그는 “내가 주식에 투자했을 때 상하이 지수는 1,700이었다”며 “돈을 많이 벌어 올 초에는 레스토랑을 열기로 했다. 상하이에 유명 레스토랑 체인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상하이 지수는 3,400선이다.
작년에는 새로운 국가가 유행했었다. “일어나라! 아직도 주식 투자 구좌를 열지 않은 당신, 뜨거운 증시에 금과 은을 부어라! 중국은 미친 시대를 맞았다. 국민들의 뜨거운 함성은 들리리!”라는 내용이다.
국민들은 이에 호응했다. 상하이 증권사의 대형 전광판에는 주가 오르는 것을 보기 위해 모인 은퇴자를 포함 수많은 군중이 몰렸다. 일부 증권사에는 투자가들이 쉴 수 있는 중소형 방을 마련, 도시락도 먹고 뜨개질도 하며 신문도 보고 카드놀이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러나 지금 이들은 전광판을 바라볼 기력도 없다. 셴진의 투자회사에서 일하는 유안유안(23)씨는 “장에서 발을 빼야겠다. 게임은 끝났다. 그러나 소액 투자가보다 큰 손들이 먼저 빠져 나갔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분노한 투자가들이 사회 문제가 될까 우려하고 있다. 관영 매체들은 증시의 등락이나 투자의 위험에 대해서는 보도하지만 투자가들의 분노에 대해서는 대체로 침묵을 지키고 있다. 관씨는 “불평이 있는 사람은 많지만 중국 언론은 이를 보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제 증권사 복도에서는 시장의 결함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증시를 감독하지 않으며 국영 기업들을 민영화함으로써 같이 참여한다는 것이다. 내부자 거래나 주가 조작, 연줄을 가진 큰손들이 소액 투자가들을 울리는데 대한 불평도 많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소액 투자가 중에 투기꾼이나 도박꾼도 많다. 중국 증시가 등락이 삼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집트에서 일한 적이 있는 은퇴 엔지니어 첸웨이화(69)씨는 “워런 버핏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투자의 귀재인 그는 주식을 오래 가지고 있으라고 하지만 이는 중국에서는 맞지 않는다. 핑안을 보라”고 말한다.
핑안은 작년 상장된 국영 보험회사다. 상하이에서 한 때 주당 144달러까지 올랐지만 지금은 순익이 급증하고 있는데도 5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렇게 되리라고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다. 많은 투자가들은 8월 베이징 올림픽 이전에 주가가 폭락하는 것을 정부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게임이 끝난 후에는 모두가 팔아 주가가 폭락할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올림픽 전에 문제가 생기면 정부가 부양책을 쓸 것이라 믿었다. 투자가들은 아직도 이를 기다리고 있다.
관씨는 “중국 증시는 병들었다. 올라가기는 힘들도 내려가기는 쉽다. 1,000에서 2,000 가는 데는 2년 걸렸지만 6,000에서 3,500 가는 데는 두 달 걸렸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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