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는 하늘을 훨훨 날았다. 걸림없이 날았다. 날면서 곡예를 곧잘 했다. 바람결에 흥겨워서 하기도 하고 먹이를 나꿔채려 휘리릭 수직낙하를 하기도 했다. 캔사스주 토페카의 어느 카페 유리창은 깨끗했다.
너무나 깨끗해서 있어도 없는 듯했다. 매는 그걸 몰랐다. 아뿔싸. 티끌 하나 없는 유리창에 그만 정통으로 부닥쳤다. 바닥에 고꾸라졌다. 인근 웨스트 클레멘트 스톤 네이처 센터(WCSNC)에서 일하는 동물전문가들이 날지 못하는 매를 정성껏 치료하고 극진히 보살폈다.
매는 서서히 원기를 되찾았다. 날고 싶다는 욕망이 생겨났다. 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솟아났다. 그런 매를 한사코 붙들어둘 수는 없는 일. 다만 WCSNC는 교훈있는 방생, 의미있는 작별을 원했다. 15일 낮, 같은 동네 에이반데일 웨스트 초등학교 교정. 데니스 딘위디 WCSNC 소장은 몰려든 어린이들에게 ‘매에게 생긴 일’을 설명하고 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매를 놓아주었다. 매는 매다운 날갯짓을 다시 시작했다.
창공은 여전히 걸림이 없었다. 더러 박수를 치고 더러 손을 흔들고, 더러는 눈두덩에 고사리손 우산을 만들어 햇볕을 가리고서 자유비행을 재개한 매가 저 하늘 멀리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고….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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