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MD 이번 기회에 확실히 중단시키자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 최근 러시아의 미사일 실험 횟수가 잦아지면서 그 의도가 미국의 동유럽 미사일방어(MD)계획을 완전히 단념케 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는 25일 신형 다탄두 탄도미사일(RS-24) 발사 시험에 성공했다.
이번 RS-24 발사는 미국의 MD제안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한창 높이던 지난 5월 29일에 이어 올 들어서만 두번째다.
앞서 지난 17일에는 북극해 인근 바렌츠해에 위치한 툴라 핵잠수함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지난 8일에는 러시아 남부 카푸스틴 미사일 기지에서 RS-12M 토폴 미사일(나토명 SS-25 시클)을 발사했다.
발사된 미사일 모두가 미사일 방어망을 뚫을 수 있는 최신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러시아 정부와 군은 이들 미사일 실험 모두가 MD를 극복하고 러시아의 핵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자국의 군방 전략의 일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 전략미사일부대(RVSN) 알렉산더 보브크 대변인은 이날 이번 발사목적은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과정에서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해결책들의 타당성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자료를 얻고 안전조치들의 효과성 뿐만 아니라 이 시스템과 부품들의 성과를 측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오일머니’ 유입으로 국부가 늘어난 러시아는 군사력 과시 차원에서 구 소련 붕괴 이후 중단됐던 무기 개발 및 실험을 최근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8월부터는 1992년 이후 중단했던 장거리 전략 폭격기의 러시아 영토 밖 정찰 비행을 재개, 미국을 자극하기도 했다.
이처럼 러시아가 미사일 발사 실험에 열중하는데는 MD협상에서 궁지로 몰린 미국을 차제에 확실히 압박, MD를 포기토록 만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날 RS-24 미사일 발사는 전날 미하일 카미닌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의 미국에 대한 경고 메시지 이후 나온 것이어서 그 같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카미닌 대변인은 미국이 MD를 강행한다면 핵 무기를 억제하려는 러시아의 의지가 약화될 것이라며 우리로서는 미국과 전략적 힘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이처럼 새로운 요인을 반영하는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고 `보복’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또 지난달 말 미국이 문서로 제시한 MD 타협안에 대해 러시아 외교부와 군 당국이 모두 `실망’과 `유감’을 표명하면서 미-러 간 MD협상에 별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일련의 미사일 발사는 미국을 압박하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0월 러시아를 방문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양국이 이란으로부터 미사일 위협에 대한 확실한 증거가 있다고 동의할 때까지 MD를 연기하며 폴란드와 체코가 동의한다면 두 곳에 러시아 관리들을 상주시켜, 레이더 기지 감시 임무를 맡길 수도 있다는 안을 구두로 제의했다.
하지만 미국측이 문서로 전달한 타협안에는 MD구상을 유지하되 러시아와 미국,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MD시스템을 통합하자는 내용과 잠재적 위협에 대한 평가는 `공동’이 아닌 `미국’에 의해 이뤄질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러측의 강한 반발을 샀다.
당시 세르게이 라브로프 장관은 전혀 새로울 게 없는 실망스런 안으로 미국의 전형적인 `롤백(되돌리기)전술’이라고 비난했다.
또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관련, 이달 초 미 국가정보평가(NIE)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를 주장해 온 미국이 난처한 입장에 처한 상황에서 그동안 이란을 편들었던 러시아로서는 이번 기회를 미국의 MD를 무력화시킬 호기(好機)로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러시아는 미국이 이란 등 이른 바 `불량국가’를 견제하기 위해 2012년까지 MD계획을 추진하려 하자 그 계획이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라며 반발하면서 미국 측에 MD기지를 별도로 구축하지 말고 러시아가 임차 중인 가발라 기지 공동 사용을 제안했지만 양국이 아직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hyunho@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