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에 이어 메릴린치도 50억달러 조달
(워싱턴.뉴욕=연합뉴스) 김현준 김병수 특파원 = 신용경색 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 등 세계 금융기관들이 중동과 아시아지역의 국부펀드에 손을 벌리며 잇따라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하지만 미 일각에서는 잇단 외국 국부 펀드의 유입에 대해 금융 안보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메릴린치는 24일 최대 62억달러의 자금을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국영투자회사 테마섹과 미국의 데이비스 셀렉티드 어드바이저스로부터 유치키로 했다고 밝혔다.
신주 발행 형식으로 이뤄지는 메릴린치의 자금 조달은 테마섹이 지분 매입에 44억달러를 투자하고 6억달러를 추가 매입할 수 있는 옵션을 갖는 등 총 50억달러를 투자하고, 데이비스가 12억달러를 장기 투자하는 방식으로, 내년 1월말까지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자금조달은 메릴린치가 지난 3분기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투자 손실 등에 따른 자산상각 등으로 93년 역사상 최대인 22억4천만달러의 분기 순손실을 기록, 스탠리 오닐 최고경영자(CEO)가 물러나는 등 곤경에 처한 가운데 이뤄진 것으로, 신용위기로 고전하고 있는 주요 금융기관들은 최근 국부펀드로부터 자금 수혈에 속속 나서고 있다.
미국 2위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는 모기지 시장 부실로 72년 사상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로부터 50억달러를 차입하는 대신 지분 9.9%에 해당하는 보통주 전환사채를 제공키로 합의했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미국 최대의 투자은행인 씨티그룹도 아랍 에미리트연합(UAE)의 아부다비 투자청(ADIA)으로부터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75억달러를 조달키로 했다고 지난달 말 밝혔다. 아부다비 투자청은 이를 통해 씨티그룹 지분을 보유할 수 있지만 4.9%를 넘는 지분은 보유하지 않기로 했고 씨티그룹 이사회에도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유럽의 투자은행인 UBS도 싱가포르의 양대 국부펀드 중 하나인 싱가포르 투자청(GIC)으로부터 97억5천만달러를 조달키로 했고, 미국 사모펀드 블랙스톤도 지난 5월 기업공개(IPO)를 하면서 중국의 CIC로부터 30억달러를 차입했었다.
현재 2조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세계 국부펀드들의 금융시장에서의 영향력은 사우디 아라비아가 세계 최대의 국부펀드를 조성키로 하는 등 각국이 국부펀드 확장에 나서면서 더욱 커질 전망이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사우디 아라비아가 막대한 ‘오일 달러’를 토대로 세계 최대의 국부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지난 22일 보도했다.
신문은 사우디 국부펀드는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인 아랍 에미리트 아부다비 투자청(ADIA)이 운용 중인 9천억달러보다 규모가 더 크며 국제 금융시장 불안 속에 재무상태가 악화되고 있는 금융회사들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중동 및 아시아의 다른 국부펀드들과 경쟁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미 일각에서는 이 같은 잇단 국부펀드의 미 금융기관 유입이 국가안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우려하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로버트 키밋 미 재무부 차관은 최근 외교전문 잡지인 `포린 어페어즈’ 기고문에서 외국 국부펀드의 유입과 관련, 가장 확실히 해야 할 고려요소는 국가안보문제라면서 국부펀드 투자거래에 대해 무조건 경계할 필요는 없지만 자세히 조사할 필요는 있다고 지적했다.
국부펀드들이 자신들의 투자에 대해 행사하려는 영향력의 범위와 정보수집 등이 국가안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게 키밋 차관의 주장이다.
또 크리스토퍼 도드 미 상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주 모건 스탠리와 중국 국부 펀드인 CIC와의 거래와 관련, `미국 외국투자위원회(CFIUS)’가 이를 승인했는 지 여부를 비롯해 구체적인 거래내용에 대해 알기를 원한다고 말한 것으로 AFP통신이 25일 보도했다.
반면에 조지 부시 대통령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외국 국부펀드의 미 금융권 유입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서 외국 투자유치를 방해할 수 있는 보호무역주의적 반발에 대해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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