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익상 특파원 = 지난달초 한국의 대형 여행사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뉴욕을 찾았다. 하나,롯데 등 6개 여행사 관계자들은 패키지 관광 대신 개별 관광을 선호하는 관광객들을 겨냥, 뉴욕시내를 샅샅이 뒤지며 걸어서 찾을 수 있는 관광지를 확인했다.
또 로스앤젤레스의 삼호관광은 지난 14일 LA다운타운의 윌셔그랜드호텔에서 미국내 여행 관계자들을 초청해 온라인 여행사업 `스카이로월드’ 투자 설명회를 가졌고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에는 한인들의 대형 호텔 건설 계획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내년중에 실시될 것으로 보이는 한국의 미국 비자면제 프로그램(VWP) 가입으로 인해 특수를 누릴 것으로 예상되는 미주 지역 및 한국의 관련 업계가 이처럼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VWP(Visa Waiver Program)란 미국 정부에서 지정한 국가의 국민에 대해 최대 90일간 비자 없이 관광 또는 상용목적에 한해 미국 방문을 허용하는 제도로, 이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이민국적법, 국토안보법 및 국토안보강화법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비이민비자 거부율 3.5%를 기록중인 한국의 경우 내년 중반부터 거부율이 10% 미만으로 완화됨에 따라 큰 고비를 넘겼고 생체정보를 인식할 수 있는 전자여권을 발행해야 하는 조건도 내년이면 충족할 수 있어 거의 모든 장애물이 제거된 셈이다.
다만 미국의 의지가 중요한데,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된뒤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내년 정상 회담을 가질 예정이어서 이때 비자 면제 문제가 일괄 타결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실제 주미 대사관 관계자는 늦어도 내년 하반기에는 무비자 입국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어 한인들의 미국 방문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무비자 개막의 효과
무비자 시대가 개막하면 미국을 방문하는 한국인의 숫자가 2배 가까이 증가하면서 미국 방문 국가 순위에서 3위로 뛰어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2년간 미국행 출국자는 해마다 6%씩 늘어나 올해의 경우 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무비자 입국이 허용될 경우에는 간단히 200만명이 될 수 있다는 것.
더구나 한미간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VWP의 시너지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 분명한데, 일본의 경우 비자면제가 실시된 1987년에 전년인 1986년보다 27% 증가한 212만명이 방문한데 이어 1988년에는 51%, 1989년에는 83%씩 증가했었다.
따라서 무비자 시대가 열릴 경우 로스앤젤레스 등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나 라스베이거스, 그랜드캐니언 등 유명 관광지에는 한인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지역 경제가 크게 활성화될 전망이다.
또 체제 허용 기간이 90일이 됨에 따라 방학을 이용한 단기 어학연수생들의 방문도 적지않게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 방문자들이 지출하는 금액은 전체 한국 관광객 지출액의 26.5%를 차지해왔는데, 10만명이 증가할 때마다 미국은 3억5천만 달러의 관광수익을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에 체류기간 90일을 넘기는 불법 체류자가 늘어날 경우 비자면제 대상국에서 제외될 수도 있어 주의가 요망되는데, 아르헨티나의 경우 1990년대 외환위기때 불체자 증가로 VWP 프로그램에서 제외된 적이 있다.
◇꿈 부푼 여행업계
한국 및 미주지역 한인 여행사는 물론 대형 여행사인 `칼슨 왜건리트’ 등 미국의 여행사들 모두 VWP 프로그램의 허용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향후 대책 마련에 열중이다.
한국 및 한인 여행사들은 차별화된 새로운 관광 상품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데, 미국 관광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멕시코 등 중남미 지역과 연계하는 상품 개발 등도 고려하고 있을 정도이고 멕시코 관광청에서도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따라서 이미 한국 여행사들이 뉴욕을 방문해 새 상품개발을 연구했듯이 앞으로 패키지 상품의 다양화와 개인들의 기호에 부응한 개별 관광상품의 차별화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더구나 미국 여행사들도 이미 확보해놓은 다양한 관광상품에다 질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 업계와 손을 잡고 한국 관광객을 끌어들일 경우 한인 여행업계와 경쟁할 만하다는 판단아래 한국 여행사와 직접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을 한국관광공사에 문의하고 있다.
따라서 단합이 되지 않은채 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LA지역 한인 여행업계가 순식간에 늘어나는 관광객을 붙잡기 위해 출혈이 심한 과당 경쟁을 벌일 때 재력으로 무장한 미국 여행사들이 뛰어든다면 자칫 한인 업계가 고전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재경 관광공사 LA지사장은 한인 여행사는 물론 미국의 여행사들도 비자면제 프로그램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며 나름대로 대책을 세우고 있다면서 다만 과당 경쟁으로 인한 덤핑 공세가 우려되기는 하지만 대규모 한인 방문이 실현된다면 업계로서는 대단한 호재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증편 서두르는 항공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기들이 승객 증가에 대비해 미주지역 항공편을 크게 늘린다는 계획이다.
항공편 증편은 값비싼 항공기를 구입해야 하고 승무원을 배정해야 하는 등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지만 이들 항공사는 당장 내년부터 주요 노선의 증편을 확정지었고 추후 VWP가 확정된다면 추가 증편을 적극적으로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대한항공의 경우 주 3회씩 운항하는 라스베이거스와 댈러스 노선을 주 4회씩으로 늘리고 내년 7월 부터는 샌프란시스코 운항 횟수를 주 4회에서 7회로, 호놀룰루는 주 5회에서 주 10회로 각각 늘릴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또 오는 2009년까지 LA와 뉴욕, 시애틀, 워싱턴, 라스베이거스 노선을 추가로 증편할 것을 검토중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야간에 주 5회씩 출발하는 인천-로스앤젤레스 노선을 내년 상반기에 주 7회씩으로 늘리고 뉴욕 역시 주 4회의 야간 운행을 주 7회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아시아나는 이들 이외에 시카고와 시애틀, 샌프란시스코의 운향 편수도 비자면제 프로그램의 확정 여부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증편한다는 방침이다.
◇호텔 등 기타 업종도 대책마련 한창
최근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대형 호텔 건설 계획이 잇따라 발표되는 등 호텔업계의 지각 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현재 코리아타운을 중심으로 운영중인 주요 한인 호텔들은 가든스위트, 윌셔프라자, JJ그랜드, 옥스퍼드팰리스, 로텍스가 꼽히고 다운타운에 대한항공이 운영하는 윌셔그랜드호텔이 있으나 최근 15년동안 신규 호텔이 들어서지 않았었다.
그러나 윌셔가(街)의 큰손인 `제이미슨 프로퍼티스’가 대형 호텔을 짓겠다는 계획을 내놓는 등 3개 호텔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고 코리아타운의 요지에 대형 콘도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신영건설도 콘도 일부를 고급 호텔로 짓는다는 계획을 수립중이다.
이런 한인 호텔 개발은 뉴욕 등 다른 지역에서도 추진되고 있는 등 무비자 시대에 쏟아져 들어오는 한인들을 수용하기 위한 신규 호텔 건설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또 기존의 호텔들도 시설을 업그레이드하는 등 리모델링을 계획하고 있거나 이미 착수했으며 디즈니랜드 인근에 위치한 객실 200개 규모의 `게스트 하우스’ 등 LA인근 지역의 호텔들도 한인 관광객을 `좋은 가격, 좋은 서비스에 모시겠다’며 여행사들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
이밖에 부동산 업계와 금융계에서는 방문객의 증가와 더불어 자금 이동이 활발해지고 부동산 투자도 활기를 띨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책을 마련하고 어학원에서도 단기 연수생 증가에 맞춰 시설 확장을 서두르는 등 무비자 시대의 개막을 앞두고 코리아타운이 적잖게 술렁이고 있다.
is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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