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건 행정부 이래 각종 무기 재고 산적
올해 15억6,000만달러 규모 내년엔 더 늘듯
M-16 소총에서부터 F-16 전투기까지 종류 다양
맘에 드는 우방엔 공짜로 구매자엔 싼값에 매각
미래 고객 확보 복안, 군비경쟁 부채질 비판도
미 국방부는 전 세계 도처에 수천 개의 격납고, 창고 등을 갖고 있다. 이곳에 전투기, 탱크를 비롯해 여러 가지 무기를 보관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 가정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들 무기들도 오래되면 폐물 취급당하게 마련이다.
사용하진 않았지만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성능이 뒤져 더 이상 실전에 사용할 수 없다는 판정을 받으면 아까워도 ‘고물’로 전락하고 만다.
게다가 레이건 행정부 이래 군비증강으로 무기 재고가 상당히 많다. 국방부는 이들 무기를 무상으로 다른 나라에 주거나 ‘땡처리’한다. 그러나 사안이 사안인 만큼 소문내지 않는다. 미국 정부에 우호적인 외국 정부에 우정의 표시로 이들 무기를 선물로 주고 있다.
사더라도 가격이 너무 좋다. 구매자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거래를 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원가가 1달러라면 그저 몇 센트 지불하면 무기를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야드 세일하듯이 싼 값에 나온 무기에 군침을 흘리는 무기상들이 많다. 그러나 개인에게는 매각하지 않는다. 반드시 정부 대 정부의 거래만 한다.
파키스탄과 요르단은 F-16 팰콘 전투기를 대량 구매했다.
아프가니스탄은 미군 차량에 쓰던 중고 타이어에 혹 했다. 예멘은 30년된 구명보트를 헐값에 구입해 자국 해안경비대의 핵심 장비로 사용하고 있다. 포르투갈은 이젠 사용하지 않는 미사일 유도 순양함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무기 처분 프로그램을 관장하는 국무부 관계자는 “이는 벼룩시장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야드 세일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제품에 대한 보증은 없다”고 했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다른 나라들과의 친교를 다지는데 있다. 2006년 이 프로그램에 포함된 무기의 규모는 액수로 15억6,000만달러에 달했다. 2005년의 두 배에 달했다. 그리고 2007년에는 그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매물은 M-16 소총에서부터 F-16 전투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국방비 지출에 대해 비판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비영리단체인 국방정보센터의 선임연구원 라첼 스톨은 “원하는 것을 뭐든지 구입할 수는 없지만 거저 가져가다시피 싸게 구입할 수는 있다”고 했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 국방부가 내놓은 무기는 헬리콥터, 어뢰, 항공기, 바람 터널, 도하장비, 트럭, 레이다, 탄약, 미사일, 유니폼, 선박 등 가지가지이다. 80억달러어치다. 그런데 이 가운데 20억달러어치가 여러 나라에 무상으로 지원됐다. 8억달러어치의 무기는 싸게 팔렸다. 당초 매입가 1달러당 5센트에 팔리기도 했다. 나머지 무기는 아직 작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들 무기의 수혜자들은 대부분 최신 무기를 구입할 경제력이 없는 나라들이다. 필리핀, 모로코, 도미니카 공화국 등은 최근 들어 이들 무기 구입에 관심을 보이고 달려들고 있다. 그러나 이들 뿐이 아니다.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와 같은 선진국들도 국방부의 ‘야드 세일’에 쓸 만한 물건이 있는지 눈을 크게 뜨고 두리번거리고 있다.
구매자가 이송비용이나 수리비를 부담해야 하는데도 여전히 인기가 있다. 값에 비해서 성능이 좋기 때문이다. 과테말라 군수 관계자는 “우리는 미국 무기를 살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했다. 군화, 컴퓨터, 비행복, 전투장비 등을 구입했다.
국무부 관계자는 이 프로그램이 우방을 챙기는 데 효과가 있다고 했다. 파키스탄은 9.11 사건 이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은 공격할 때 적극적인 협조를 한 공로를 인정받아 F-16 전투기 2대를 무료로 받았다. 이 전투기는 현 시가로 대 당 650만달러이다. 파키스탄으로서는 큰 선물을 받은 셈이다.
하지만 국방부의 이 프로그램에 모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의 무기 경쟁을 부채질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우방들에게 선심 쓰는 무기를 나눠주는 것은 단견이라는 지적이다.
정부정책을 감시하는 민간기구인 ‘정부감독 프로젝트’의 사무총장 대니얼 브라이언은 “우리는 우리가 아니면 무장할 수 없는 나라들에게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 이런 방법으로 우호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른 방법으로 우방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국방부의 정책을 비난했다. 국방정보센터의 스톨 선임연구원은 “이 프로그램은 일종의 미끼이다. 헐값에 또는 공짜로 무기를 줄 테니 써보고 다음에는 최신 무기를 사러 오라고 유혹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뉴욕타임스 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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