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년 전 고대 페르시아서 생긴 일신교, ‘최후의 심판’ 믿어
사원 있지만 집에서 기도 무방, 성직자 있지만 위계질서 없어
한 때 신도 4천만-5천만명 지금은 20만 명도 안 돼 ‘고사’ 위기
규율 느슨하고 선교 안하며, 신도들 거주국에서 문화적 동화
여성 사회참여 독려… 커리어우먼들 자녀 덜 낳아 신도수 감소
커시 안샤는 심리학자다. 공포 불안 증세를 보이는 환자들을 상담한다. 그러나 사생활이 또 있다. 그는 시카고 교외에서 조로아스터교의 선임 성직자로 일한다. 고대 페르시아에서 생긴 종교 조로아스터교는 일신론을 주장하며 선과, 악의 이분법을 기초로 한다. 기독교와 이슬람교보다 먼저 생겼으며 유대교와는 상호 수평적으로 동일한 일신론이라는 점에서 맥이 통한다.
한 때
4,000만-5,000만명의 신도를 갖고 있던 조로아스터교가 지금은 명맥을 유지하는 데도 버거움을 느낀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조로아스터교 신도들은 그래서 가슴이 답답하다. 심판의 날을 믿는 조로아스터교는 페르시아 제국 시절에 왕들의 지배철학이기도 했다.
안샤는 “100년 후면 아예 신도가 남아있지 않을지 모른다”고 걱정한다. 미 중서부 지역의 신도가 고작 80명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자 안샤의 한숨은 깊어만 간다. 3,00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는 조로아스터교가 고사 직전에 있는 것이다.
조로아스터교 신도들은 지금의 로마, 그리스에서 인도, 러시아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에 퍼져 있었다. 그러나 그 찬란했던 역사가 쪼그라들어 2004년 현재 세계적으로 많아봐야 19만 명 정도, 적게 잡으면 12만4,000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 숫자조차도 그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과거 페르시아 제국으로 조로아스터교의 발생지였던 이란에 남아 있는 신도수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신도들이 줄어드는 이유는 이들의 이동과 현실적응 때문이다. 각지에 흩어져 살면서 현지상황에 맞게 살아가고 있어 전통을 유지하는 게 간단치 않다. 새로운 문화에 동화돼 조로아스터교의 전통이 파묻혀버리기 일쑤다. 게다가 조로아스터교가 여성신도들의 사회참여를 권장한 데도 어느 정도 원인이 있다.
커리어우먼들이 많아지면서 자녀수가 줄어들고 자연스레 전체 인구가 감소하게 된 것이다. 조로아스터교에 대해 강의도 하고 글도 쓴 버지니아의 변호사 디나 매킨타이어는 “이제 조로아스터교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커뮤니티 전체의 현안”이라고 한다.
이들은 위기상황을 인식 단합을 외치고 있지만 녹록하지 않다.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데도 이들은 내부 단합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타인종과의 결혼, 개종을 인정할 것인지, 그리고 조로아스터교 신도에 대한 정의에 있어서도 의견이 갈린다. 2년 전 일부에서 전 세계 신도들을 하나로 묶으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전통을 흐리게 한다는 이유로 원리주의 성직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좌초되고 말았다.
대체로 이들은 자신들의 종교가 보편적이고 개방적이길 원치 않는다. 다분히 자신들의 종족에게 국한시키길 원한다. 바꿔 말하면 이러한 생각이 바로 조로아스터교의 쇠퇴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있다.
남아프리카에서 최근 이 지역의 마지막 성직자가 사망했다. 더 이상 의식을 집전할 성직자가 없는 것이다.
시카고의 조로아스터교 지도자 로힌튼 리베트나는 바로 이러한 현실을 감안해 지구촌 네트웍 형성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아직은 뚜렷한 진척이 없지만 그의 결연한 자세에는 변함이 없다. 생존전략이라는 것이다.
종족 차원에서는 단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개별적으로는 대다수 성공했다. 이란과 인도의 고향을 떠나 각지에 퍼져 있는 이들은 중, 상류생활을 하고 있다. 미국에 1만1,000명, 캐나다에 6,000명, 영국에 5,000명, 호주에 2,700명,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들에 2,200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페자나 저널’ 조사결과 나타났다.
이란에서 서기 700년께 회교도가 득세하면서 조로아스터교 신도들에 대한 박해가 시작됐다. 개종하지 않으면 죽였다. 조로아스터교도들은 이란을 떠났다. 보트피플 신세였다. 이들이 인도에 정착했다. 예전에 봄베이로 불린 뭄바이 지역을 이들이 일궜다. 이 곳이 조로아스터교도들의 중심지가 됐다.
조로아스터교는 신도들의 자유의지를 매우 존중한다. 종교적인 이슈에 있어서도 강요하는 법이 없다. 타 종교 신도들을 개종시키려 하지도 않는다. 사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기도해도 무방하다. 성직자가 있지만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위계질서는 없다. 이들의 가장 근본적인 교리는 보편타당한 윤리관과 통한다. ‘좋은 생각, 좋은 말, 좋은 행동’이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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