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 고유가로 방콕 휴가족 많아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몇 년전 한 광고의 카피처럼 휴가는 보상이고 쉼이고 달콤한 소비를 자극하는 말이다. 그러나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이들도 많다.
3년째 여름휴가를 떠나지 못하는 P씨는 가족들에게 미안한 맘이 앞서지만 올해도 원거리 여행을 포기했다. 장기적인 불경기로 매출은 예년같지 않고, 그렇다고 하루라도 비즈니스를 닫기엔 타격이 커서 주말 공원에서 바비큐 나들이하는 것으로 끝내려 한다. 버클리에서 스시맨으로 일하는 K씨도 휴가를 냈지만 방콕하기로 했다. 무리하면 어떻게든 떠날 수 있지만 장거리 운전은 피로하고 더욱이 치솟는 유가에 만만치 않은 경비가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대신 K씨는 주택 앞마당에 간이 풀을 만들어 아이와 알뜰 바캉스를 보낼 계획.
늘어난 방콕휴가족으로 반사이익을 보는 업계도 있다. 코리아나플라자 비디오점 관계자는 “경기보다 프로그램인기도가 대여율에 더 많이 작용하기는 하지만 올여름은 경기에 비해 비교적 대여율이 좋은 편”이라며 “사극 ‘주몽’의 인기가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연개소문’과 ‘돌아와요 순애씨’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말했다. 서점 관계자들도 “휴가가는 대신 집에 읽을 책을 사러 오는 사람이 늘었다”고 반겼다.
오클랜드에 사는 S씨는 “어디 가야만 휴가를 즐기는 건 아니다. 여름휴가는 1년의 절반을 되돌아보는 하프타임이다. 하반기의 삶을 계획하며 머리와 마음을 비우는 것이 진정한 휴가”라며 “반복되는 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먼저 풀고 시간 없어서 미뤄뒀던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신영주 기자/yj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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