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간다… 나무가지를 통째로 흔드는 바람부는 계절이 되니 따뜻한 얘기가 그리워진다. 추억의 이야기 그리움의 이야기 사랑이야기... 사랑이야기 중에도 제일 감동스런 이야기가 친구들의 이야기다. 혈육이나 연인들의 맹목적인 정이 아닌 인품이나 감동으로 맺어진 인연이라 그럴까. 몇해 전 읽은 감동의 친구들 이야기가 생각난다.
세 친구가 모였다 한 사람은 시인, 한사람은 성악가, 한사람은 작곡가였다. 어느 날 세 사람은 일생일대의 커다란 포부를 세웠다 – 세 사람은 각자 따로 세계를 돌며 창작을 하고 몇년 뒤에 모여 시인의 시에 작곡가는 곡을 붙여 성악가는 그 노래들을 부른다는 것이다. 십년 후 그리스의 연안 드넓고 푸른 지중해의 하늘아래서 열리는 야외 음악제에서… 그 꿈을 안고 세 친구는 헤어졌다. 드넓은 세상으로 위대한 꿈을 위해…
아! 그러나 그 꿈은 깨어졌다. 얼마후 슬픈 소식이 들려왔다. 친구 시인이 죽었던 것이다! 위대한 작시를 할 친구가 없이 그 위대한 꿈의 음악회는 열릴 수 없었다. 슬픈 가슴을 안고 작곡가는 한 곡을 지었다. 친구들과 함께 만드는 연작곡대신 단 한 곡만을 – 그것은 ‘친구를 위한 진혼곡’이였다. 그 곡은 슬픔외에도 기쁨과 사랑과 낭만이 서린 특이한 아름다움을 가진 진혼곡이다.
이 사연은 그 음악이 하도 좋아 내가 작곡가에 대해 더 알아보던중 우연히 만난 것인데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으로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그후 그곡도 사연도 다시는 찾아 볼 수 없었다. 내 기억에만 어렴풋이 남아있는 그 아름다운 사연, 그 곡조… 그 작곡가는 다름아닌 영적인 아름다움을 노래한 프랑스의 낭만파 작곡가 가브리엘 포레 (Gabriel Faure)이다.
나는 가끔 그 친구 시인이 죽지않고 예정대로 그 위대한 음악회가 열렸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본다. 굉장하였을까, 초라하였을까. 아무러나 좋다. 그 아름다운 꿈은 세 친구를 한데 묶었고 그들의 삶을 풍부하게 만들었고 그로 인해 그들의 예술을 키웠다. 그 꿈이 지속하던 동안이나마... 그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라도 좋다. 읽는 이로 하여금 꿈을 꾸고 예술을 사랑하게 만들었으니…
그런데 얼마전에는 이같이 아름다운 세 친구의 이야기가 한국에서 꿈처럼 들려왔다. 세 친구는 각각 시인, 화가, 소설가로 고향마저 같은 남도의 장흥 고을내기들이다. 그들은 어느 날 “우리가 함께 모여 우리 맘속에 어머니처럼 고이 품고 사는 ‘그리운 고향’을 노래한다면... 우리의 어린 시절과 꿈이 살아있는 고향을 그린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추억이, 고향이 될까...” 하고 마음을 모았다. 그리하여 시인은 시를 쓰고, 화가는 그리고, 소설가는 얘기를 엮어 책을 하나 펴냈다. 꿈같은 이야기에 꿈같은 책…
그들은 그 이름도 당당한 화가 김선두, 시인 김영남, 소설가 이청준이다. 그 대단한 책은 ‘옥색바다 이불삼아 진달래꽃 베고 누워’이다. 처음엔 모두 생소했지만 이제 내게는 정답기 그지없는 이름들이다. 김선두 화백은 “고향 속살 읽기”라는 시적인 이름으로 개인전을 했다. 그림들은 “남도 시리즈”라는 아늑하고 정겨운 이름으로 불린다. 그의 그림에선 흙, 나무, 밭, 길, 밭가의 원두막, 살금살금 다가가는 빡빡이 머리의 머스마, 판자 엉성한 고향집 등등... 모두 하나 우리의 향수를 불러내지 않는 것이 없다. 고향이 서울이라도 그 흙내나는 밭이 그리워지게 할만한 그런 그림들이요 이야기들이다.
나는 요즘 들어 이처럼 감동적으로 삶과 예술, 고향과 우정이 한데 어울린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 어린시절이 꿈과 추억과 고향에 서린 이야기, 우정이 살아 꿈틀이는 이야기... 그렇다! 꿈은 정녕 힘이고 예술이고 삶이다! 인생은 아직도 푸르고 살만하다! 우리도 꿈꾸자. 사랑하자. 명상하자. 책을 읽자. 예술을 가슴에 품자. 행복의 씨를 뿌리자. 삶을 풍요롭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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