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그레이 데이비스가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재선됐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했다. 막대한 재정적자, 최악의 경제 사정, 전국 최고의 주거생활비, 올라가기만 하는 세금 등등. 원성의 한복판에 있던 그가 낙선의 고배를 마실 가능성은 매우 높았고, 또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렇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의외였다. 데이비스는 일반의 예상을 비웃듯 의기양양하게 재선에 성공했다. 1년 전 주지사 선거 결과에 의아해 하던 사람들은 그 때와는 다른 의미로 뜨악한 감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캘리포니아 사정이 나쁘기는 마찬가지인데, 이렇게 금방 물러나라고 할 바엔 1년 전 주지사 선거할 때 그에게 표를 찍지 말았어야 했다는 유감이다.
그것은 데이비스 현 주지사를 동정해서가 결코 아닐 것이다. 본인의 주장대로 이번 소환 투표가 정치적인 의도에 의해 주도되었다고 해도, 또 잘못된 결과가 모두 자신 탓이 아니라고 해도 그는 책임을 피해가기 어렵다.
그들이 걱정하는 것은 소환선거에 따른 막대한 비용 지출과 정책 추진의 시간낭비, 주지사를 갈아치워도 단기간에 나아질 것 같지 않는 향후 전망이다.
이번 소환선거를 치르자면 약 6,600만 달러의 비용이 들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주 재정적자가 382억 달러나 되는 상황에서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 소환투표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 캘리포니아는 주지사를 바꾼다고 단기간에 문제가 해결될 상황도 아니다. 물론 데이비스 주지사가 교체되지 않는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주 정부 재정적자는 IT산업이 기울고 거품 경제가 꺼지면서 빚어진 세수 부족에 따른 것이다. 이런 위기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주 정부와 정치인들의 책임은 무겁다.
미국의 언론들은 그러나 캘리포니아의 직접 민주주의제도에서 보다 근본적인 문제점을 찾고 있다.
해마다 증가하는 주민발의 투표 때마다 수백만, 수천만 달러의 비용이 들어가고, 그 돈은 주민들의 세금으로 충당된다. 더 중요한 것은 주민발의에 의한 법률들이 대부분 세금은 적게 내고 공공지출은 늘리는 방향으로 제정된다는 점이다. 적은 세금과 많은 공공지출은 적정적자를 증가시킬 수밖에 없다.
주민 발의 법안이 많다보니 가주 예산의 70%정도가 이에 의해 용처가 확정돼 있다고 한다. 자연 주 정부가 운신할 수 있는 폭이 매우 좁다.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누가 주지사가 되더라도 이런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상황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소환투표는 그렇지 않아도 휘청거리는 가주 경제에 더욱 타격을 줄 것이 분명하다. 거액의 선거비용도 문제지만 선거에 따른 정책 추진의 시간낭비는 더 큰 문제다. 당장 경기회복에 총력을 기울여야할 소중한 시간을 선거에 모두 빼앗기고 있다.
새 주지사를 뽑는다해도 그가 업무을 파악하고 새로운 전략을 수립할 때까지 정책 추진이 지연될 것이다. 제대로 능력을 갖춘 사람이 주지사가 된다는 보장도 없다. 135명이나 되는 후보가 난립했지만 출중해 보이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능력을 검증할 시간적인 여유도 부족 하다.
이번 선거는 또 기업인들에게 가주가 기업하기 힘든 곳이라는 인상을 더욱 심화시켜 줄 것이다. 가주는 그렇지 않아도 비싼 세금과 보험료 등으로 기업들을 더욱 높이고, 주정부의 재정적자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불어올 것이 틀림없다. 소환투표에 환호하는 가주 주민들의 기분은 이해되고도 남는다.
그러나 이번 소환 투표는 잘못한 공직자를 응징한다는 의미 외에는 실익이 아주 적어 보인다. 그럼에도 돈 쓰고 시간 낭비하면서 실시되는 소환투표인테 혹시 1년 전과 같은 결과가 또 나오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안병선
샌프란시스코지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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