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아침 일찍 출발해서 한인타운 한 호텔에서 열린‘탈북자와 북한 인권을 위한 특별 세미나’에 참석했다. 연사로 초청된 미 상원의원 샘 브라운백의 탈북자 및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열성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미국의 각주에서 2명만 선출하는 100명밖에 안 되는 상원의원으로 1996년 40세의 나이로 당선되어 오늘에 이르렀음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일찍 입신양면한 원인이 무엇일까 하고 잠시 봤지만 한 마디로 총명하면서도 목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격이 없는 대화가 가능했고 유머가 있는 친절한 언행이었음에 고개가 저절로 수그러졌다. 반면에 우리는 지금 이민 100주년이 되었다며 우리끼리 요란하게 외쳐되며 각종 사업에 부산을 떨지만 현재 하원의원 한사람, 상원의원 한사람이라도 워싱턴 정계에 입성시키지 못하고 샘 브라운 백 상원의원에게 매달려 부탁해야 한다는 데 만감이 교차한다.
우리도 하루 속히 유대민족처럼 소수의 막강한 정치력을 발휘할 때를 희망하며 지금부터라도 인재를 기르는 준비작업을 착실히 해 나가야 민족의 주인의식과 자긍심을 세울 수 있을 것 같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3대 심기 운동을 머리 속에 떠올리게 한다. “산에 나무를 심자! 마음에 이상을 심자! 사회에 인재를 심자!”라고 외치며 민족의 백년대계를 위해 준비해야 된다는 걱정을 했었다.
그리고 언제나 이와 같은 세미나에 참석해 보면 주인공과 사진을 찍기에 바쁘고, 영어 잘하는 것만으로 핵심 없는 질문을 해서 시간을 허비하여 진지하지 못한 형식적인 세미나가 되고 만다. 참석자들에게 겸양도 보이는 상대가 우리를 어떻게 볼까 생각해 주었으면 좋 겠다.
나는 이날의 주제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우리가 언제까지 중국의 감시망을 뚫고 만주벌판을 헤매고 압록강 두만강 너머를 처다 보며 기다리는 소극적인 방법으로 탈북자 돕기 운동을 전개해야 하는가 말이다.
동서독 시대 동베르린 소재 니콜라이 교회의 신도들이 20만 명이나 되는 비밀경찰의 삼엄한 감시 속에서도 이사야41장 10절 “두려워 말라!....”를 기도와 외침으로 시작한 민중봉기는 1년만에 100만 명으로 불어나 장벽을 무너뜨리고 통일을 이룩한 역사적 사실을 상기해 보게 된다. 우리도 적극적인 방법으로 북한동포들이 정권에 대항하여 자발적으로 봉기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학자에 따라 다소 다르지만 국민 또는 인민을 결속시키는데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위협적 호소이고 다른 하나는 희망적 호소이다. 물론 위협적 호소와 희망적 호소 두 가지 방법을 적절히 사용해서 국민을 총화 단결하게끔 하겠지만, 주로 한국정부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호소하던 위협적 호소의 대 국민 홍보전략을 그때그때 단기적 효과는 거두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 안목에서는 오히려 ‘양치는 목동과 늑대 이야기’처럼 역효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북한 정권의 핵무기 보유로 북한의 위협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패배의식에 젖어 국외로의 경쟁적 이민현상이 일어나고 있는가 하면 북한에 동화되어 김정일정권을 찬양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북한의 경우 어제까지는 주한 미군을 위협적 호소로 내부 결속을 강요했고 지금은 세계최강의 미국과 싸울 수 있는 핵무기를 자신들도 보유했다며 인민들에게 희망적 호소로 단결을 요구하고 있다. 위협적 호소보다 희망적 호소가 내부 결속의 강도가 더 강하며‘아노미’현상을 방지하는데 효과적이다.
이러한 북한의 상황을 살펴볼 때 지금까지의 탈북자를 위한 소극적인 방법에 내부적 붕괴를 유도하는 적극적인 방법을 병행하는 것이 탈북자와 북한 인권문제를 보다 짧은 시간에 풀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박종식/예비역 육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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