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장애인의 달이다.
한인사회에서도 이런저런 장애인 행사들이 준비된다. 관심이 없던 예전과 달리 장애인에 대한 관심과 문제의식도 다소 고개를 든다. 4월은 장애인의 달이자 장애인의 날이 있기 때문인가 싶다.
10년 넘게 장애인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한 친구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장애인들을 향한 마음이 4월만 같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어쨌든 평소와는 다른 장애인에 대한 한인들의 관심 때문이란다. 하지만 4월이면 의례적으로 지나쳐 가는 일시적 관심이 아니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매년 변하지 않는 것은 안타깝다고 한다.
4월 장애인의 달에는 유독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삼중고를 이기고 세계의 모든 이들에게 희망의 빛을 던진 헬렌 캘러가 바로 그이다. 그는 ‘3일 동안만 볼 수 있다면’의 저서에 이렇게 쓰고 있다.
“내가 이 세상을 사는 동안에 유일한 소망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죽기 전 꼭 3일 동안만 눈을 뜨고 보는 것이다. 내가 만약 사흘 간 볼 수 있다면, 첫날에는 나를 가르쳐 준 설리번 선생님을 찾아가겠다. 지금까지 손끝으로만 만져서 알던 그 인자한 얼굴, 그리고 그의 아리따운 몸매 등을 몇 시간이고 물끄러미 보면서 그의 모습을 나의 마음속 깊이 간직해 두겠다. 다음엔 나의 친구들을 찾아가서 들로 산으로 나가겠다. 저녁이 되면 석양에 빛나는 아름다운 노을을 보고 싶다.
둘째 날엔 새벽에 일찍 일어나 이른 새벽에 먼동이 트는 장엄한 장면을 보고, 아침에는 박물관, 오후에는 미술관, 그리고 저녁에는 보석 같은 밤하늘의 별들을 보면서 하루를 지내겠다. 마지막 날에는 일찍 큰길가에 나가 출근하는 사람들의 얼굴표정을 보겠다. 아침에는 오페라 하우스, 오후에는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감상하고 그러다 어느덧 저녁이 되면 나는 건물의 숲을 이루고 있는 도시 한 복판으로 나와서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거리의 가게에 진열된 아름다운 상품을 보면서 집에 돌아온다. 눈을 감아야 할 마지막 순간에 나는 3일 동안만이라도 볼 수 있게 해준 하나님께 감사하다고 기도를 드리고 영원히 암흑의 세계로 돌아가겠다.” 이처럼 헬렌캘러의 ‘3일 동안만 볼 수 있다면’ 책에서 말하는 희망사항이란 지극히 평범한 것들이고 우리가 매일 누리며 살고 있는 것들이다.
우리는 4월 장애인의 달을 맞아, 헬렌 캘러의 이 절박한 이야기를 생각하며 우리가 눈을 뜨고 하는 일들이 모두 보람있고 가치 있는 일인지를 한번 생각해 봐야할 것이다.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남을 위해 위대한 일을 많이 한 헬렌 캘러의 유명한 일화를 우리 모두는 알고 있을 것이다. 때문에 과연 우리가 감사하게 생각해야 할 일이 어떤 것들이며 우리는 남을 위해 또 우리 스스로를 위해 얼마나 보람있고 값진 일을 하고 있는지도 한번쯤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언젠가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는 친구가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들의 외모만 보고 너무 쉽게 판단하고 있다. 그리고 한번 결정하면 언제나 그들을 볼 때마다 선입견으로 바라보고 있다.
장애인들이 그런 편견 때문에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고 있는지는 모른다.
단지 신체적으로 장애를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이 결정되는 현 한인사회의 분위기가 너무도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며 장애인에 대한 한인들의 편견을 안타까워했다.
아직도 많은 한인들이 길을 가다 장애인을 보게 되면 무조건 가엽고 딱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서로의 운명과 생활을 함께 하는 공동체인 한인사회 속에서 육체적 장애를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차별과 소외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명심해야 한다.
성경은 ‘사람을 외모로 판다하지 말라’고 하면서 하나님은 ‘사람의 중심, 즉 마음을 보신다”고 기록하고 있다.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모든 한인들이 육체적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볼 때 외모보다는 그 사람의 마음을 볼 수 있는 눈을 갖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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