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의 음주문화가 상당히 심각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 이 모씨가 음주운전으로 인해 사망한 사건은 우리 모두에게 경종이 아닐 수 없다. 젊은 나이에 비명횡사한 이 사건이 아니더라도 수 없이 크고 작은 음주운전 사고가 있었다.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로 신중한 변화가 있어야 할 때다. 자신의 생명도 소중하지만 자칫 타인의 생명을 불귀의 객으로 만들 수 있는 음주운전의 폐해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치 않다.
사람들이 술을 마시면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점잖기로 소문난 사람이 수다쟁이로 돌변하는가 하면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는 사람도 있다. 술취한 사람들의 돌발적인 행동 유형은 그야말로 천태만상이다. 술의 이러한 힘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그 해답은 바로 ‘마취능력’이다. 특히 대뇌를 마취 시키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진다고 의사들은 말한다.
미국의 MADD(음주운전방지어머니단체)는 혈중알코올농도 0.08%의 음주상태는 음주하지 않은 상태보다 치명적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11배나 된다고 하여 음주운전 단속 강화를 역설했으며, ABI(미국주류연구소)에서도 ‘음주가 운전에 미치는 연구보고서’를 인용, 0.1%의 음주상태에서 사고발생률은 셀폰 사용시와 같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어 미국 내에서도 음주운전에 대한 폐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미 상원은 지난해 6월 미국내 ‘음주운전혈중알콜강화기준’을 위한 법안을 만장일치로 제정하고, 본 법안에서 현재 미국내 32개주에서 적용하고 있는 혈중알코올 기준을 0.1%에서 2004년까지 0.08%(현재 18개주 시행)를 적용하도록 하고, 이를 시행하지 않을 경우 정부에서 지급하는 고속도로보조금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프랭크 상원의원은 이 법안이 전국적으로 시행될 경우 년간 500∼700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술이 지나치게 되면 자신의 신체와 정신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들의 정서와 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런 이유에서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은 개인적인 문제를 넘어서 가족 전체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술을 마시고, 배우자나 부모 자식에게 신체적 학대를 행사하는 사람들이 한인사회에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점차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알코올 남용자들은 대체로 자기 중심적이기 때문에 가족 중에 이런 사람이 있게 되면 나머지 가족들은 상당한 심리적 갈등을 겪는다. 실제로 알코올중독자의 배우자들은 불안, 우울, 강박, 적대감을 보이며 부부간의 친밀도가 낮아 정상적인 결혼생활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인해 가정파탄에 이른 사례도 한인사회에 적지않다. 특히 저소득층에서 음주는 부부갈등의 가장 주된 원인이라는 연구도 있다.
또한 알코올중독자의 자녀들도 부정적인 환경에서 자라게 돼 여러 가지 적응상의 문제를 갖게 된다. 자식들에게 미치는 정서적인 피해로 ▲아이들이 감정표현을 억제함 ▲집안의 안정과 평화가 깨짐 ▲아이들이 자신에게 해로운 방법으로 두려움이나 분노를 표현 ▲의존적인 성향을 가지게 됨 ▲사람들을 기만하고 조정하는 것을 배우며 ▲아버지의 술버릇을 자신의 행동과 연결, 죄책감에 빠질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음주는 가정 폭력과도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한 연구에 따르면 아내구타자의 반수 이상이 폭음자나 알코올중독자이고 한국의 경우 술을 마신 후 아내를 구타한다는 알코올중독자는 50%에 이르고 있다.
요컨대, 술이 끼치는 폐해는 그 범위가 넓고 상당히 많다고 할 수 있다. 미 국립 알코올중독 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음주운전사고 사망 수는 1년에 2만6,000명이며 음주관련산업재해사망은 1만2,600명, 부상 2백2십만명 등이다. 아울러 살인 50%가 음주와 관련이 있으며, 자살의 33%, 강간추행자의 50%, 피해자의 31%, 폭행가해자의 79%가 사건직전에 음주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음주로 인한 피해가족 수는 최소 36억명에 이르고 있다는 연구자료는 망연자실할 뿐이다.
한인들의 식문화와 함께 줄곧 곁들여지는 음주문화는 이제 지난날의 비 자동차 문화권에서 행해지던 음주문화와는 비교자체가 무리다. 자동차가 없이는 한시도 살 수 없는 자동차 문화권에서 한 순간에 비명횡사 할 수도 있는 술(죽음) 권하는 음주문화는 자신뿐 아니라 가족, 사회에 불행한 요소로 둔갑하는 것이다. 음주운전의 근절은 술 권하는 음주문화에 대한 근본적 변화가 있지 않으면 안된다.
<편집·취재부장 ej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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