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칼럼
▶ 김명욱(목회학박사. 종교전문기자)
해마다 연례 행사처럼 이뤄지는 물난리가 올해도 어김없이 고국에 찾아왔다. 이번 홍수는 100년만에 온 대홍수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수 없이 많은 인명, 가축, 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남한과 북한에 함께 몰아친 대홍수로 집을 물에 떠내려보낸 많은 수재민들은 먹을 것과 입을 것과 잘 곳이 없어 어려움을 당하고 있다. 강원도 오지에 친척을 둔 뉴욕에 사는 한 친구는 걱정이 태산같다.
수마(水魔)가 할퀴고 지나간 동네엔 집도 없이 산으로 피신한 친척들이 하나 둘이 아니란다. 다행히 전화가 연결돼 실정을 알아보니 많은 친지들이 이번 홍수에 집과 전답(田畓)을 잃고 생계가 막막하다는 것이다. 이 친구, "가진 돈도 없는데 어떻게 그 친지들을 도와야 할지 대책이 생각 안 난다"라고.
속담에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란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이 말을 입증해 주듯, 해외에 사는 동포들은 고국이 어려워 할 때마다 적은 주머니들을 털어 도와 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많은 단체와 개인들이 정성을 다해 한국 수재민 돕기에 앞장서고 있다. 참으로 좋은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우선 모금을 전개하고 있는 한인 단체들을 한 번 열거해 보자. 대뉴욕지구한인상록회, 뉴욕한인봉사센터 경로회관, 플러싱 경로센터, 뉴저지상록회, 뉴저지한인회, 뉴욕대한체육회, 재미대한뉴저지축구협회 등이다. 그리고 본보를 통해 이미 의연금을 접수시킨 한인단체와 개인들이 계속 늘고 있다.
한국 수재민 돕기에 나선 단체들 중 대뉴욕지구한인교회협의회와 뉴저지한인교회협의회가 있다. 뉴욕 교협은 뉴욕 인근 400여개 한인교회의 대표 기관이다.
뉴저지 교협은 뉴저지 지역 200여개 한인교회의 대표 기관이다. 이 두 단체가 발 벗고 나서 수재의연금을 모금하고 있다. 교협 뿐만 아니라 불교계와 가톨릭계에서도 모금 운동을 펼치고 있다.
종파와 종단을 떠나 모금 운동이 벌어짐은 좋은 일이다. 이렇게 종교 기관들이 한 핏줄인 한국에 있는 동포들의 어려움을 돕기 위해 나서는 것은 사랑과 자비에 바탕을 둔 이타심(利他心)의 발로라고 할 수 있겠다.
교계가 나서고 많은 한인 단체들이 나서서 모금운동에 동참함은 동포들의 단결과 합심을 보여주는 좋은 계기도 될 수 있다.
뉴욕시를 포함해 뉴욕 인근에는 한인들이 40여만 명이 거주한다고 한다. 한 사람이 1달러씩 수재 의연금을 내도 40여만 달러가 모금될 수 있다. 적게 낸 성금이라도 그 성금에 어려움을 당한 동포들을 돕겠다는 마음만 담겨 있으면 된다. 오히려 작은 정성이 더 귀할 때가 많다.
뉴욕 교협과 뉴저지 교협은 산하 모든 교회들에게 공문을 발송해 이번 수재의연금 모금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많은 교회들과 교인들이 이에 동참해 어려움을 당한 고국의 동포들을 돕는다면 해외에 사는 한인동포들의 위상도 올라갈 것이다. 꼭 위상만이 아니다.
천재(天災)를 당한 동포들에게 인륜(人倫)의 덕을 베품은 천륜(天倫)이기에 반드시 수재민을 도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사람이 사는 동안 남을 도우며 사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
베풀며 사는 사람은 복이 많은 사람들이다. 베풀면 베푼 만큼 하늘이 복을 내리는 것은 꼭 기복신앙(祈福信仰)에 근거한 얄팍한 논리는 아니다. 고래(古來) 이래로, 베푸는 자에게 항상 좋은 일이 따라 다니는 것은 순리(順理)에 해당하는 것이다.
나에게 재산이 남아돌아 남을 돕는 것은 진정, 정성으로 돕는 것은 아니다. 나에게 가진 것이 풍족하지 않은 상황에서 남을 돕는 것이야말로 진정 남을 돕는 정성에 속한다.
한 푼, 두 푼 정성어린 모금이 전개돼 고국 동포들의 어려움에 동참한다면 2세와 3세들에게도 좋은 본보기를 낳을 것이다. 흔히 자녀 교육을 위해 이민 왔다는 동포들이 많다. 자녀 교육은 반드시 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도와주는 모범을 부모가 보여줄 때, 이것은 자녀들에게 보여주는 산 교육에 속한다.
작은 정성이라도 동포들의 마음이 하나로 합쳐진 성금이 많이 모아져 집도, 옷도, 먹을 것도 없는 고국의 수재민들에게 빨리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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