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서 재산이 많은 사람이 왜 소송의 첫 표적이 되는지 이야기했다. 등기부에서 내 이름으로 나오는 재산이 많을수록 상대 변호사는 ‘여기 받아낼 게 많겠다’고 생각해 소송에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법을 어기지 않으면서 등기에서 내 이름을 지울 수 있을까. 방법은 두 가지를 함께 쓰는 것이다. 하나는 ‘토지신탁(Land Trust)’, 또 하나는‘LLC’라는 회사다. 그리고 그 회사를 어느 주에 세우느냐도 중요하다.
■토지신탁 - 등기에서 이름을 떼는 가장 쉬운 방법
토지신탁에는 세 사람이 등장한다. 신탁을 만드는 본인, 서류에 이름만 올려 주는 ‘대리 명의인’, 그리고 진짜 주인(역시 본인)이다. 부동산을 이 신탁에 맡기면 등기부에는 대리 명의인 이름만 올라가고 진짜 주인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계약서 안에만 남는다. 대리 명의인 자리에 회사(LLC)를 앉히면 그 회사 주인이 누구인지조차 밖에서는 알 수 없다.
세금은 그대로다. 연방 국세청(IRS)은 이 신탁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보기 때문에 부동산에서 나오는 소득도 지금처럼 본인 세금 신고서에 적으면 된다. 다만 대출이 남아 있는 부동산을 신탁에 넣을 때는 주의해야 한다. ‘집 주인이 바뀌면 대출을 한꺼번에 갚아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본인이 사는 집은 법이 이를 막아 주지만 세를 주는 집은 그렇지 않다.
■LLC라는 든든한 방패
여기에 한 겹을 더 입힐 수 있다. 부동산을 토지신탁에 넣되, ‘진짜 주인’ 자리에 LLC라는 회사를 세워 두는 것이다. 이 회사에는 돈을 받아내려는 상대(채권자)가 함부로 손대지 못하게 막아 주는 장치가 있다.
회사 주인이 개인적인 빚 때문에 소송에서 지더라도 상대가 할 수 있는 일은 딱 하나뿐이다. 회사가 주인에게 이익을 나눠 줄 때 그 돈만 가로채는 것이다. 부동산을 팔라고 할 수도, 회사 통장에서 돈을 빼낼 수도, 회사 운영에 끼어들 수도 없다. 게다가 돈은 한 푼도 못 받으면서 세금만 물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상대는 처음 요구했던 금액보다 훨씬 적은 돈에 합의하자고 먼저 손을 내밀게 된다.
■왜 하필 와이오밍인가
같은 LLC라도 어느 주에서 만드느냐에 따라 보호의 강도가 다르다. 와이오밍이나 네바다 같은 몇몇 주는 ‘상대가 할 수 있는 건 그 한 가지뿐’이라고 법에 분명히 못 박아 두어 주인이 한 명뿐인 회사에도 강한 보호를 준다. 반면 캘리포니아·뉴욕·플로리다는 상대에게 그 이상을 허용한 사례가 있어 보호가 약한 편이다. 단, 본인이 사는 주(예: 캘리포니아)에서 실제로 사업을 한다면, 회사를 와이오밍에 세웠더라도 그 주에 따로 등록하고 매년 비용을 내야 한다.
■자주 빠지는 세 가지 함정
첫째, 살고 있는 집을 회사 명의로 돌리면 ‘내 집을 빚에서 지켜 주는 제도’의 보호를 잃을 수 있다. 텍사스나 플로리다처럼 이 보호가 강한 주는 ‘사람이 직접 갖고 살아야 한다’는 조건을 두기 때문에, 회사 이름으로 바뀌면 보호가 깨진다. 이런 주에서는 집을 회사가 아니라 토지신탁에 넣는 것이 정석이다.
둘째, 회사 돈과 개인 돈을 섞어 쓰면 안 된다. 그러면 법원이 “사실상 개인 돈 아니냐”며 회사의 보호막을 인정하지 않는다. 회사 통장을 따로 두고, 계약도 회사 이름으로 하는 기본을 꼭 지켜야 한다.
셋째, 시점이 중요하다. 소송이 이미 시작됐거나 곧 닥칠 상황에서 재산을 옮기면 ‘재산 빼돌리기’로 보여, 그 이전 자체가 무효가 된다. 아무 일도 없는 평온할 때 미리 만들어 두어야 한다.
■맺음말: 두 겹의 울타리
이 구조는 보험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보험 위에 한 겹을 더 두르는 것이다. 먼저 책임 보험으로 1차 울타리를 두껍게 치고, 그 위에 토지신탁과 LLC로 2차 울타리를 세운다. 두 겹이 함께 버틸 때, 상대가 “소송해 봐야 받아낼 게 없다”고 판단하는 구조가 완성된다.
임대 부동산을 살 생각이라면, 처음부터 토지신탁 이름으로 등기하고 그 주인을 와이오밍 LLC로 정해 두는 것이 가장 깔끔하다. 이미 산 뒤에 옮기면 주에 따라 세금이 다시 붙는 등 비용이 더 들 수 있다. 한국 돈으로 투자하는 경우라면 자금이 어디서 왔는지 증빙을 갖추고, 한국과 미국 양쪽에 신고하는 일도 함께 챙겨야 한다. 자산을 불리는 일과 지키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그리고 지키는 준비는, 자산을 만들기 전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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