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마지막 주에 이르면 새해라는 말은 더 이상 결심의 언어가 아니라 성찰의 언어가 된다. 연초에 세웠던 다짐은 어느새 일상의 무게 속에서 흔들리고, 우리는 다시 질문 앞에 선다. 나는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나의 신앙은 이 삶의 현실 속에서 여전히 살아 움직이고 있는가? 이민자의 삶을 사는 우리에게 이 질문은 더 깊고 절실하다. 이민자의 삶은 정착의 이야기이기보다 기다림의 이야기이며, 안정의 서사가 아니라 긴장의 연속이다.
최근 몇 년간 미국의 이민정책 변화는 이러한 불안을 더욱 현실적인 것으로 만들고 있다. 그 중 하나는 불법체류자 단속과 추방 절차의 강화다. 행정 집행의 강화는 단지 일부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과 공동체 전체를 긴장하게 만든다. 서류 하나, 절차 하나가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민자들에게 늘 무거운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와 같은 현실을 바라보는 이유는 단지 상황을 분석하거나 불안을 나열하기 위함이 아니다. 신앙인은 언제나 현실을 외면하지 않되, 현실 너머를 바라보는 사람들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다시 신앙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성경은 떠남과 이동, 불안과 기다림의 경험을 신앙의 중심 이야기로 전하며, 오늘을 사는 이민자의 삶을 자연스럽게 비추는 거울이 된다.
아브라함은 부르심을 따라 본토와 친척과 아비 집을 떠났고, 이스라엘 백성은 애굽에서 나그네로 살았다. 초대교회의 성도들 또한 흩어진 디아스포라로 살아가며 믿음을 지켜냈다. 성경이 반복해서 말하는 것은 분명하다. “너희도 나그네였음을 기억하라.” 이 말씀은 단순히 약자를 동정하라는 권면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이 어떤 존재인지를 규정하는 정체성의 언어다. 하나님의 백성은 언제나 완전히 정착한 사람들이 아니라, 하나님을 의지하며 길 위에 서 있는 나그네와 같은 사람들이다. 이민자의 삶은 그 자체로 성경적 삶의 구조를 닮아 있다.
이런 점에서 존 웨슬리(John Wesley, 1703-1791) 신학은 오늘의 교회에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웨슬리는 신앙을 개인의 내면에 머무는 종교로 이해하지 않았다. 그는 하나님의 은혜가 인간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그 변화가 반드시 삶과 관계, 그리고 사회 속에서 드러나야 한다고 보았다. 웨슬리가 말한 성화(sanctification)는 세상과 거리를 두는 경건이 아니라, 세상 한가운데서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살아내는 과정이었다.
이민자의 삶은 그 자체로 성화의 자리다.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도 정직을 선택해야 하고, 두려움 속에서도 이웃을 돌아보아야 하며, 경쟁과 생존의 논리 속에서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웨슬리는 바로 이러한 자리에서 은혜가 더욱 선명해진다고 믿었다. 은혜는 안전할 때보다 흔들릴 때, 풍족할 때보다 결핍 속에서 더 깊이 체험된다.
그렇다면 오늘의 교회는 어떤 공동체여야 하는가? 교회는 이민 현실의 불안을 외면한 채 영적인 언어만을 말하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된다. 동시에 정치적 구호를 신앙의 언어로 오해하는 곳이어서도 안 된다. 교회는 불안 속에 있는 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안전하게 나눌 수 있는 공간, 판단받지 않고 기도받을 수 있는 공동체, 그리고 함께 울고 함께 희망을 붙드는 신앙의 가족이 되어야 한다.
1월의 마지막 주는 아직 늦지 않은 시간이다. 새해 초에 세웠던 신앙의 결심이 흐려졌다면, 다시 은혜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 웨슬리가 말한 하나님의 은혜는 한 순간의 감동이 아니라, 매일의 삶을 견디게 하는 힘이다. 그 은혜는 우리를 완벽한 사람으로 만들기보다, 두려움 속에서도 사랑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으로 빚어간다.
미국의 이민정책은 앞으로도 계속 변화할 것이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하나님 나라의 가치와 이웃을 향한 책임이다. 낯선 땅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걸음이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교회가 다시 희망의 언어를 회복하는 공동체가 되기를 바란다. 새해는 아직 진행 중이며, 하나님께서는 오늘도 이민자의 여정 가운데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동행하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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