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재만 쏙 빼가는 ‘역인재인수’ 방식, 실리콘밸리 혁신 저해할 가능성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인플렉션AI'의 최고경영자(CEO) 무스타파 술레이만과 직원들을 영입하면서 6억5천만 달러(약 9천억원)를 지불했다.
구글도 오픈AI가 눈독을 들였던 AI 코딩 스타트업 '윈드서프'에서 지난달 창업자 바룬 모한과 핵심 직원들을 데려오면서 2억4천만 달러(약 3천300억원)를 썼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운영사 메타도 1억 달러(약 1천400억원) 이상을 제시하며 최고 수준의 AI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빅테크들 간의 AI 기술 경쟁으로 AI 개발자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운데, 이와 같은 영입전이 실리콘밸리의 혁신을 배태해온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를 수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전했다.
빅테크들은 이전에도 막대한 자금 동원력을 이용해 뛰어난 스타트업을 고가에 고스란히 인수하는 방식으로 '천재 개발자·연구자'와 기술력, 특허 등을 확보해왔다.
지금은 구글의 핵심 서비스가 된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나 전 세계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안드로이드, 세계 최대의 비즈니스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된 MS의 링크트인 등이 모두 인수·합병을 통해 빅테크의 일원이 된 스타트업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빅테크들이 스타트업 전체를 인수하는 대신 창업자 등 핵심 인재만 빼내 가는 방식을 주로 선호한다. 업계에서는 이를 '역인재인수'(reverse acquihire)라고 부른다.
실제로 MS가 인플렉션AI의 인재를 확보하고, 구글이 윈드서프의 개발자들을 영입한 것도 바로 이 방식을 따른 것이다.
역인재인수 방식을 활용하면 복잡한 인수·합병 처리 없이 신속하게 인재를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쟁 당국의 반독점 조사와 승인을 회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이런 방식이 실리콘밸리의 혁신 동력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벤처' 기업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을 설립한다는 것은 엄청난 모험이 따르는 일이다. 대부분 실패를 면치 못한다.
하지만, 드물게 살아남은 스타트업은 수백 배 또는 그 이상의 엄청난 수익을 얻는다. 사업이 성공해서 주식 가치로 보상받거나, 빅테크에 인수돼 단박에 일확천금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역인재인수를 당한 스타트업에 남은 직원들에게는 이와 같은 실리콘밸리의 '공식'이 적용되지 않는다.
창업자와 핵심 인재가 구글로 떠난 뒤 남게 된 윈드서프의 직원들은 사무실에서 눈물을 흘렸다. 비록 경쟁 스타트업에 인수되긴 했지만, 이들은 기대했던 수준의 보상을 거의 받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WSJ은 실리콘밸리의 혁신에는 창업자와 연구책임자뿐 아니라 대규모의 엔지니어링 팀이나 영업·마케팅·인사 등을 담당하는 직원들이 있어야 한다면서 역인재인수 방식 때문에 이들이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됐다고 분석했다.
벤처캐피탈 '데시벨'의 존 사코다 공동창업자는 "(직원들이) 자신이 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면 신뢰가 깨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흐름이 지속하면 스타트업에 합류할 인재들이 안정적인 빅테크행을 택하게 되며, 이는 스타트업의 인재 풀을 얕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는 궁극적으로 스타트업을 품으며 지속적인 혁신을 꾀했던 빅테크들에게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WSJ은 우려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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