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부동산 시장에서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오피스 빌딩을 비롯한 상업용 건물을 주거용 아파트나 콘도로 용도를 변경해 리모델링하는 소위 ‘건물 재활용’ 붐이 한인타운을 비롯해 LA 전역을 휩쓸면서 LA가 전국에서 주거용 전환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상 여파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에 사무실 복귀마저 지체되면서 오피스 건물 수요가 크게 감소하는 등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위축으로 인한 반대급부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부동산 전문매체 ‘더 리얼 딜’은 임대 리스팅 전문 웹사이트 ‘렌트카페’(RentCafe)의 자료를 인용해 LA가 오피스 및 상업용 건물을 주거용 전환을 통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아파트를 공급했다고 16일 보도했다.

렌트카페에 따르면 LA에서 올해 1월에서 6월까지 상업용에서 주거용 전환된 아파트 규모는 모두 1,242유닛으로 705유닛의 플로리다주 키시미를 제치고 전국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어 버지니아주의 알렉산드리아가 648유닛의 주거용 전환 아파트를 공급했고, 하와이주 호놀룰루가 500유닛으로 뒤를 이었다.

LA에서는 주거용으로 전환 공사도 한창이다. 현재 주거용으로 전환 공사를 하고 있거나 앞으로 주거용으로 리모델링을 앞두고 있는 프로젝트까지 합치면 모두 4,130유닛의 아파트들이 상업용에서 주거용으로 재탄생을 앞두고 있다.

사무용에서 아파트 주거용으로 전환 붐은 비단 LA 뿐만이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전국에서 지난 2년 동안 주거용으로 전환된 아파트의 수는 이전 2년과 비교하면 25%나 늘었다. 특히 2020년과 2021년 2년 동안엔 주거용 전환된 아파트의 수가 1만90유닛으로 이전 2년 동안 7,762유닛에 비해 43%나 급등했다. 올해 8월 현재 전국에서 주거용 전환으로 8,300유닛의 아파트가 공급됐고, 7만7,000유닛의 아파트로 전환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한인타운의 경우 한인사회 최대 부동산 개발사인 제이미슨이 추진하는 주거용 전환 프로젝트가 윌셔와 웨스턴의 구 피어스 빌딩을 비롯해 윌셔가에만 8개가 진행되고 있거나 완료됐고, 윌셔와 윌튼 플레이스 인근의 7층 오피스 건물 등을 포함해 10개가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는 신축을 위한 부지 확보가 어렵고 부지 경비와 건축비도 높은 상황에서 기존 오피스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것이 비용과 공사 기간 측면에서도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같은 주거용 아파트로 리모델링하는 사례들이 급증하고 있는 데는 상업용 부동산의 침체라는 현상이 자리잡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코스타 그룹’에 따르면 미국 내 대도시 54개 지역에서 현재 건설 중인 사무용 건물 규모는 1억5,600만스퀘어피트로, 2020년 1분기의 1억8,600만스퀘어피트에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사무실 복귀도 지지부진해지면서 사무용 건물의 공실률도 크게 상승해 현재 전국 사무용 건물의 공실률은 12.5%로 2019년의 9.6%에 비해 2.9%포인트나 올랐다. 이는 2011년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여기에 현재 건설 중인 오피스 건물의 37%가 빈 공간으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LA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LA 지역 내 사무실 근무 인력 수는 팬데믹 이전 수준의 43%에 그치고 있다. 그야말로 사무용 건물에 대한 수요가 둔화하면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찬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극심한 주거난을 겪고 있는 LA의 경우 상업용 건물의 주거용 전환은 하나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비영리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RAND Corp.)는 최근 연구 보고서를 통해 LA 카운티 내 사용하지 않는 호텔과 사무실 건물을 아파트로 개조하면 최소 7만2,000유닛에서 최대 11만3,000유닛의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 전망치를 내놓았다. 랜드연구소에 따르면 LA 카운티 지역에 건물 전용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호텔이나 사무실 건물, 마켓 건물들은 대략 2,300여개 동으로 집계됐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