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애너 왕세자비가 1985년 백악관 만찬에서 존 트래볼타와 춤추는 모습(왼쪽. AP)과 그 때 입었던 감청색 벨벳 드레스를 전시 관계자가 보여주고 있다.
올해는 고 다이애나 황태자비가 타계한 지 20주기가 되는 해다.
웨일스 공작부인 다이애나(Diana, Princess of Wales, 1961~1997)는 영국의 전 왕세자비이자 현재 영국의 왕위 계승 순위 2위인 윌리엄 왕자와 5위인 해리 왕자의 어머니로서, 찰스 왕세자와 이혼한 후 36세의 한창 나이에 자동차 사고로 유명을 달리해 세계인의 마음에 큰 아픔을 남겼다.
다이애나는 케이트 미들턴이나 미셸 오바마보다 훨씬 이전에 패션으로 세계 언론과 뭇여성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원조 패셔니스타였다. 세계에서 가장 사진이 많이 찍힌 여성의 한 명인 그녀의 20주기를 맞아 올해 다양한 추모행사가 개최될 예정인 가운데 그녀가 살았던 켄싱턴 궁에서는 ‘다이애나: 그녀의 패션 스토리’란 제목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지난달 말 개막돼 올 한해 계속되는 이 전시에서는 생전에 그녀가 입었던 옷들 중 세인의 기억에 남아있는 아름다운 드레스와 수트, 블라우스 등 25점을 볼 수 있다. 1981년 신혼여행에서 입었던 얌전한 트위드 수트(빌 패쉴리 디자인), 1985년 백악관에서 존 트라볼타와 춤을 출 때 입었던 감청색 벨벳 드레스(빅터 에델스타인), 1986년 남아공화국 국빈방문 때 입었던 세퀸 장식의 흰색 실크 드레스, 1987년 독일 국빈방문 때 입었던 연분홍색 새틴 드레스(이상 캐더린 워커) 등. 전시 기획자들은 다이애너와 패션은 동의어라 해도 좋을 불가분의 관계였으며 현재의 패션세계는 거기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며 이 쇼를 통해 다이내나 스펜서라는 수줍은 소녀가 세계인의 마음을 훔친 패션 아이콘으로서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해가는 과정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이애너의 패션은 왜 아직도 세계를 지배하는가? 다음은 그녀를 가까이서 지켜본 패션 전문가들이 말한 그녀의 스타일이다.
<사진 Historic Royal Palaces>

(왼쪽) 다이애너 스펜서가 약혼 시절 입었던 엘리자베스 엠마누엘의 블라우스. (오른쪽)캐서린 워커가 디자인한 블루 시폰 그레이스 켈리 드레스.
순방 때 방문국 역사 등 고려 의상 제작
▲새드 사이러스 (캐더린 워커사 공동창립자 겸 수석디자이너)
1980년대 초 처음 만난 20세의 다이애나는 복숭아빛과 크림색 얼굴에 크고 푸른 눈을 가진 여린 아가씨였다. 그러나 90년대의 그녀는 열심히 운동하고 관리하여 구릿빛 피부에 탄탄하고 근육 있는 몸매를 갖고 있었다. 16년간 아내 캐더린 워커(2010년 사망)와 함께 그녀의 의상을 담당하는 동안 특별히 해외순방 때 입을 드레스와 패션에 많은 신경을 썼다. 심지어는 방문할 나라에 미리 가서 현지의 분위기와 역사, 패션을 공부하고 온 일도 있다. 아내는 그럴 때마다 힘든 시험을 한번씩 치르는 것 같다고 말하곤 했다.
우리가 중요시했던 것은 드레스와 그걸 입은 사람 사이의 긴장이었다. 드레스가 왕세자비의 존재를 압도하지 않도록 톤을 살짝 내려서 디자인했고 의상이 늘 조연의 위치에 머물게 했다.
짧은 머리 추천하자 바로“그렇게 하세요”
▲샘 맥나이트 (헤어스타일리스트)
1990년 브리티시 보그 지가 젊은 왕족들을 촬영하던 날 다이애나를 처음 만났다. 맨 마지막에 나타난 다이애나가 긴 팔다리를 움직이며 층계를 뛰어올라오는 우아한 모습이 생각난다. 그녀는 사람들을 편하게 대해주어 누구나 쉽게 일할 수 있었다.
그날 다이애나는 어깨가 드러난 흰색 볼 가운을 입고 왕관을 썼고, 나는 그녀의 머리에 핀을 꼽아 뒤로 넘겨주었다. 사진을 찍고 나서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그녀는 나에게 당신이라면 자기 머리를 어떻게 하고 싶으냐고 물어왔다. 나는 지체하지 않고 “아주 짧게 자르겠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바로 “그럼 그렇게 해보세요”란 말이 떨어졌고 거기서 플라스틱백을 어깨에 두른 채로 태어난 헤어컷이 세계를 열광시킨 다이애너 스타일이었다. 다이애나는 짧은 머리를 한 후 좀더 해방감을 느낀다고 했고, 머리가 젖었거나 스타일을 했거나 운동을 했거나 간에 언제나 잘 어울려서 무척 편하다고 했다.
자신의 매력 빛나도록 하는 옷 선택
▲타키 테오도라코풀로스 (작가, 언론인)
결혼 초의 어린 시절 다이애나는 너무 수줍고 순진해서 그녀를 바라보면 놀란 동물을 보는 것 같았다. 그녀가 처음부터 자신의 스타일과 패션 감각을 갖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감이 생겨났고 그런 태도는 옷 입는 스타일에서도 확연히 느껴졌다.
좀 웃기는 얘기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녀가 그렇게 예쁘지는 않다고 느꼈다. 그녀 자신도 자기가 대단히 섹시하거나 글래머러스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한 가지, 자기가 사진에 아주 멋지게 나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그녀는 옷이 자기를 입지 않도록, 자신의 매력이 빛나도록 받쳐주는 옷을 입었다. 다이애나는 훌륭한 유머 센스를 갖고 있었고, 미소가 아름다웠으며, 살짝 고개를 기울이는 모습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이혼 후 패션에 더 관심… 자유·해방 찾아
▲도나텔라 베르사체 (베르사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다이애나가 스타일 아이콘으로 올라선 순간을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1991년 하퍼스 바자의 커버에 나왔을 때였다. 지아니(베르사체의 남자형제)의 스킨타이트 드레스를 입고 샘 맥나이트가 짧게 커트한 머리를 완전히 뒤로 넘긴 채 포즈를 취한 다이애나는 자신을 해방시킨 여성 같았다. 새롭게 자유와 해방을 찾고 자신의 삶을 컨트롤할 수 있음을 전세계에 보여주었다.
사실 다이애나는 찰스와 헤어지고 난 후에야 패션에 진지한 관심을 가졌다. 옷이 디자인되는 방식에 호기심이 많았고, 언젠가 지아니와 함께 있는 동안 왜 이런 식으로 디자인이 만들어지는 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기도 했다. 다이애나는 패션을 패셔너블하게 만든 사람이었다. 그녀 이전에도 이후에도 그녀가 한 일을 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다.
‘복수의 드레스’ 등 자신의 패션 기획
▲소피 굿윈 (태틀러 패션 디렉터)
왕세자비는 자기가 할 수 없는 말을 의상이 대변해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캐더린 워커 등의 디자이너들과 긴밀하게 일하며 자신의 패션을 기획했다. 베르사체 역시 1990년대 그녀의 이미지를 띄우는데 큰 도움을 주었으며, 1994년 찰스가 카밀라 파커 보울스와의 불륜을 처음 고백하던 날 다이애나가 입었던 크리스티나 스탬볼리안의 악명높은 ‘복수의 드레스’는 결코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다이애너 스타일을 생각하면 용기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그녀는 패션에서 두려움이 없었고 그러한 유산이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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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The New York Ti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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