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양 <노후복지법 변호사/ 법무법인 파이퍼>
지인 한 분께서 얼마전 갑자기 쓰러지셨다. 뇌졸중이었다. 활발했던 사회 활동을 하셨던 이 분의 삶은 한순간에 모두 멈추었다. 후유증으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이 분이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알 길이 없어졌다. 종종 본인은 분명히 무슨 말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실제 들리는 말은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소리뿐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글로 써보도록 연필을 드렸지만 연필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잊어버린 것 같았다. 온 힘을 다해 연필을 종이에 문질러 보시지만 종이에 남는 건 이해불가한 무늬뿐이었다.
얼마 후 병원 의사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이제 재활 요양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했다. 재활 치료 중 어떤 날은 가족을 알아보는 것 같아 희망을 갖게 했지만 사랑했던 아내를 불쾌한 이방인 보는 눈길로 바라본 날에는 그 희망도 자취를 감추었다. 이유 없이 심하게 화를 내는 날도 있었고, 신음과 짜증으로 하루를 채우는 날도 있었다. 식구들은 아무리 마음이 상해도, 성하지 않은 몸에 갇혀 있는 분의 심정을 헤아리며 가련한 마음을 가다듬었다. 곧 회복될 날을 굳은 믿음으로 기다리며 모든 음식을 정성스럽게 매일 갈아 드시게 했다.
몇 개월이 되지 않아 재활 요양원으로부터 메디케어 재활 혜택이 끝나간다는 통보가 왔다. 장기 간호가 필요하시니 롱텀케어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비용은 월 1만 2,000달러라고 했다. 자비로 지불하거나 메디케이드 신청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무런 준비가 없었던 배우자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평생 중산층 생활을 했던 이분들은 집과 얼마의 노후 대비 재산은 있었지만 매년 14만달러의 간호비를 감당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얼마 되지 않아 극빈자가 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었다.
중산층 면제조치를 통해 메디케이드 신청을 하려니 위임장이 없어 손이 묶였다.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무조건 메디케어나 일반 의료보험으로 모든 간호 비용이 해결될 줄 믿고 있은 것이다. 집도 자산도 공동명의로 유지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이처럼 뇌졸중으로 인해 사고 능력을 상실하면 가족이 엄청난 장기간호 비용으로 인해 큰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때 롱텀케어 보험이 없는 경우 극빈자가 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메디케이드이다. 그러나 일반 중산층 환자가 합법적인 메디케이드 수혜자가 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뉴욕주 정신 건강법 제 81조항 (N.Y. Mental Hygiene Law Art. 81)이나 거주하는 주의 법적 보호인 임명 (Guardianship)법에 의거해 임명 소송을 시작하는 것이다. 판사는 환자가 실제로 사고 능력을 상실했는지 확인하고 보호인 임명 신청인이 합당한 지 심사한 후 임명 판결을 내린다. 임명인은 법적 권한을 법원으로부터 부여받아 메디케이드 수혜 조치 및 재산 보호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법원 소송 절차에는 많은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더 우월한 두 번째 방법은 법적 위임장을 미리 마련하는 것이다. 현재 많은 중산층 환자들이 사고 능력 상실 전에 미리 배우자나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노인용 위임장을 마련했었더라면 보다 더 수월하게 메디케이드 수혜자가 될 수 있다. 또한 단기간내에 보호인 임명 신청인을 심사해야 하는 판사들이 항상 솔로몬의 지혜가 깃든 최상의 판결을 내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본인이 여러 해 동안 지켜본 가족 성원이나 지인 중 믿을 수 있는 몇 사람을 직접 대리
인으로 임명하는 것이 훨씬 더 안전할 수 있다.따라서 뇌졸중 환자의 간호와 간병인 가족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노후에 마련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법적 문서는 의심의 여지없이 노인들을 위한 조항들이 포함된 법적 위임장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