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에 이어 퀴즈 대결에서도 컴퓨터가 인간을 이겼다.
16일 끝난 퀴즈쇼 ‘제퍼디(Jeopardy!)’ 최종전에서 IBM이 제작한 슈퍼컴퓨터 ‘왓슨(Watson)’은 7만7천147달러의 상금을 얻어 경쟁자인 켄 제닝스(2만4천달러)와 브래드 루터(2만1천600달러)를 압도했다.
제닝스는 ‘제퍼디’에서 74연승이라는 최다연승 기록을 갖고 있고, 루터는 325만달러의 누적 상금 기록을 보유한 퀴즈의 ‘달인’들.
하지만 애매모호한 단서들 속에서 답을 찾아내는 연산 능력이 극대화된 컴퓨터 앞에서는 역부족을 느껴야 했다. 제닝스는 마지막 문제의 정답 기록란에 ‘새로운 컴퓨터 퀴즈왕을 환영합니다’라고 쓰며 ‘왓슨’의 승리를 축하했다.
인간과의 대결에 나선 ‘왓슨’은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았지만 "최소 4천년전에 사용됐던 베다어는 인도의 이 고전어의 초기 방언이었다"는 힌트에 바로 "산스크리트어"라고 답해 풍부한 백과사전적 지식을
뽐냈다.
그런가 하면 "서툰 목수가 탓하는 것은?"이라는 문제도 비록 단서가 애매모호했지만 "연장"이라고 척척 답하는 등 한층 발적전 면모도 보였다.
’왓슨’의 이번 승리는 선조 격인 ‘딥 블루’가 1997년 인간 체스 챔피언 개리 카스파로프 씨를 이긴 이후 재현된 ‘인간에 대한 기계의 승리’ 사례다.
일부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면 언젠가는 기계가 인간을 애완용으로 부리는 상황이 닥칠지도 모른다는 섣부른 우려를 제기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컴퓨터와 인간의 두뇌에는 여전히 ‘여러 광년(光年)’의 격차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사람이 어떻게 음악을 만들고 사랑이나 슬픔 같은 감정을 느끼는지가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지적 활동을 컴퓨터로 구현하기는커녕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
프라딥 코슬라 카네기멜론대 공학부 학장은 "’왓슨’이 ‘왓슨’을 만들겠다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느냐는 질문이 이 문제의 답을 내는 한가지 방법"이라며 "우리의 창조 능력이야말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발견하고 창출할 수 있게 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IBM에서 ‘왓슨’ 개발에 참여한 데이비드 페루치 수석연구원도 "인간의 두뇌는 뇌세포와 뇌세포 사이에, 뇌세포와 체세포 사이에 고도로 형성된 상호 연계가 특징이며 언어와 사회, 인간을 둘러싼 모든 주변 환경과 공진화(共進化)한다"며 "기계 지능이 인간 지능을 말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왓슨’ 역시 퀴즈쇼에서 수차례 허점을 노출했다. "미국의 도시 중 제2차 세계대전 전쟁영웅의 이름을 딴 최대의 공항과 2차대전 격전지의 이름을 딴 제2의 공항을 가진 곳은"이라는 질문에 제닝스와 루터는 금방 ‘시카고’라는 정답을 냈는데 ‘왓슨’은 ‘토론토’라는 엉뚱한 답을 낸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왓슨’의 개발 과정에서 축적된 기술이 인간의 지적 능력을 신장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렌셀러 폴리테크닉대의 컴퓨터 및 인지과학 전문가 제임스 헨들러 교수는 "인간이 잘 하는 부분과 ‘왓슨’의 유리한 점을 결합하면 어느 쪽이든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풀어낼 기반을 갖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화 형식으로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는 검색 프로그램이나 최신 의학 정보나 가능한 치료법을 의사에게 자동으로 제공하는 기능 등이 대표적인 협업 사례일 것이라고 이들은 예상했다.
2006년부터 ‘왓슨’을 개발하는데 얼마를 들였는지에 대해 IBM은 밝히지 않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3천만달러 혹은 그 이상이 소요됐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시카고.샌프란시스코 AP.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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