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리우(Bruce Liu-샤오유 리우, 28세)는 조성진의 뒤를 이어 제 18회 쇼팽 국제 콩쿨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이다. 국적은 캐나다로 되어 있지만 중국 유학생 부부를 부모로 둔 프랑스 태생이며 6세 때 캐나다로 이주했다. 제목을 ‘Amazing 리우’라고 적은 것은 쇼팽 콩쿨의 우승 경력이나 그의 놀라운 연주력때문이 아니라 브루스 리우가 조금 색다른 연주를 들려주고 있는 피아니스트이기 때문이다. 리우는 쇼팽콩쿨에서 모두가 스테인웨이 피아노를 사용하고 있는데 그만은 이태리제 파지올리로 우승했다. (쇼팽콩쿨 사상 최초) 이유는 단순히 파지올리 소리를 좋아했기 때문이었다고 하며 스테인웨이와는 달리 소리 콘트롤이 어려운 악기로 유명하지만 리우는 작은 실수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소리로 승부하는 도박으로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요즘 MZ세대는 베이비 붐세대와는 차원이 다른 것 같다. 유머도 없고 개인에 대한 기대지수가 높아져서 인지 한층 더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것 같다. (한국의) 저출산율이 사회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는 것은 이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솔직히 음악계를 살펴봐도 별반 다름이 없다. 요즘 유명하다는 한국의 젊은 음악도들의 하루 연습량은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이다. 한 유명 음악인은 인터뷰에서 ‘낭만이라고요? 그저 피튀기는 전쟁터일 뿐이죠’ 라고도 했다.
오히려 베이비 붐 세대를 살아 온 우리들이 경쟁보다는 당시 학교에 의외로 재미있는 친구들이 많았다. 가장 치욕적(?)이었던 순간은 세 명이 앉아서 육체미를 그리자고 했을 때 나 혼자만 근육질의 수퍼맨을 그렸다는 사실이었다. 다른 두 친구는 모두 뼈만 남은 왕갈비들을 그려놓고는 재미있다고 웃었다. 모범생이나 우등생이 된다는 것은 당시 우리에게는 그저 재미없는 답안지일 뿐이었다. 우리세대에서 경쟁이란 피나밋 정상이 아니라 누가 더 재미있고 모험적인 인생을 사느냐하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베이비 붐 한 복판에서 생존(?)한 사람들 중에 유독 괴짜들이 많고 무언가 독창적인 삶을 산 사람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브루스 리우의 연주는 주눅들지 않는 그만의 끼(氣)가 가득 느껴져 온다. 음악을 마치 모험하듯 연주하는 그의 연주는 그만의 스타일과 천진함이 느껴져 온다. 그에게 음악은 연습의 연속이라기 보다는 탐구해 나가는 학문인 것 같다. 그는 쇼팽을 마치 물방울 튀기듯 연주하는데 신중을 기해도 모자랄 판에 마치 건반을 장난감 두드리듯 한다. 그런데 그것이 묘하게도 새롭고 아름답게 들려오는 것이 신기하다. 음악을 워낙 폭발적인 상상력으로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다.
리우가 뛰어난 것은 쇼팽뿐만 아니라 다른 곡에도 올 어라운드 피아니스트로의 자질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2023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와 협연한 베토벤 협주곡 3번, 런던에서 필하모니아와 협연 한 차이코프스키 2번, 라흐마니노프 2번, 프로코피에프 3번 등 Amazing Liu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사실 리우가 특별한 것은 그의 피아노 실력보다는 그가 피아노를 대하는 자세이다. 리우는 인터뷰마다 자신은 떠 밀려서 피아노치는 것을 거부하며 피아노가 부담스러워질 때 언제든지 때려치울 각오로 피아노에 임하고 있다는 것을 천명하고 있다. 언뜻 MZ 세대 치고는 다소 무책임한 발언같지만 ‘음악은 유리관 속에 보존된 박물관 조각품이 아니다’라며 끊임없이 색다른 음악을 추구하는 그의 주눅들지 않은 태도는 당당하면서도 새롭다. 그가 일등상을 차지했던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은 그동안 수많은 피아니스트들의 연주를 통해 들어 왔지만 왠지 새롭고 살아있다는 느낌이었다. 살아있는 예술… 결코 쉬운 도전은 아닐테지만 -명곡일수록 고정된 해석은 없다- 며 당당하게 맞서고 있는 MZ세대의 떠오르는 스타… 브루스 리우의 음악 여정에 뜨거운 갈채를 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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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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