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칼바람이 남해안의 푸른 물살을 가르는 요즘 바닷가 사람들의 손길은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수온이 낮을수록 제맛을 내는 김이 수확의 절정을 맞았기 때문이다.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찬 바다의 기운을 먹고 자란 김은 우리 식탁에서 친숙하게 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이 소박한 반찬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바다의 반도체’ ‘검은 반도체’라는 별명과 함께 몸값이 치솟고 있다.
■지난달 말 마른 김 10장의 가격이 1515원을 기록하며 처음 1500원 선을 돌파했다. 얇은 김 한 장 가격이 2년 새 50%나 치솟으며 150원을 넘어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가격 상승의 불씨는 ‘K푸드 열풍’이 지폈다. 지난해 마른 김 수출은 1억 699만 속(1속=100장)에 달하면서 처음 1조 원을 돌파했다. 전남 신안과 완도 등지의 양식장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면적을 넓혀봐도 해외에서 조미김과 김 스낵을 찾는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세계인의 입맛을 잡느라 정작 우리네 식탁 위 공급망에는 빨간불이 켜진 꼴이다.
■김에 대한 기록의 뿌리는 깊다. 일연의 ‘삼국유사’는 신라 시대부터 바다에서 ‘해의(海衣)’나 ‘해태(海苔)’를 따 먹었다고 전한다. 오늘날과 같은 김 양식의 역사는 1640년 전남 광양 태인도에 은둔했던 영암 선비 김여익에 의해 시작됐다고 한다. 밤나무 가지에 붙어 자라던 김을 우연히 발견해 맛본 그가 이듬해 갯벌에 나무를 꽂고 재배한 것이 김 양식의 시초다. ‘김’이라는 이름 또한 그의 성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전해진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을 보면 조선 시대에는 특산물로 임금의 수라상에 올랐고 명나라로 향하는 공물 목록에도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1980년대 조미김의 등장은 김 산업의 일대 혁명이었다. 지금은 전 세계 가공 김 시장의 70%를 한국산이 호령하며 글로벌 챔피언이 됐다. 하지만 설 수요까지 겹친 작금의 가격 오름세는 식당에서 ‘김 좀 더 주세요’라는 소박한 요청마저 망설이게 하지 않을지 걱정이다.
<한영일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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