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포스트 특약 건강·의학 칼럼
▶ “비만의 주요 원인은 활동 부족이 아니다 문제는 식단… 잘못된 음식 너무 많이 섭취 초가공식품 많이 먹을수록 체지방률 높아”
탄자니아의 핫자 수렵 채집인, 볼리비아의 치마네 자급농부, 시베리아의 투반 유목민 같은 저개발 국가 사람들 사이에서는 비만이 드물다. 하지만 부유하고 고도로 산업화된 국가들에서는 비만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왜일까? 지난 주 PNAS에 발표된 대형 연구는 이 질문에 놀라울 만큼 명확한 답을 제시한다. 연구팀은 사회경제적 조건이 다양한 수십 개국의 남녀 4,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대사율과 에너지 소비에 관한 객관적 데이터를 사용해, 각 문화권의 사람들이 대부분의 날에 얼마만큼의 칼로리를 소비하는지를 정량화했다.
수십 년간 통용되어온 상식과 공중보건 메시지는, 미국 같은 선진국의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앉아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 저개발 국가 사람들보다 훨씬 적은 칼로리를 소모하며, 이것이 비만 위험을 높인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미국, 유럽 및 기타 선진국 거주자들의 하루 총 칼로리 소모량이 수렵 채집인, 유목민, 자급농부, 채집민 등 저개발 국가 거주자들과 거의 동일하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듀크대학교의 진화인류학 및 글로벌 보건학 교수이자 이번 연구의 주요 저자인 허먼 폰처는 이 놀라운 결과는 미국과 다른 나라에서 비만의 주요 원인이 활동 부족이 아니라는 점을 강력하게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원인은 무엇일까? 이 연구는 우리가 먹는 식단과 특정 음식의 역할, 운동의 한계, 장기적으로 비만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최선의 방법에 대해 도발적인 단서를 제시한다.
■ 비만의 원인은 식단일까, 활동 부족일까?폰처 교수는 “비만의 원인을 두고 공중보건 분야에서는 여전히 식단과 활동량의 역할에 대해 활발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부유한 국가들에서 그렇다. 일부 전문가는 우리가 운동을 너무 적게 한다고 믿고, 또 다른 일부는 우리가 너무 많이 먹는다고 본다. 그리고 두 가지 요인이 거의 비슷하게 작용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폰처는 식단과 신체 활동의 상대적 기여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왜냐하면 그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야 비만을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비만에 취약한 인구와 그렇지 않은 인구 사이의 에너지 소비량을 세밀하게 비교한 대규모 연구는 거의 없었다.
이에 따라 폰처와 80명 이상의 공동 연구자들은 전 세계 실험실에서 수집된 대사 연구 데이터를 모았다. 이 연구는 ‘이중 표지수 물’을 활용했다. 이 물은 동위원소가 포함돼 있어 소변 등 체액으로 배출되면, 연구자가 에너지 소비량, 대사율, 체지방률 등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이는 이 분야에서 가장 신뢰받는 측정 방식이다.
연구팀은 총 34개 국가 또는 문화 집단에 속한 4,213명의 데이터를 확보했다. 여기에는 아프리카 부족부터 노르웨이의 고소득 직장인까지 사회경제적 배경이 다양한 사람들이 포함됐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하루 총 에너지 소비량과 함께 생물학적 기본 작용 중 소비되는 기초 대사 에너지, 움직이면서 소비되는 활동 에너지를 계산했다.
■ 우리의 대사 시스템에 대한 새로운 이론
연구진은 몸집의 크기 차이를 조정한 뒤 각 그룹을 비교했다. (부유한 국가 사람들은 대체로 몸집이 크며, 큰 몸은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한다.) 그 결과를 보면, 수렵 채집인과 유목민이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미국 사무실 직원이 가장 적을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실제로 전 세계 4,213명의 하루 총 에너지 소비량은 거주지나 생활 방식에 상관없이 거의 비슷했다. 수렵 채집인이나 유목민은 하루 종일 훨씬 많이 움직이지만, 그들의 전체 칼로리 소비량은 미국인과 거의 같다.
이러한 결과는 직관과 다르지만, 폰처 교수가 처음 제안한 새로운 대사 이론과 일치한다. ‘제한된 총 에너지 소비 모델(constrained total energy expenditure model)’이라 불리는 이 이론은, 우리의 뇌와 몸이 하루 에너지 소비량을 매우 좁은 범위 안에서 조절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냥을 위해 며칠간 걷거나 마라톤 훈련을 할 경우, 뇌는 성장과 관련된 생물학적 작용 중 일부를 늦추거나 중단해 하루 전체 칼로리 소비량을 일정하게 유지한다는 설명이다.
■ 초가공식품의 역할결론적으로 “경제 발전은 신체 크기로 조정된 신체 활동 에너지 소비량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폰처는 말한다. 즉, 우리가 충분히 움직이지 않아서가 아니라면, 운동을 더 한다고 해서 비만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은 낮다.
그렇다면 무엇이 원인일까? “우리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총 에너지 소비량 감소보다 에너지 섭취 증가가 현대 비만 위기의 원인으로 약 10배 더 중요하다”고 연구진은 썼다. 즉, 우리는 너무 많이 먹고 있다. 또한 잘못된 음식을 먹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연구진은 고도 및 저도 개발 국가 집단의 식단을 비교한 하위 분석에서, 하루 식단 중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s)’이 차지하는 비율과 높은 체지방률 사이에 강한 상관관계를 발견했다. 연구진은 초가공식품을 “5가지 이상의 성분으로 구성된 산업적 제조식품”이라고 정의했다.
솔직히 말해, 우리는 너무 많이 먹고 있고, 그중에서도 잘못된 음식을 많이 먹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대(UNC) 공중보건대학원의 배리 팝킨 교수는 “이 연구는 제가 오래전부터 주장해온 바, 즉 식단이 현재 비만 유행의 핵심 원인이라는 점을 확인시켜 준다”며 “아주 잘 수행된 연구”라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동의한다. “이 연구와 다른 연구 결과들을 보면, 활동량이 아니라 음식의 변화가 비만의 주요 요인임이 명확하다”고 보스턴 터프츠대학교의 다리우시 모자파리안 교수는 말했다.
하지만 운동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운동은 건강에 필수적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번 연구는 그 사실을 바꾸지 않는다”고 폰처는 강조했다. 다만 그는 “비만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중보건의 초점을 식단에 맞춰야 한다”며, 특히 초가공식품이 “비만을 유발하는 매우 강력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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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tchen Reynol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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