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티 정부의 무능을 성토하는 경찰들이 26일(현지시간)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아리엘 앙리 총리 관저를 공격하고 있다. [로이터]
보름 새 경찰 15명 갱단에 살해되자
‘정부 무능’ 성토하며 무장봉기 나서
도로 장악하고 총리 관저에 총격도
2년 전 대통령 암살 이후‘권력공백’
미군 개입 등 요청‥ 바이든은 난색#. 정부의 무능에 격분한 경찰들이 현직 총리 관저에 총기를 난사했다. 갱단이 경찰 10여 명을 죽였는데도 손 놓고 있는 것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2년 전 대통령이 암살된 이후 온 나라가 무법천지가 됐다. 사실상 ‘무정부 아노미’ 상태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아이티 경찰들은 이날 오전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아리엘 앙리 총리 관저로 몰려가 문을 부수고 총을 쏴댔다. 이들은 또 투생 루베르튀르 국제공항에 난입해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중남미·카리브 국가공동체(CELAC)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한 앙리 총리의 앞을 막아섰다.
경찰 제복과 방탄조끼, 방독면을 착용하고 소총으로 무장한 경찰 수십 명은 버스를 탈취하고 타이어를 불태우며 도로를 봉쇄했다. 공공의 질서 유지 임무를 수행해야 할 경찰이 되레 무장봉기에 나선 것이다.
경찰은 정부의 무능을 강하게 성토하고 있다. 이달 들어 15일 동안 경찰 약 15명이 갱단의 손에 살해됐다. 갱단은 경찰관들을 경찰서에서 끌어내 처형하기도 했다. 지난 25일 리앙쿠르 지역에서 경찰관 6명의 피투성이 시신이 발가벗긴 채 찍힌 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공개되면서 경찰의 분노가 폭발했다.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갱단 ‘그란 그리프’의 소행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전국아이티경찰연합의 리오넬 라자레는 “이렇게 단기간에 많은 경찰관이 살해된 건 기록적인 일”이라며 “갱단이 경찰을 사냥하고 있는데, 정부는 계획이 없다”고 비난했다.
이에 전현직 경찰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강력한 갱단 단속과 앙리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시민들도 시위에 동참했다. 마스크를 쓴 한 시위자는 “갱단이 경찰들을 죽인다면 나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우리는 경찰의 뒤에 서 있을 것”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아이티는 ‘갱들의 천국’이다. 포르토프랭스의 60%는 갱단에 장악됐다. 인구 1,100만 명의 작은 나라에 무장 갱단은 약 100개에 이른다.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암살된 후 권력 공백을 틈타 갱단이 활개 치고 있다. 민간인 살해와 납치, 강간 등 악행을 일삼고 있지만 정부는 제지할 힘이 없다. 지난해 상원의원 10명의 임기가 끝나면서 선출직 지도자는 전무하다. 민주 권력 공백 상태다. 공석인 대통령을 대신해 국정을 수행하고 있는 앙리 총리는 대통령 암살 배후로 지목된 인물이다.
앙리 총리는 갱단과 싸우기 위해 미국 등의 군사 개입을 요청하고 있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파병을 꺼리고 있다. 유엔은 2004년부터 13년간 평화유지군을 아이티에 주둔시켰지만 소녀를 성착취하고 콜레라를 확산시킨 데 책임을 지고 철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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