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새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Where the Crawdads Sing) ★★★★ (5개 만점)
▶ 여류 작가·감독의 여성적 감성에 인물들의 성격 개발도 잘 된 작품
카이아(오른쪽)와 테이트가 해변에서 다정한 시간을 즐기고 있다
여류 작가 델리아 오웬스의 베스트셀러가 원작으로 주인공도 여자이며 여류 감독 올리비아 뉴맨이 만든 소녀의 성장기이자 사랑의 이야기이며 또 살인 미스터리다. 여성적 터치가 다분히 느껴지는 이야기의 서술이 튼튼하고 인물들의 성격 개발도 잘 된 재미있는 영화다. 옛 할리웃의 스튜디오 시대 이런 영화들이 많아 나와 복고풍의 분위기를 감지케 하는데 너무나 아름답게 보이려고 안간힘을 쓴 흔적이 역력해 오히려 거부감이가는 것이 흠이다. 이와 함께 종반부가 불필요하게 긴 사족 같이 보이는 것도 결점인데 따라서 상영시간이 다소 길게 느껴진다. 그러나 아름다운 촬영과 주인공의 신선한 모습과 연기 및 사건의 결말에 대한 궁금증 등 다분히 볼 것이 많은 작품이다.
1969년. 노스 캐롤라이나의 늪지대에 있는 삼림화재 관측 탑 밑에서 청년 체이스 앤드루스(해리스 딕킨슨)의 사체가 발견된다. 체이스는 탑으로부터 실족해 추락사한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에 의해 밀려 떨어진 것인가. 경찰은 이 사건을 살인사건으로 단정하고 혐의자로 체이스의 전 애인 카이아 클라크(데이지 에드가-존스)를 체포해 법정에 넘긴다. 여기서 이야기는 카이아가 자신을 변호하는 탐 밀턴(데이빗 스트래테언)에게 자기의 과거를 얘기하면서 1953년으로 돌아간다.
10살 난 카이아는 늪지대 외딴 오두막에서 폭군적인 아버지 밑에서 악몽과도 같은 삶을 살고 있다. 남편의 폭력에 카이아의 어머니가 집을 버리고 떠난 뒤로 카이아의 오빠 등 형제자매들도 다 집을 떠난다. 얼마 후 아버지마저 집을 떠나면서 카이아 혼자 남는다. 총명하고 감수성이 예민하며 줏대가 강한 카이아는 홍합을 채취해 동네 마을의 흑인부부가 운영하는 식품점에 팔아 생계를 유지한다. 그런데 동네 사람들은 맨발로 다니는 카이아를 ‘늪의 소녀’라 부르면서 사갈시 한다. 그러나 카이아는 이에 아랑곳 않고 자연과 친구가 돼 꿋꿋이 살아간다.
틴에이저가 된 카이아는 어릴 적 친구인 테이트 워커(테일러 존 스미스)로부터 읽기와 쓰기를 배우면서 둘 사이에 뜨거운 사랑이 영근다. 그러나 얼마 안 가 테이트는 대학에 입학해 카이아를 떠나면서 독립기념일에 돌아오겠다고 다짐한다. 한편 재능이 있는 카이아는 자기가 채취한 조개류를 수채화로 그려 모아두는데 이 것이 후에 책으로 출판돼 카이아가 오두막을 은행으로부터 차압당하는 것을 막아준다.
카이아의 두 번째 남자는 동네 유지의 날건달 아들 체이스. 체이스는 약혼녀가 있는데도 이를 속이고 카이아를 유혹, 카이아의 마음을 빼앗는다. 이야기는 카이아의 재판 과정과 카이아의 과거가 교차되면서 진행되는데 과연 카이아는 체이스의 살인범인가. 맨 끝이 아찔하게 충격적이다.
영화에서 인물들 못지않게 중요한 구실을 하는 것이 늪지대의 자연 경관. 바람에 흔들리는 수초의 잎들과 우람찬 수목들 그리고 햇빛을 반사해 황금빛을 내는 나뭇잎들이 영화의 분위기를 잘 반사하고 있다. 이런 자연을 아름답고 신선하게 찍은 촬영이 눈부시다. 또 하나 뛰어난 것이 잘 알려지지 않은 영국배우 에드가-존스의 연기. 싱그러운 모습으로 단연하면서도 감정이 가득한 연기를 하면서 영화를 혼자 짊어지다 시피 하고 있다. 특수효과가 판을 치는 황당무계한 수퍼 히로들의 영화와는 거리가 먼 표면상으로는 밝으면서도 안으로는 어두운 성분을 지닌 보고 즐길만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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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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