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조원 투입했지만 무용지물…현지특성 무시하고 서구식 훈련 주입
▶ 정부군 동기부족에 부패한 체계…미국은 여건안된 상태서 정부군 규모 늘려
아프가니스탄이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에 다시 넘어간 것은 미국이 그토록 노력한 아프간 정부군의 정예화에 실패한 것이 가장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30만 명의 아프간군은 수적으로 탈레반을 능가하지만, 미군의 철수와 맞물려 탈레반이 대대적 공세를 벌이며 진격해오자 도망치거나 항복하는 등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아프간 정권 붕괴가 예상보다 훨씬 빨리 일어났다고 말하고, 조 바이든 대통령조차 미군이 1년 또는 5년을 더 주둔해도 아무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을 정도다.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 미군 관계자들이 아프간 정부군이 경쟁력을 갖추거나 미국 의존도를 떨쳐낼 수 있을지에 근본적 의문을 품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우선 미국식 중앙집권 구조와 국방부의 복잡한 관료주의에 기반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아프간 정부군과 경찰을 키워내려는 미국의 목표가 애초 자만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은 "우리는 전투 민족으로서 아프간의 강점을 파악한 뒤 그 위에서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서구식 군대를 훈련시키려고 했다"고 말했다.
한 전직 관료는 "저렇게 빨리, 또 저렇게 훌륭하게 군대를 구축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미친 일이었다"고 혀를 찼다.
미군이 아프간군을 너무 빠른 속도로 밀어붙이고 있었고 이들은 따라오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 훈련받는 아프간인들이 동기 부족과 부패한 지휘체계 등 해소하기 힘든 어려움을 겪었다는 진술도 있다.
또 미국이 치누크 헬리콥터에서 탈출하는 법을 가르치려 했지만 연습할 헬기가 부족해 접이용 의자를 이용해 교육하는 등 열악한 훈련 환경이 꼽힌다.
어렵게 신병을 모집해도 놀랄 정도의 탈영과 이탈이 발생한 것도 난제였다. 아프간 부족 간 민족적 균형을 유지하는 일 역시 쉽지 않았다.
특히 높은 문맹률은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로 분류된다. 아프간 신병 중 불과 2∼5%만이 초등학교 3학년 수준의 읽기만 가능했다고 한다. 숫자 세는 법, 색깔까지 가르쳐야 했을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정부군 규모를 20만 명에서 35만 명으로 늘리기로 해 아프간군을 훈련시키는 현장의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양을 위해 품질을 희생했다'는 경고가 나왔다.
훈련 안 된 군대를 상대로 탈레반 지도자들이 그간 현금, 협박, 관대한 처분을 약속하면서 정부군이 무장 해제토록 설득한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WP는 미국이 지난 20년간 아프간전에 투입한 1조 달러 중 아프간군의 훈련과 장비 구축, 월급 지급에 850억 달러(약 100조 원) 이상을 썼다며 지금 남은 것은 적의 수중에 떨어진 무기, 탄약, 보급품뿐이라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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