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파원 24시…차량 폭발 후 테네시 등 911 무선망 며칠씩 마비
▶ 긴급상황 대비 구축한 ‘퍼스트넷’ 무용지물

지난달 25일 테네시주 내슈빌 대형 폭발 현장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로이터]
크리스마스인 지난달 25일 아침 미국은 테네시주 내슈빌 도심 차량 폭발 사건으로 술렁였다. 수사 끝에 인터넷기술자 출신 앤서니 퀸 워너(63)가 자신의 캠핑용차량(RV)을 터뜨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범행 동기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차량이 터진 장소가 미국의 대표 통신사 AT&T 전화교환국 옆이라 ‘숨진 워너가 5세대(5G) 이동통신 음모론에 빠져 통신망을 일부러 공격했던 것 아니냐’는 보도도 나왔지만, 수사 당국은 이를 뒷받침할 증거는 찾지 못했다.
차량 폭발에 따른 극단적 선택으로 정리되는 듯 했던 이 사건이 취약한 미국의 사회간접자본 보안 시스템과 긴급상황 대비 통신망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테네시는 물론 인근 앨라배마 등 남동부 지역 여러 곳에서 내슈빌 폭발 이후 며칠씩 핵심 통신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다. 누구든 미국 내 통신망을 공격하기 쉽고, 그 피해 복구가 쉽지 않다는 점이 확인되자 테러 조직이 공격 전 통신망부터 마비시키던 할리웃 영화가 역시 개연성이 있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폭발이 일어났던 AT&T 건물에서 90마일 떨어진 테네시주 화이트카운티에선 911 응급 무선 통신망이 닷새 동안 작동하지 않았다. 테네시 내 다른 여러 곳에선 휴대폰, 인터넷, 심지어 치안 관련 핵심 통신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인근 앨라배마주에서도 긴급통신망(퍼스트넷)이 장애를 일으켜 무전기나 문자메시지로 연락을 취해야 했다. USA투데이는 “환자들은 약국과 연락할 수 없었고, 신용카드 장비 문제는 크고 작은 사업체를 괴롭혔다”며 “911 콜센터, 병원, 내슈빌공항, 정부기관, 개인 휴대폰 이용자에게도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문제는 미국이 2001년 9ㆍ11 테러를 겪은 뒤 2012년 독립 전담기구인 ‘퍼스트넷’을 설립해 긴급상황용 통신망을 구축했는데도 나아진 게 없다는 점이다. 퍼스트넷은 2017년 AT&T와 65억 달러짜리 계약도 체결했다. 연방 의회는 이미 퍼스트넷의 신뢰성과 불필요한 중복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롭 포트먼 상원의원은 “이번 사건은 사회간접자본 보안 중요성과 이 문제가 미국 경제와 공동체 안전에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고 밝혔다. 빌 리 테네시주지사는 “이번 사건으로 많은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어떤 부분이 취약한지 파악한 만큼 개선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과연 상황은 나아질까. 지난해 말 미국에서 첫 정전 사태를 겪어봤다. 한겨울 새벽 2시 넘어 동네 전체에 전기가 나갔는데 7시간이 지나서야 불이 들어왔다. 인터넷이 복구되기까지는 다시 15시간이 더 걸렸다. 차량이 동네 도로 전기통신설비를 들이받는 단순 교통사고 피해를 복구하는 작업이었는데도 그랬다. 며칠씩 걸렸다던 과거보다는 복구 속도가 빨랐다는 데 위안을 삼아야 하나. 기초 상황 대처가 이리 취약한데 전국 단위 핵심 통신망 보안과 구축은 오죽하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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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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