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당 대립으로 탄핵재판 공정하게 진행 못돼…의회 실패”
▶ 폴리티코 “트럼프, 민주당 망신주는 화려한 심판 원했으나 못이뤄”
5일 상원의 부결로 막을 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 장악력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는 못했다는 외신들의 평가가 나왔다.
또한 이 한편의 '탄핵 드라마' 속에 당파주의와 지지 정당에 따른 국론 분열이 여실히 드러났으며, 탄핵 정국을 이끈 애덤 시프 민주당 하원 정보위원장은 기량을 뽐낼 수 있던 무대였다는 분석이다.
AFP통신은 공화당 내 일부의 노골적인 반대를 뚫고 공화당 후보로 지명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탄핵 정국을 돌파함에 따라 당원들을 완전 장악하고, 자신에 대한 충성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고 평했다.
또한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은 트럼프 대통령이 믿고 당원의 전열을 가다듬는 역할을 맡길 수 있는 인물로 지목됐다.
탄핵 재판 중 공화당 상원의원 2명이 증인 소환에 찬성표를 던지며 이탈했지만 결국 매코널 원내대표의 지휘 아래 탄핵을 촉발한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한 내부정보를 가진,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같은 인물의 증인 채택을 무산시켜냈다는 점에서다.
AFP는 또 검사 역할을 맡아 하원에서 탄팩 가결을 주도한 시프 위원장의 연설 실력이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시프 위원장은 뛰어난 언변과 약간의 드라마적인 요소를 섞어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전모를 매우 자세히 기술하면서 수시간에 걸쳐 의원들의 귀를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특히 그의 마지막 연설 중 탄핵의 당위성을 역설하면서 "옳은 것이 중요하고 진실이 중요하다. 그렇지 안다면 우리는 패배한 것"이라고 한 문구는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조차 시프 위원장의 언변이 훌륭했다며 "일을 아주 잘했다"고 평했다.
하지만 이번 탄핵을 통해 양당 및 국론 분열의 깊이가 재확인됐다.
하원에선 트럼프 대통령을 권력 남용과 의회 방해 혐의로 기소할지를 두고 몇시간씩 떠들썩한 논쟁이 벌어졌으며 상원에서도 엄격한 규칙에 따라 재판 자체는 고요하게 진행됐지만 휴식시간이면 의원들은 TV 카메라로 달려가거나 트위터를 통해 상대 당과의 도저히 타협할 수 없는 견해차를 토로했다.
이러한 견해차는 의회 밖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드러났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원한다는 미국인이 절반가량으로 나타났는데, 이 여론조사 응답자의 85%가 민주당 유권자였으며 10%만이 공화당이었다.
아울러 공화당과 민주당 간의 깊은 분열은 결국 의회의 기능마저 망가뜨렸다고 AFP는 지적했다.
2019년 민주당이 다시 하원을 탈환한 뒤 수백건의 안건을 통과시켰지만 이들 안건은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에 가로막힌 상황이다.
특히 하원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것이 상황을 악화시키며 양당 간의 타협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로 치달았다.
이는 결국 탄핵 재판 자체가 공정하게 진행될 수 없도록 만들었다고 리사 머코스키(공화·알래스카) 상원의원은 말했다.
머코스키 의원은 "인정하기 슬프나 의회는 기관으로서 실패했다"고 말했다.
AP통신은 "탄핵심판에서는 '무죄'를 받았으나 '우크라이나 대하소설'이 끝나려면 멀었다"고 보도했다.
AP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존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한 새로운 사실이나 증거, 증인이 나오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은 오는 11월 대선 때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화당이 빠르게, 극적인 사건 없이 탄핵을 부결시킨다는 목표는 달성했지만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확하게 원하는 방식은 아니었다는 해석도 있다.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을 망신 주고 자신의 혐의는 벗기 위해 화려하고 증언으로 가득 찬 탄핵 심판을 밀어붙였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 증언하거나 아니면 앞줄에라도 앉아 이를 지켜보는 안을 생각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탄핵 심판 초기만 해도 초조한 듯 기록적인 숫자의 트윗을 남기며 민주당 하원의원들을 겨냥해 '엉터리', '거짓말' 등의 단어를 동원해 비난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심판 2주차가 지날 무렵부터 재판을 잘 보지도 않고, 재판에서 나오는 논거들을 '지루하다'고 평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실제로 트윗 수는 급감했으며 언론 발언도 횟수가 줄었다.
한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 현장에서 연설문을 찢은 행동은 '탄핵 이후'를 앞두고 인내심을 잃은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공화당원 일부도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을 비판하는 상황에서도 아무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에 인내심을 잃었다는 것이다.
AP통신은 지난 3일 밤 아이오와에서 일어난 초유의 개표 참사를 공화당 의원들이 조롱거리로 삼은 가운데, 민주당 의원들 다수가 커다란 정치적 위험을 안고 밀어붙인 탄핵 심판조차 상원에서 부결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며 국정연설은 펠로시와 민주당 의원들에게 매우 침울한 행사였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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