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합리한 개스값, 석유·정유사 ‘바가지’
▶ 경쟁력 부족도 원인
한인들을 비롯한 많은 운전자들은 개솔린 가격이 올라갈 때는 급상승 하는 반면, 떨어질 때는 하락 속도가 매우 서서히 진행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는 느낌에 그치는 게 아니라 석유 시장에 혼란이 있을 때마다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최근 중동사태로 인해 3개월 만에 유가가 7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LA 타임스는 이처럼 개스값이 급격히 오르고 서서히 떨어지는 이유를 분석했다.
신문에 따르면 일부 경제학자들은 개스값 폭등의 이유를 석유 회사 및 정유 업체들의 ‘바가지 씌우기’라고 지적했다.
미주리 주립대 경제학과 코닉스 교수는 “지금까지 개스값은 기업들에게만 유리하고 소비자들에게는 불리한 방식으로 책정돼 왔다”고 말했다. 특히, 기업 간의 ‘가격 담합’이 가파른 개스값 상승의 주된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어딘가 의심쩍은 개스값 상승은 기업 간의 암묵적인 담합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며 “그럼으로써 석유 공급·판매자들이 소비자들로부터 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기업 간의 담합이나 바가지 정책보다는 ‘경쟁력 부족’이 주된 요인이라는 의견도 있다. 모든 기업 및 업체들이 ‘개스값을 급격히 올릴 수 있고, 내릴 때는 천천히 내릴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만일 한 주유소가 가격을 인상하면 타 경쟁 업체들 또한 줄줄이 가격 인상에 동참할 것”이라며 “경쟁력이 부족하므로 가격 인상에 동참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손해보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제한된 개솔린 재고량이나 필수적으로 운전해야 하는 상황도 주된 요인으로 꼽혔다. 매일 운전을 해야 하는 현대인들이 터무니없는 개스값에 반발해 당장 운전을 중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격 인하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도 핵심 원인 중 하나다. 이 외에도 캘리포니아주의 경우에는 엄격한 환경 기준이 개스값 인상에 한 몫 한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이처럼 불합리한 개스값 변동의 원인으로 ‘불확실성’을 지목했다. 어떤 요인에 의해 석유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면, 그에 대한 순간적인 반응이 발생할 수 있으며, 상황에 대해 대처하고 정상으로 되돌리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기업들의 소비자를 이용한 착취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UC 데이비스 대학의 에너지 경제 프로그램 공동 책임자 데이빗 랩슨은 “개스값이 빠르게 오르고 서서히 하락하는 것은 마치 로켓과 깃털과 같은 현상”이라며 “로켓처럼 빠르게 올라가고 깃털처럼 점차 아래로 흘러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개스값 변동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바로 정보”라며 “정유회사와 주유소들은 타 업체들이 가격을 어떻게 책정하는지 이미 알고 있으며, 그 가격에 맞춰 자신들의 가격을 조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은 시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심지어 도시 반대편 개스값이 얼만지도 모른다”며 “이러한 무지가 석유회사 및 주유소들로 하여금 개스값을 천천히 내리게 한다”고 말했다.
한편 주유업계 관계자들은 “개스값이 서서히 떨어지는 반면 빠르게 인상되는 사실을 부정하진 않는다”며 “그것은 단지 정유 시장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반응 및 조치일 뿐 소비자들에게 불법적으로 이득을 취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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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래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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