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기석 논설위원의 淸論直說(청론직설)…김철희 부산대 대기환경학과 교수
중국, 공장 문까지 닫으며 오염물질 줄였지만 한국 미세먼지 유입 여전
▶ 자체 발생·외부 요인 반반…겨울철엔 중국 영향 90% 이상인 날도, 한중일 LTP·NEACAP 두축 삼아 장기적 안목으로 접근 필요
충남 발전소·부산 선박 인한 미세먼지 등 지자체도 맞춤대책 세워야
![[인터뷰] “동북아 대기오염 개별국가 아닌 공동연구서 답 찾아야” [인터뷰] “동북아 대기오염 개별국가 아닌 공동연구서 답 찾아야”](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20/01/01/202001012142405e1.jpg)
김철희 부산대 교수는 “동북아 대기오염 문제는 개별 국가 차원에서는 풀 수 없다”며 “한중일 3국 전문가 회의 등을 통해 공동으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형주 기자]
“동북아시아의 대기오염 문제를 개별 국가 차원에서 풀 수는 없습니다. 공동으로 연구하고 공동으로 해결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구활동인 한중일 대기오염 장거리이동 전문가회의(LTP)와 정책 제안 플랫폼인 동북아청정대기파트너십(NEACAP)을 두 축으로 삼아 길게 보고 접근해야 합니다.”
대기에 떠다니는 오염물질은 땅을 구분하지 않는다. 국경선을 넘어 자유롭게 돌아다니기 때문에 개별 국가가 적절히 대처하기 어렵다. 특히 동북아시아는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버티고 있으면서 각종 오염물질을 내뿜어 인접국에 피해를 주지만 해당 국가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김철희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에게 해결책을 묻자 돌아온 대답은 “확실한 방법이 없다”였다. 개별 국가 차원에서 저감 노력을 기울이고 중국 등 동북아 국가들이 공동으로 해결책을 찾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한중일 LTP 의장을 맡아 오랜 기간 공동연구를 진행해왔다.
-한중일 LTP가 생소하게 들린다.
△지금은 미세먼지가 큰 이슈지만 지난 1990년대 초만 해도 산성비가 문제였다. 중국에서 넘어온 산성물질이 잔뜩 들어 있는 비가 내려 피해를 주는데 얼마나 영향이 있는지 조사해볼 필요가 있었다. 1995년 9월 한중일 3국의 공무원과 전문가가 모여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산성비가 산림과 토양 등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다가 2000년대에는 대기 중에 있는 황·질소·오존 등의 물질로 옮겨갔고 최근에는 미세먼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구는 계속했지만 결과를 발표한 적이 없기 때문에 생소하게 들리는 것이다.
-한중일 LTP가 지난달 한중일 3국의 대기오염 기여율을 발표했다. 연구를 어떻게 한 것인지 소개해달라.
△동북아 지역을 바둑판처럼 사각형으로 나눠 그 사각형 안에 오염물질 배출량을 집어넣는다. 땅에서 하늘로 올라가면서 생기는 3차원의 공간을 작은 정육면체로 나눈 다음 바람의 세기, 방향, 강수량 등 기상 측정치를 투입한다. 이렇게 만든 3차원 대기질 모델을 1년간 돌리면 1년간 오염물질이 이동한 결과가 나온다. 예를 들어 한국과 일본의 오염물질 배출량을 0으로 놓고 중국의 오염물질 배출량만 넣은 뒤 모델을 돌렸을 때 한국과 일본에 오염물질이 생기면 그만큼 중국이 한국과 일본의 대기오염에 기여했다는 뜻이다.
-이번 3국 발표가 처음인가.
△처음이다. 사실 대기오염 기여율은 지난해 발표할 예정이었다. 중국이 발표를 반대해 끝내 하지 못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중국을 겨우 설득해 발표할 수 있었다. 중국이 반대한 것은 오염물질 배출국가로 낙인 찍히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공동연구는 해놓고 연구결과를 발표하지 않는다는 게 이상하다.
△중국은 5년 전부터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해왔고 그 결과 실제 대기오염을 많이 줄였다. 특히 최근 3년간 오염물질 배출규제를 위반하는 공장은 문을 닫게 하는 강력한 대책을 시행해 실업자가 양산되기까지 했다. 처음 우리가 대기오염 공동연구를 제안할 때는 지름 10㎛ 이하인 미세먼지(PM 10)를 대상으로 하자고 했는데 중국 측이 지름 2.5㎛ 이하인 초미세먼지(PM 2.5)를 대상으로 하자고 나올 정도였다. 이렇게 중국 나름대로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공동연구를 했는데 막상 결과가 예상대로 나오지 않자 발표를 거부한 것이다.
-중국의 기여율이 그동안 생각한 것보다 많이 낮은 것 같다.
△중국의 해상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등을 고려하면 과소평가된 감이 있다. 특히 이 기여율은 1년 12개월을 평균 낸 값이기 때문에 미세먼지 ‘나쁨’ 단계가 많은 겨울철 고농도 시기와는 차이가 많이 난다.
-고농도 시기에는 중국 기여율이 어느 정도 되나.
△중국이 발표를 워낙 꺼려 1년 평균만 발표했다. 고농도 시기의 중국 기여율은 365일간의 모델링 수치 가운데 ‘나쁨’ 이하인 단계를 모으면 된다. 이 시기는 중국 기여율이 대략 70~80% 수준이며 90%를 넘는 경우도 있다.
-미세먼지는 왜 겨울에 심각한가.
△기상과 배출을 동시에 봐야 한다. 여름에는 남쪽 기류가 우세해 남서풍이 부니까 미세먼지가 북쪽으로 올라간다. 겨울에는 북서풍이 몰아치는데다 난방 등으로 배출량도 많다. 그래서 겨울이 되면 베이징·톈진·허베이에서 생성된 고농도 미세먼지가 우리나라로 온다.
-중국이 대기오염 저감 노력을 많이 했다는데 중국 기여율이 낮아지지 않는 이유는 뭔가.
△예를 들어 오염물질 배출을 30% 줄이면 대기오염도 30% 줄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것을 대기의 비선형성이라고 한다. 미세먼지는 식당에서 삼겹살을 구우면 생기는 검댕처럼 1차 배출이 있고 기체가 광학반응을 해 입자를 만들어내는 2차 배출이 있다. 2차 배출로 인한 대기오염이 50%를 넘는다. 2차 배출은 한가지 성분을 줄이면 대신 다른 성분이 늘어나는 경우가 있어 전체적으로는 대기오염이 줄어들지 않는 비선형성을 갖는다.
-중국은 어떤 오염물질을 줄인 것인가.
△중국은 주로 공장을 규제했다. 공장 가동으로 많이 나오는 오염물질이 황이다. 기존에는 황이 암모니아와 광학반응을 일으켜 미세먼지를 만들었다. 그런데 황이 줄어드니까 암모니아가 대신 질소와 광학반응을 해 미세먼지를 만들어냈다. 결국 황을 많이 줄였는데도 미세먼지는 감소하지 않은 것이다. 질소는 주로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온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중국도 자동차 규제를 강력하게 하지는 못한다.
-미세먼지는 공장과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게 전부인가.
△자동차 배기가스 외에 타이어나 브레이크가 마모되면서 만들어지는 이른바 로드 더스트도 꽤 된다. 발전소와 선박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도 많다. 농가에서 농작물을 태우고 가축분뇨 등을 처리할 때도 미세먼지가 많이 발생한다. 이 밖에도 오염원이 굉장히 복잡하다.
-한중일 LTP는 내년 이후 공동연구 계획이 있나.
△올해 공동연구 결과 발표가 클라이맥스였다. 내년에는 공동연구를 하지 않겠다는 얘기가 중국 쪽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중일 3국 환경장관회의에서 협력하기로 했기 때문에 중국이 무작정 발을 빼지는 못할 것이다. 중국을 오염물질 배출국가로 낙인 찍는 기여율 연구는 지양하고 앞으로는 어떤 물질을 줄이면 대기오염이 어느 정도 감소한다는 식의 공동연구를 제안하려고 한다.
-대기오염에서 우리나라 자체 요인이 절반 정도 된다. 근본 대책은 없나.
△근본 대책은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뿐이다. 대기오염 문제를 중앙정부에만 맡기지 말고 지방자치단체도 나서야 한다. 지자체별로 맞춤형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충남은 발전소 문제가 핵심이고 부산은 선박 문제가 중요하다. 연료도 황 함유량이 적은 것을 쓰도록 해야 하고 공회전을 할 때 기름 대신 전기를 쓰도록 해야 한다.
He is…1966년 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서울대에서 학사(지구과학교육), 석사(대기과학), 박사(대기오염모델링) 학위를 받았다. 박사 취득 이후 미국 콜로라도주립대(CSU)에서 대기화학 모델링을 수행했다. 귀국 후 국립환경과학원에서 한중일 LTP 연구팀에 합류했고 지난 2004년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로 부임한 후 현재까지 한중일 LTP의 한국 측 책임연구원 혹은 의장으로 활동했다. 최근에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의 한미 공동 대기질캠페인(KORUS-AQ)에 참여해 팀 공로상을 수상했고 유엔(UN) 동북아 6개국 협력체인 동북아 청정대기파트너십(NEACAP)에서 한국 측 대표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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