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김정은의 2020년 신년사 발표가 있기 전에 쓴 것이다. 그의 신년사를 보면 새해의 북핵협상 문제와 한반도의 안보실태를 전망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 번 크리스마스는 그동안의 우려와는 달리 별다른 선물없이 넘어갔다. 고요한 밤이었다.
북한이 설정한 크리스마스 선물 배달 시점을 의도적으로 넘긴 것 같다. 하지만 그들은 미국을 상대로 한 심리전에서 상당한 전과를 거두었다. 지난주 한국 동두천에 주둔하는 미군부대에서 북한의 도발을 잘못 알리는 허위 비상 경종이 울렸다. 일본의 NHK 방송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오보를 올렸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비하여, 최첨단 정찰감시 항공기들을 동원하여 한반도와 그 주변을 면밀히 비행케 했다. 미군 지휘관들이 2017년 초긴장 때 준비한 군사적 선택들을 재검토 한다는 얘기도 있었다. 심지어 CNN은 유사시 군이 무력을 사용해도 좋다는 사전 승인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별로 신뢰성이 없는 보도이기는 했다.
크리스마스를 전후 해서, 각종 매체는 북이 예고한 선물의 성격에 대한 갖가지 추측, 분석기사들이 범람했다. 사건의 발단은 12월초 북한의 리태성 미국담당 외무 부상의 “이제 남은 일은 미국의 선택이며, 어떤 크리스마스 선물을 선택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미국에 달렸다”고 엄포를 놓은데서 시작됐다.
문제는 리태성의 말을 김정은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연말시한과 연결하여 지나치게 진지하게 받아들인데 있었다. 미국이 연말시한을 어기면, 북한은 새로운 길을 갈 것이라고 김정은이 말한 적은 있다. 결과적으로 현 시점에서 북한의 심리전 전략들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외무성에는 부상이 여러 명 있다. 리태성은 그 중의 한 사람이다. 북한은 정책 성명이나 입장문을 낼 때 내용의 중요성에 따라 다양한 직함과 형식을 사용한다. 가장 낮은 급은 외무성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사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이다. 다음으로 미국사업국 담당 국장, 북한의 협상대표, 미국담당 부상, 제일 부상, 외상, 외무성 고문 등의 직함을 사용하며, 다른 정부기관의 수장들의 이름도 활용한다. 김정은 체제하에서는 외무부 성명이나 정부 성명의 형식은 눈에 뜨이지 않는다. 물론 김정은의 말은 최고의 권위를 상징한다.
한편 리태성 부상의 위협은 12월 14일 박정천 인민군 총참모장의 발언으로 어느정도 약화된 것으로 봐야 했었다. 박은 핵이나 미사일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박이 북한은 “대화와 대결”에 다 같이 대비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김정은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를 받들 것이라고 다짐했었다.
미배달 선물이 트럼프가 언급한 것과 같은 ‘아름다운 꽃병’일 수는 없었다. 물론 트럼프는 김정은의 어떤 도발에도 성공적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선물은 이론적으로 볼 때 북한의 핵실험 혹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의 재개 또는 협상 종식 선언일 수도 있었다.
북한은 스스로의 말대로 라면, 북한은 오늘 내일 당 전원대회를 열고 중대한 문제를 논의, 결정하기로 되어 있다. 정책결정은 소수의 지도층 측근들이 토론하며, 결정이 되면 김정은의 재가를 얻어 그의 이름으로 발표한다. 그들은 거수기역할을 하는 당의 조직이나 최고인민회의와 같은 의결기관의 형식적인 승인을 받는다.
그들의 우선순위는 확실하다. 체제 보호와 생존이다. 이를 위한 수단은 지속적인 정치훈련, 군사력 증강, 그리고 인민들에게 최소한의 생활수단을 제공하는 것이다. 북한의 지도부는 정책결정에 영향을 주는 변수들과 불확실한 요소들이 많이 있음을 알고 있다. 미국의 국내 정치, 주변국들 즉 중국, 러시아, 한국등의 역할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한중러는 북한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북한에게는 미국이 걸림돌이다.
하지만 북한은 자국을 도울 수 있는 인물은 역시 트럼프라고 생각할 수 있다. 김정은이 트럼프의 재선을 돕기 위해서 비핵화를 진전시킬 리는 없다. 하지만 트럼프의 재선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는, 레드라인에 해당하는 도발은 하지 않을 수 있다.
북한은 트럼프의 정치생명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트럼프와 핵 거래를 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이 대화와 대결중의 택일 보다 미국의 양보를 계속 압박하면서, 한편으론 핵이나 ICBM 실험을 자제하는 양날의 칼을 유지할 수도 있다. 당장은 바랄 수 있는 것이 이 정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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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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