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기 논설위원의 어떻게 지내십니까…’인간시장’ 작가 김홍신
▶ 진보, 국민으로부터 받은 많은 권한 갖고 호사 누려…보수도 진보 공격해 반사익 얻으려하면 가치 안 살아
이념갈등 지금 해결안하면 통일후 삼분갈등 불보듯, 현 수준 넘으려면 선비정신 등 현실 맞게 되살려야
![[인터뷰] “한국사회 과거보다 더 비겁해져…멀티구조 지닌 장총찬 필요” [인터뷰] “한국사회 과거보다 더 비겁해져…멀티구조 지닌 장총찬 필요”](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19/12/26/201912261827555e1.jpg)
김홍신 작가가 지난 23일 서울 종로 지방자치연구소에서 강연하기에 앞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 작가는“우리 사회가 겉으로는 깨끗해졌지만 실제로는 비겁해졌다”며 “멀티구조를 지닌 장총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호재 기자]
지난 1980년대 국민 모두를 열광시킨 한국 최초의 소설 밀리언셀러‘인간시장’. 독자들은 밑바닥 인생부터 사회 지도층 인사까지 거침없이 악인을 응징하는 주인공 장총찬의 모습에 감정을 이입하고는 했다. 국민들은 여전히 작가 김홍신과 그의 작품을 떠올리며 정의를 생각하고 시대정신을 되새긴다. 김 작가는“우리 사회가 겉보기에는 깨끗해졌지만 실제로는 비겁해지고 비열해졌다”며“더 지능적 멀티구조를 지닌 장총찬이 필요하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최근 우리 사회의 이념 갈등에 대해서도“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지 않고 호사를 누린 진보와 이를 공격해 반사이익을 얻으려 하는 보수 모두 비판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3일 김 작가를 만나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한 진단을 들어봤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
△수필과 칼럼을 쓰고, 글을 쓰기 위한 자료조사와 강연을 한다. 평화재단이나 의료봉사단체를 맡아 봉사도 한다. 최근에는 충남 논산에 ‘김홍신문학관’을 개관했다. 후배 기업인이 72억원을 후원했는데 생존작가의 문학관을 위해 개인이 기부한 것으로는 가장 많지 않을까 싶다. 발해사에 이어 백제를 중심으로 한 역사를 쓰려 한다.
-장총찬은 사회의 악인을 응징해 각광을 받았다. 장총찬은 지금도 유효한가.
△더 유효하다. 더 지능적 멀티구조를 지닌 장총찬이 필요하다. 겉보기에는 사회가 깨끗해지고 좋아졌다. 하지만 사회 각 분야에서 비겁해지고 비열해지고 잔혹해졌다. 돈을 받는 것도 교묘해졌다. ‘신(新)인간시장’을 쓰려고 시놉시스를 세 권 만들어놓았는데 지금 능력으로 잡아내기가 어렵다. 더 쓰기 힘들어졌다. 쓸 게 너무 많아 문제다.
-큰 매듭으로 보면 10년의 시간이 지나간다. 사회의 분열은 되레 심해진 것 같다.
△분열은 국민 스스로 갈라지는 것이 아니다. 국가 지도자의 그릇된 행위, 지도층의 호사, 부당한 세금 등이 분노와 갈등을 부른다. 대한민국이 기적은 일궜는데 기쁨을 잃었다. 배고픔은 해결했지만 배 아픔을 해결하지 못했다. 선진국이 되려면 배 아픔을 해결해야 한다. 일부러 안 한 것이 아니다. 미국·일본·중국·러시아에 북한까지 오면초가에 쫓기고 힘드니 자기보호본능이 생기고 경쟁을 한다. 다른 사람이 앞서면 따라가야 하는데 쉽지 않다. 대한민국을 빨리 빨리라고 한다. 절박하고 간절하니 그렇다. 그런 사회는 융화가 쉽지 않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으면 나아질 것으로 봤는데 더 안 된다. 경제적으로 안정돼야 하는데 평균연령이 너무 올라갔다. 한 기자가 소설이 왜 안 팔리는지 묻길래 소설보다 재미있는 사건이 매일 터지는데 누가 읽겠느냐고 답했다. 국민이 불안한 사회는 행복한 사회가 아니다. 정치권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촛불이 타올랐지만 지금도 조심해야 한다.
-진보학자인 최장집 교수는 한국 진보의 정치적 파탄을 얘기했는데.
△권력은 개인의 능력과 힘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이다. 그 권한을 국민에 돌려주지 않고 자기가 누렸다. 인사청문회에 오른 사람들 대부분이 진보 쪽인데 국민에게는 이들의 호사가 놀라울 정도다. 진보를 등에 업고 집권한 정치인과 권력이 반성과 참회를 해야 한다. 진보뿐 아니라 보수도 동시에 비판받아야 한다.
-보수의 진정한 문제는 무엇인가.
△보수는 보수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 진보를 공격해 반사이익을 얻으려 하면 보수의 가치가 살아나지 않으며 표도 안 되고 그런 가치는 의미가 없다. 진보가 미래지향적이라고 하면 보수는 현실을 봐야 한다. 주택, 세금, 기업 보호, 일자리 등에 집중해야 한다. 복지도 진보보다 보수가 세게 나가야 한다. 그런데 그것을 하지 않고 표피적인 것으로 가려 한다.
-갈등이 커지는 것이 사회적 신뢰 부족 때문 아닌가.
△맞다. 옛날에는 대통령 말이라면 믿었다. 지금은 대통령 말과 거꾸로 하면 될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집값·경제·북한·외교 모두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 국민은 이제 미련하지 않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 국민이 너무 아프다. 인구비례로 볼 때 1년에 세계에서 제일 많은 의약품을 사용한다. 사건·사고가 많고 애절하게 살아 그렇다. 미래에 대한 걱정이 없어야 돈을 쓴다. 미래가 불안하지 않게 할 의무가 정부에 있는데 오히려 내일을 불안하게 한다.
-모든 정책에서 정치적 의도가 너무 들어간다는 지적이 있다.
△500조원이 넘는 예산을 편성하면서 대통령과 정부, 국회의원들이 자기 돈이라 생각하면 그리 쓰지 않을 것이다. 밀실에 모여 쪽지예산을 만들고 나눠 먹기만 생각한다. 선거만 본다. 당장 국민의 환심을 살 정책만 생각하고 10년 이상 미래를 보지 않는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가 지금의 수준을 넘어서려면 어떤 덕목이 필요한가.
△세계에서 가장 못살던 나라가 인구 5,000만명에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어섰다. 일곱 번째다. 나머지 6개국은 식민지를 거느렸거나 초강대국이다. 기적 아닌가. 대한민국은 흥을 돋워주면 못할 일이 없다. 6·25, 4·19, 6월항쟁 등을 모두 딛고 일어섰다. 다른 나라 같으면 6·25 하나도 못 견뎠을 것이다. 새로운 전통도 필요하지만 과거의 소중한 정신을 되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옛 정신을 현실에 맞게 응용하고 개발해야 한다. 우리 민족이 가진 은근과 끈기, 흥, 더불어 함께 사는 품앗이 정신, 선비 정신이 함께 가줘야 한다.
-현 정부 임기 절반이 지났는데 아쉬운 점은.
△주 52시간 근로제를 순차적으로 했어야 했다. 젊은이들 일거리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 너무 안타깝다. 무엇보다 역대 정부 가운데 인사에서 가장 큰 실패를 했다. 국민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남은 임기 무엇이 필요할까) 한 정권이 지나면 각 분야가 업그레이드돼야 한다. 국민소득이 3만달러였으면 3만5,000달러까지는 가줘야 한다. 외교적으로는 오면초가를 풀어야 한다. 경제는 미국과 중국·일본에 예속돼 있고 군사는 미국에 의존을 안 할 수가 없다. 북한이 핵을 가지면 어떤 무기로도 안 된다. 외교능력을 갖춰야 한다. 외교를 잘하는 국가들은 외교전략가들이 젊어서부터 외교전략만 했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우리는 정권이 바뀌면 자기 편한 사람들을 앉힌다. 모든 분야에서 주변국과 상대할 전략가를 길러야 한다.
-내년 총선의 화두가 무엇이 돼야 할까.
△왜 통일전략에 관해 이야기하는 정치인이 없는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국회의원들이 외교·경제·과학기술·인공지능(AI)은 물론 건강보험·국민연금에 대해서도 공부해야 한다. 고민하는 사람들이 국회에 가야 한다.
-여러 강의에서 인간의 삶에 대한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말씀을 해주신다면.
△제가 책상 앞에 써 붙여놓은 것이 “사랑과 용서로 짠 그물에는 바람도 걸린다”는 말이다. 또 하나, 내가 세상의 주인이니 나를 중심으로 놓고 생각해야 한다. “행복은 어디에 있죠”라고 물어보면 모두 “내 마음속에 있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부 마음 바깥에 있다. 그리고 전부 남이 갖고 있다. 학력·인물·집안·아파트·자동차·권력 등을 계산한다. 비교해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이 세상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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