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은퇴촌 ‘더 빌리지스’의 신문 ‘데일리 선’
▶ 시시콜콜한 보도… 입맛에 맞는 제작이 주효, 은퇴한 주민들“하루일과 신문으로 시작해요”

플로리다 중부의 은퇴촌 더 빌리지스. 5만 주택소유주 거의 전부가 일간 종이신문을 구독한다. [Michael Adno- 뉴욕타임스]

더 빌리지스의 신문 데일리 선.

지난 2010년 이후 더 빌리지스에서 살고 있는 밀러드 존슨. 그는 매일 아침 배달되는 종이신문의 수도쿠와 낱말퍼즐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종이신문들이 죽어가는 시대에 예외적으로 번창하는 신문이 있다.
플로리다 중부의 한 은퇴촌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은 은퇴자들의 입맛에 맞게 두툼한 종이신문을 제작함으로써 디지털 일변도로 가는 신문업계의 추세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미전국의 신문사들이 감원 아니면 폐쇄로 가고 있는 데 반해 이 신문은 전통적 저널리즘을 내세우면서 나날이 커지고 있다.
중부 플로리다의 은퇴 커뮤니티인 더 빌리지스(The Villages)의 아침은 사실상 ‘턱’ 하는 소리로 시작된다. 드라이브웨이에 신문 떨어지는 소리이다. 대략 5만 가구가 사는 이곳의 아침은 신문이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신문 이름은 더 빌리지스 데일리 선(The Villages Daily Sun). 급속하게 커지고 있는 이 은퇴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빠짐없이 보도함으로써 다른 신문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관련 통계에 의하면 데일리 선의 주중 발행부수는 5만5,700부로 지난 2003년 이후 169%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 전국의 주중 신문 발행부수는 43% 떨어졌다. (그 지역 최대 신문인 올란도 센티넬은 53%가 줄었다.)
아울러 데일리 선은 시장 침투율 92%라는 부럽기 짝이 없는 수치를 자랑하고 있다. 주민들이 커뮤니티에 가장 많이 머물고 있는 겨울철에 이 수치는 더 높아진다.
미국의 다른 곳에서 신문업계는 종이신문에서 디지털로 옮겨가느라 헉헉 거리고 있고, 그러는 과정에서 감원과 폐쇄가 속출하고 있다. 이번 주 피츠버그는 미국에서 일간 종이신문이 없는 최대 도시가 되었다. 피츠버그 포스트-가젯이 종이신문 발행을 주 5일로 줄인다고 발표한 결과이다. 이로써 근 100년 이어온 이 신문의 주 7일 발간 전통은 끊어졌다.
더 빌리지스 은퇴촌은 1980년대 중반 400채의 모빌홈 단지로 시작되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주민 12만명의 대형 커뮤니티가 되었다. 한편 새로 이주해오는 많은 주민들은 활기찬 일간 신문이 있는 것이 더 빌리지스의 매력 요인 중 하나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여기에서 집을 사고 싶은 지를 결정할 때 마음이 확 쏠리게 하는 한 가지 요인이 바로 신문”이라고 지난 2010년 이 마을로 이사 온 밀러드 존슨은 말한다. 그는 인디애나폴리스에서 도서관 임원으로 일하다 은퇴했다.
“사람들이 이 큼직한 신문을 보는 겁니다 - 더 빌리지스 데일리 선은 인디애나폴리스 스타 보다 3배나 두툼합니다 - 그래서 진짜 신문, 과거에 봐왔던 신문 같은 겁니다. 더 빌리지스로 보자면 이 신문이 사람들을 끄는 요인 중 하나가 됩니다.”
지난 몇 년 신문업계는 독자들을 종이에서 스크린으로 옮기고, 한편으로 디지털 구독과 광고로도 돈을 벌 방안들을 모색하느라 골몰했다. 반면 데일리 선은 당당하게 종이 신문 우선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정기 구독료와 가판대 신문 가격은 대단히 낮게 유지하고 있다. 주7일 52주 구독료가 76달러이다. 올란도 센티넬을 이렇게 구독한다면 312달러에 세금을 더해야 한다.
데일리 선의 최근 지면을 보면 편집국 제작지면 48페이지에 안내광고 14페이지 그리고 36페이지짜리 삽입 부록으로 되어 있다. 삽입 부록에는 인근 수 백 개 클럽과 레크레이션 센터의 스케줄이 빼곡히 실려 있다. 지금 모든 신문들이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정보이다. 그런데 그 부록 페이지마다 은행, 골프코스, 의사들, 부동산, 식당 그리고 가지각색의 소매매장들 광고가 빽빽하게 실려 있다.
기자 채용 광고를 보면 “디지털 작업흐름으로 산만해지는 일 없이 온전히 저널리즘다운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드문 기회”를 제공한다고 자랑스럽게 홍보하고 있다.
데일리 선의 편집국 기자 수는 현재 대략 50명 선으로 계속 늘고 있고, 편집국 운영은 이제 대부분 신문기자들에게는 꿈에서나 가능한 방식으로 하고 있다.
이 신문에는 특별 기획팀이 있어서 기자들과 데스크들이 길게는 1년씩 걸리는 심층취재에 매달린다. 지난 2016년 5명으로 구성된 탐사보도 팀은 플로리다의 사형제도 관련 정책들은 수개월에 걸쳐 파고들었다. 그 결과로 나온 연재물은 여러 상을 수상했다. 보도에 중점을 두는 한편 이 신문은 디자인에도 상당한 자원을 들인다. 지난해 데일리 선은 신문 디자인협회 선정, 세계에서 가장 좋은 디자인의 신문 12개 최종 후보 중 하나로 뽑혔다.
데일리 선은 커뮤니티 신문이 어떻게 번창할 수 있을 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한편 데일리 선의 직원들 중 많은 수는 신문사가 있는 그 마을에서 살지 못한다.
새내기 기자들 대부분은 대학 졸업하자마자 채용되었고, 평기자들과 부장급들 중 많은 수는 20대나 30대이다. 더 빌리지스는 은퇴촌이어서 55세 이상이어야 입주 가능하기 때문에 신문사의 젊은 직원들은 인근의 다른 마을들에 산다. 그리고 오칼라나 올란도로 운전해 나가서 밤 문화를 즐기고 동년배들과 교류한다.
이직률이 상당히 높은 편이기는 하지만 신문의 앞날은 밝다. 더 빌리지스가 플로리다 부동산의 새로운 지역을 개발하고 더 많은 은퇴자들이 집을 매입해 들어오는 한 데일리 선은 기꺼이 일할 신문기자들을 계속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분위기가 틀려요, 훨씬 더 긍정적이지요.”
과거 데일리 선에서 기자로 일했던 니콜 덱은 말한다. 그는 지난 2014년 데일리 선을 떠나 다른 신문들에서 일하다가 조직축소로 고통을 받았다. 현재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일하는 그는 데일리 선에서의 근무경험을 이렇게 말한다.
“편안한 느낌입니다. 신문사가 잘 되고 있다는 걸 아니까 감원될 걱정을 달고 살지 않아도 되지요.”
<
한국일보-The 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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