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집트 출신 프랑스인… ‘착오’로 강제추방 위기 놓였다 풀려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이 일시 중단된 미국에 입국하려던 이집트 출신의 프랑스 저명 역사학자가 공항에서 10시간 넘게 억류되는 일이 벌어졌다.
미 세관 직원은 학술회의 참석차 미국에 오면서 왜 관광비자로 들어오려는지를 이 학자에게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프랑스국립과학센터 수석연구원이자 제2차 세계대전 전문가인 저명 역사학자 앙리 루소(62)는 22일 오후 2시께 텍사스주에서 열리는 학회 참석차 파리발 항공편으로 휴스턴의 조지 부시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그러나 루소는 입국이 저지당한 채 미 관세국경보호국(CBP) 직원으로부터 왜 미국에 입국하려는지, 어떤 비자를 가졌는지를 조사받아야 했다.
지난 30년 동안 자주 미국을 드나들었지만 처음 겪는 일이었다.
루소의 이번 방문은 이틀 뒤 텍사스 A&M대학의 해글러고등학문연구소가 개최한 학술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기 위해서였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영국 BBC방송 등은 미국 이민 당국이 이집트 태생의 프랑스인인 루소를 불법체류자로 분류하는 착오를 일으켰다고 전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는 CBP 직원이 루소에게 "학회 참석차 미국에 입국하면서 관광비자를 이용한 것은 이민법 위반"이라는 요지의 주장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 직원은 루소에게 미국에 입국할 수 없으며, 다음 편 파리행 비행기로 돌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루소는 10시간 넘게 공항에 억류당한 채 파리로 강제추방 당할 위기에 놓였다가 이 사실을 파악한 A&M 대학이 변호사를 보내 개입하면서 가까스로 풀려났다.
다음날 새벽 1시께 풀려났고, 공항 택시를 타고 호텔로 이동할 수 있었다.
루소에게 약속된 강연 사례비 2천 달러가 문제가 된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
루소가 관광비자로 미국에서 일할 수는 없지만, 2천 달러의 사례금 정도는 학자에게 예외로 인정되는데, CBP 직원이 이를 몰랐다는 게 변호사의 주장이다.
대학 측도 "세관 직원은 루소가 미국에서 강연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다는 것을 우려했다"고 말했다.
CBP는 이 사건에 공식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행정명령으로 혼란을 겪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루소는 "만약 내가 공항서 친구에게 전화도 못 하고, 대학 관계자들과 접촉하지도 못했다면 나는 파리로 돌아갔을 것"이라고 불쾌해 했다.
루소를 도운 이민법 전문가 파트마 마루프도 이민당국의 이번 행위는 "지나친 대응"이었다면서 "입국관리와 모든 비자의 세부조항 심사, 집행이 훨씬 더 경직되고 엄격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이란과 이라크,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시리아, 예멘 등 이슬람권 7개국 국적자와 난민의 입국을 각각 90일, 120일간 불허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이들 국적자가 공항에서 발이 묶이거나 영주권자가 이 명령의 대상에 포함되는지 등을 놓고 엄청난 혼란이 발생한 데 이어 연방법원에서 잇따라 제동이 걸리면서 시행이 중단된 상태다.
그런데 이 행정명령의 대상조차 아닌 이집트 출생에, 미국 비자 면제프로그램 가입국이어서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프랑스 국민이 분명한 이유 없이 억류되면서 이행정명령의 부작용이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프랑스 대선의 유력 주자로 떠오른 중도신당의 에마뉘엘 마크롱은 26일 트위터에 "앙리 루소에게 일어난 일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우리나라는 과학자와 지식인들에게 열려있다"면서 '트럼프의 미국' 대신 프랑스로 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루소도 25일 트위터에 "나를 체포한 그 관리는 미숙했다"면서 "내 상황은 내가 본 다른 사람들의 경우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썼다.
그는 이튿날 프랑스판 허핑턴포스트 기고문을 통해서는 "이제 대서양 반대편에 있는 극도의 독단과 무능력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은 더는 (예전의) 미국이 아니다"라고 일침을 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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