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워싱턴DC는 아주 붐비는 한 주가 될 것 같다.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나고, 트럼프가 새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때문이다. 단지 미국의 대통령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트럼프가 과연 미국과 세계를 어떻게 이끌고 나갈지, 수많은 사람들이 우려의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뿌리를 내리고 자식들을 키우며 살고 있는 우리 한인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큰 염려 속에 트럼프를 응시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비교적 이민 역사가 짧은 소수 아시아계 이민자이고, 많은 동포들이 자영업을 하며, 경기 침체의 고통을 온 몸으로 받고 있으며, 이민자 복지 혜택 축소나 의료 보험 혜택 감축, 서류미비 이민 학생들에 대한 혜택 취소 등의 조치가 나오면 직격탄을 받게 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트럼프가 새 대통령으로 나라를 잘 이끌어 나가며, 미국과 세계인들을 안락하고 평화롭게 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지만, 그가 지금까지 살아오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토대로 보면, 우리 같은 이민자들에게 위축감과 공포를 주고 있다. 미국의 경제, 사회 문제들이 마치 이민자들 때문에 생긴 것 인양 이민자들에 대한 위화감을 조성하고, 나아가서는 유색 인종에 대한 잦은 증오 범죄를 유발시키고 있다. 돈 많은 사람들의 입장에서 경제 조세 정책을 펴, 중산층이나 그 이하인 이민자들의 삶이 더 힘들어 질 것 같다. 당장 우리 사랑하는 자식들이 학교에서 직장에서 거리에서 유색 인종이라고 어떤 불이익을 당하고, 행패를 당할지 모르는 염려 속에 살게 되었다.
그런데 이 같은 걱정과 염려를 떨쳐버릴 수 있는 자랑스런 이민자들의, 흑인들의, 그리고 여성들의 투쟁의 역사가 있음을 우리는 항상 잊지 말고, 상기해야 한다. 불과 50여년 전만 하더라도, 흑인들과는 버스에서 자리를 같이 앉지도 않고, 화장실도 같이 쓰지 않았던 나라를 목숨을 내놓고 단결된 목소리로 “우리도 같은 인간이다”라며 외친 자랑스런 흑인 민권운동이 이를 바꾸어 놓았다. 초창기 중국인, 일본인 등 아시아계 이민자들에 대한 극심한 인종 차별도 양심 있는 사람들과 이민자, 흑인들이 함께 싸워, “우리가 미국이다”라는 구호를 이민자들이 당당하게 외치게 바꾸어 놓았다. 여성의 권리 신장 또한 마찬가지로, 이같은 투쟁의 역사를 갖고 있다.
약자들이 힘을 합해 연대하고, 함께 목소리를 내며 스스로의 권리를 지키고, 주장할 때만 제대로 대접을 받고, 세금 낸 만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마침 트럼프 취임식을 앞뒤로 이같은 이민자, 흑인, 여성들의 시위와 집회가 있다. 마치 트럼프를 포위하듯이 말이다. 14일에는 워싱턴 DC를 비롯한 미전국 주요 도시에서 이민자들의 권리 옹호를 위한 집회, 시위가 있었고, 흑인 민권 운동의 상징인 마틴 루터 킹 데이 행사가 16일에 있으며, 트럼프 취임식 다음 날인 21일에는 워싱턴DC에서 여성들의 권익 옹호를 위한 대규모 시위가 열린다.
스스로의 권리를 지키려면, 관망자의 입장에 있지 말고, 작은 것이라도 참여하고 행동에 옮겨야 한다. 우리 자식들과 함께, 이민자, 흑인, 여성들의 권리를 위한 시위, 집회에 참여해 보는 것은 어떨까.
<
강완모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 협의회 이사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