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렉시트 결정한 영국민…유럽 극우·포퓰리즘당·두테르테까지
▶ 투표로 표출된 민심 “기업인·기성정치인 배만 불리는 선거 안돼”
푸틴·에르도안·시진핑 등 스트롱맨 득세 추세도
8일 미국 정치계의 '이단아'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전 세계가 포퓰리즘 전성기를 맞았음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기성정치에 대한 실망과 백인 저소득층의 분노를 등에 업은 트럼프의 승리는 분노한 민심이 직접 기성체제를 깨뜨리는 현상이 일부 지역에 국한된 단순 이변이 아니라 전 세계를 지배하는 흐름임을 재확인했다.
경고음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국민투표부터 유럽 각국 선거 때 먼저 나왔다.
기존 체제에 불만을 품은 숨은 표가 투표소에서 대거 터져 나와 민심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지난 6월 영국 국민이 브렉시트의 손을 들어줬던 일이 이번 트럼프의 승리와 겹친다. 국민투표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브렉시트가 영국과 유럽, 전 세계에 가져올 혼란을 생각하면 잔류가 '합리적'이라는 시각이 우세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EU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 중 하나인 영국이 EU에 남아 있으면 경제적으로 더 어려운 EU 국가 출신 이민자를 계속 받아야 하고, 이들이 영국민이 누릴 사회복지 혜택을 계속 앗아갈 것이라는 대중의 두려움이 운명을 결정했다.
반(反)EU·반이민을 내건 극우 영국독립당(UKIP)뿐 아니라 민심을 업고 당내 득세를 노린 집권 보수당 내부 세력들이 끌어낸 국민투표 최종 결과는 탈퇴 52%, 잔류 48%였다.
유럽 각국에서 포퓰리즘 정당과 극우당은 '약진'했다는 표현이 이미 낡은 것이 됐을 정도로 한창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세계화와 자유무역으로 대표되는 기존 체제를 그대로 두면 글로벌 기업과 부유층의 배만 불릴 뿐, 보통 시민들의 살림살이는 나아지지 않은 채 그나마 가지고 있던 약간의 권리와 혜택마저 이민자들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공포감에 호소함으로써 인기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지난달 29일 치러진 아이슬란드 조기총선에서 포퓰리즘 정당 해적당은 원내 공동 제2당에 오름으로써 집권까지 노릴 수 있게 됐다.독일의 반유로·반이슬람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은 2013년 2월 창당한 이래 3년여 만에 전국 16개 주의회 가운데 수도 베를린을 포함한 10개 주 입성에 성공했다.
프랑스에서도 이민자들이 프랑스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사회적 비용을 안긴다는 국민전선(FN) 주장이 통해 2014년 5월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제1당에 올랐고 이후 각종 선거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도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이 수도 로마와 토리노에서 30대 여성 시장을 배출하는 돌풍을 일으켰고 그리스 시리자(급진좌파연합)는 재정위기 속에서 집권당으로 등장했다.
스페인에서는 작년 12월과 6월 치러진 두 차례 총선에서 반(反) 긴축 극좌정당인 포데모스(Podemos)가 제3당으로 부상하면서 양당 체제를 흔들었다.
아시아에서 '공포정치'를 펼치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일으킨 '돌풍'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필리핀의 트럼프'로 불린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약과 부패 범죄자들을 무차별 처단하겠다는 약속으로 치안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공략해 집권에 성공했다.
이후 공약을 '이행'하면서 국제 여론이 악화하고 있으나 자국에서는 지난달 기준 86%에 달할 정도로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트럼프와 두테르테의 부상은 '스트롱맨'(strongman)에 대한 열망이라는 키워드로도 설명할 수 있다.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두테르테부터 러시아를 철권 통치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1인 지도 체제를 굳힌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 반대파를 가차없이 척결하고 있는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등이 모두 트럼프에 앞서 등장한 스트롱맨 지도자들이다.
앞서 지난달 31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FT)는 트럼프와 푸틴, 시진핑 등 스트롱맨 리더들의 부상을 집중 조명하며 "이러한 전제 정치의 부상이 국제정세를 불안하게 할 수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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