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존 재팬 승려파견 서비스
▶ “종교의 상업적 이용이다” 불교계 반발, 일반인들은 “가격 싸고 편리하다” 환영

아마존 닷컴을 통해 주문이 들어오면 각 가정을 방문해 재를 올리거나 독경을 해주는 준쿠 소코 스님.
승려가 향을 피우고 독경을 시작하자 유타카 카이(68)는 눈을 감고 지난해 세상을 떠난 아내를 위해 기도를 드린다. 카이는 시골 고향에서 독실한 불교 전통 속에서 자랐지만 수십년 전 도시로 나와 타이어 공장에서 일하며 살면서 종교를 떠났다. 그말은 아내의 1주기를 맞아 불교식 재를 올리고 싶어도 찾아갈 절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인터넷이 카이 같은 사람들의 필요를 채워주고 있다. 아마존 닷컴에 들어가마우스 몇 번 움직이면 추모 재를 올려줄 승려를 구할 수가 있다.
“가격이 적당하고, 아주 분명합니다. 스님에게 얼마를 드려야 될지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카이의 맏아들인 슈이치(40)는 말한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어머니의 추모식을 주관할 승려를 주문해 주쿠 소코(39) 스님을 맞았다. 아마존을 통해 신발이나 식품처럼 승려까지 주문하는 승려 파견 비즈니스가 성행하면서 일본에서는 전통 장의를 어지럽힌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은 각종 규제와 기존 기업들의 힘으로 인해 우버 등 첨단 테크놀로지 관련 비즈니스가 거의 뜨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뜻밖에도 종교 분야에서 첨단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사업이 활성화하고 있다. 프리랜서 승려들의 네트웍이 신종 사업으로 뜨고있다.
승려 파견 비즈니스에 대해서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 불교계 지도자들의 비판이 엄청나다. 아마존이 지난해 현지 장의관련 업체와 손잡고 아마존 재팬 사이트에서 승려 파견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자 전 일본불교회는 공개적으로 비판을 했다.
하지만 승려 파견 서비스에 참여하는 승려들과 지지자들은 일본 사회가 진짜로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한다고 맞선다. 불교와는 담을 쌓고 살던 수많은 일본인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불교 전통을 보존하는데 기여한다는 것이다.
“절에 가면 10엔짜리 양초를 100엔에 판다”며 절들이 자기들 이익을 지키려는 것이라고 소코 스님은 말한다.
출판부터 비행기, 택시, 호텔 등 다른 분야 온라인 상거래에서도 익숙하게 보아온 논쟁이다.
일본에서는 종교처럼 민감한 분야가 아니더라도 신참자들은 냉랭한 대접을 받기 일쑤이다. 그리고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 창업이 드물다. 벤처 캐피털이 드물고, 기존 비즈니스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막강하다. 기본적으로 창조적 파괴 보다는 안정을중시하는 문화이다.
그런데 종교는 많은 현대 일본인들의 일상생활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오히려 테크놀로지가 쉽게 파고 든 감이 있다.
불교계가 들고 일어난 것은 영적인 측면뿐 아니라 물질적인 측면 때문이기도 하다. 많은 다른 나라 종교기관들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사찰들은 넉넉한 세금 감면 혜택을 받는다.
“시주가 아니라 봉사료가 된다면,정부가 뭐라 하겠는가. 그래, 그럼 일반 비즈니스처럼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하지 않겠는가. 거기에 어떻게 반대를 하겠는가?”라고 일본 불교 연맹의 한뉴 카쿠보 스님은 말한다.
독실한 불교 신자들은 승려의 서비스에 대해 시주를 한다. 승려 파견 서비스 지지자들은 사찰들이 이미 비즈니스처럼 운영되고 있다고 반박한다. 그런데 가격이 애매하니 신도들은 불리하다는 것이다. 얼마를 시주할지 정해주지 않으니 신도들은 과도하게 돈을 내는 경향이 있다고 소코스님은 말한다.
“사찰에서는 뭐든 명확하게 하고싶어하지를 않습니다.”
불교 연맹의 카쿠보 스님은 절들이 시대의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사람들이 인터넷을 두들겨야 만하게 만든 상황을 우리가 만들었다는 사실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아마존 닷 컴에서 승려를 예약하는 과정은 너무 세속적으로 느껴질수도 있다. 사용자들은 여러 선택사항 중 하나를 클릭한 후 샤핑카트에 담는다. 신발을 사거나 주스기계를사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승려 파견 서비스의 가격은 정해져 있다. 고인의 집에서 기본적 추모재를 올리는 비용은 3만5,000엔, 대략 344달러이다. 여기에 더해 묘지에가서 두 번째 재를 올리고 사후 불교식 이름을 지어주는 등 가장 비싼 패키지는 6만 5,000엔이다.
승려 파견 서비스는 원래 신규 창업 인터넷 업체인 민레비사가 고안한 것이었다. 지난해 아마존과 계약을체격하기 이전 민레비사는 승려 400명의 네트웍을 형성해 자사 웹사이트에서 예약을 받고 전화 주문도 받았다. 방문 수수료 중 약 30%는 회사가 갖고 나머지는 승려의 몫이다.
민레비사는 아마존과 파트너가 되면서 주문이 늘어 승려 100명을 추가로 확보했다. 민레비 측에 의하면 올해 예약이 20% 늘어 총 1만2,000건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많은 사람들은 어느 절과도 연관이 없습니다. 그래서 장례식을 치러야하게 되면 어디로 가야할 지 어떻게해야 할지를 모릅니다. 거기서 필요를 보았지요.”
민레비사의 대변인인 줌페이 마사노는 말한다.
카이는 부인 차에코가 사망했을때 일반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렀다. 하지만 1주기에는 승려를 통해 불교식 재를 올리고 싶었다.
“내가 자라던 고향 집에는 큰 재단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긴 그런게없습니다.”
시립 아파트 단지에 사는 그는 작은 아파트 실내를 손짓하며 말한다.
그는 아내가 죽기 전까지는 종교에 대해 거의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한다. 2차 대전 후 시골에 살던 카이 같은 사람들은 대거 도시로 밀려들고, 도시생활에서 종교와는 거리가 먼 생활을 했다.
오늘날 일본인들 중 70%는 설문조사에서 종교가 없거나 무신론자라고 스스로를 밝힌다. 그러면서도 새해에 절에 가거나 이따금 조상의 묘를 찾는 등 전통적 불교관습은 따른다고한다.
소코 스님은 불교가 살아남으려면 승려 파견제 같은 혁신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회적 변화와 시골 인구 감소로 대부분 사찰들은 고정 신도가 줄고 그만큼 시주가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찰뿐 아니라 모든 다른 종교기관의 수익도 지난 20년 사이 1/3이 줄었다. 인터넷 시대에 맞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사카 근교에 사는 유타카 카이가 아내의 일주기를 맞아 승려 파견 서비스를 이용해 가족들과 재를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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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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