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출산 장려 캠페인에 이탈리아 여성들 분노
▶ 육아 지원 시스템 없이 출산은 어렵다 반발, 이탈리아 여성 1인당 출산율 평균 1.37명

저널리스트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비토리아 이아코벨라는 정부의 출산 장려 정책의 맹점을 지적한다. 아무리 아이를 낳으라고 장려는 하면서도 복지시스템은 할아버지 할머니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최근 정부의 출산 장려 캠페인 광고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철회되었다. 예를 들면 한 광고에서 한 여성이 모래시계를 들고 서 있고 그 옆에 이런 말이 쓰여있다. “아름다움은 나이 제한이 없다. 출산에는 나이 제한이 있다.” 또 다른 광고는 이탈리아 국기 디자인의 리본으로 아기 신발을 장식한 사진을 담고 있다. 한 남성이 반쯤 탄 담배를 들고 있는 광고에는 “정자가 연기로 사라지게 하지 말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이들 광고가 이탈리아 국민들 특히 여성들을 분노하게 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오는 9월22일을 ‘출산의 날’로 정하고 대대적 홍보에 나섰다. 이탈리아 국민들이 아이를 좀 더 낳으라고 장려하기 위해 기획된 캠페인이다. 그런데 이들 공익광고가 오히려 여성들의 분노를 촉발시켰다. 기분이 상했다는 반응들이 나오면서 이들 광고는 며칠 가지 못해 철회되었다.
하지만 성공한 부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의 출산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이유는 무엇이며 이런 상황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보다 심도 있고 지속적인 토론의 불이 붙었다.
출산 장려 캠페인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은 말한다.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게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나 고용주들이 육아에 필요한 지원을 너무 해주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출산 장려 캠페인에 나는 모델이 될 만한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나 역시 기분이 나빴습니다.”10살, 8살 두 딸의 엄마이자 언론인인 비토리아 이아코벨라(37)은 말한다.
“정부는 우리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장려를 하지만 이탈리아 복지 시스템은 여전히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맞춰져 있습니다.”아이를 돌봐줄 가족은 없고 사립 데이케어는 비싸서 감당이 안되는 많은 직장여성들은 딜레마에 빠진다. 아이를 돌보는 문제로 결근을 하다 보면 직장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하는 엄마들을 위해 유연성 있게 근무시간을 조정해주는 회사는 아직 별로 없다.
당연하게도 이탈리아의 오랜 출산 저조 현상은 최근의 경제 침체와 맞물려 더 나빠졌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가족이 축소되기 시작한 것은 수십년 된 일이다.
지난 2015년 이탈리아에서는 총 48만8,000명이 탄생했다. 1861년 하나의 국가로 통합된 이래 가장 적은 숫자이다. 이탈리아 여성 1인당 출산율은 평균 1.37명으로 유럽 평균 1.6명에 못 미친다.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국가에 속한다.
반면, 프랑스에서는 경기 둔화에도 불구, 훨씬 넉넉하게 가족 중심 사회 안전망을 제공해 준다. 데이케어, 아이가 태어난 가족에 대한 양육 지원금 등이다. 그래서 프랑스에서는 여성 1인당 평균 2명의 아이를 낳는다.
“법조문에는 이탈리아 여성들이 평등한 권리를 갖습니다. 하지만 현실이 말하는 것은 다르지요.”이탈리아의 대표적 페미니스트 잡지 편집장인 티키아나 바르톨리니는 말한다.
“여성들이 아이들을 돌보게 되어있습니다. 서비스가 좋은 곳, 혹은 소도시에 사는 여성들은 직장일을 계속 합니다. 하지만 정신없이 복잡한 대도시에 살고 도와줄 가족도 곁에 없으면 여성들은 임신에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아니면 직장을 그만 둔다”고 그는 덧붙인다.
보건부가 출산 장려 캠페인을 시작한 것은 지난달 31일 온라인 광고들과 트위터 해시태그를 통해서였다. 출산의 날 개최될 일련의 대회들을 널리 알리고 국민들이 아이를 더 많이 갖도록 격려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렇지, 그렇고말고 라고 마리아 시올리(41)는 페이스 북에서 논란을 보고 생각했다. 교사인 그는 15개월 된 아들을 가족이 돌봐주는 덕분에 키우고 있다.
“둘째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 간절하지요. 하지만 직장 상황 때문에 걱정이에요. 나는 복이 많다고 느끼기까지 합니다. 아이를 가질 상황이 안되면서 그런 광고를 봐야하는 내 나이 또래나 그보다 젊은 모든 여성들을 생각해 봅니다.”상황이 그러하니 출산 장려 캠페인을 시작한 보건부 장관이 몸담은 정부의 총리조차도 그 광고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마테오 렌지 총리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 데이케어 등 육아 지원문제에 대한 구조적 이슈가 먼저 제기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렌지 총리 통치 하에서 이탈리아 정부는 아이들이 있는 저소득 및 중산층 가정들에게 소위 베이비 보너스를 80~160 유로(90~180달러)씩 지급하는 지원책을 시도했다. 아울러 육아 휴가를 보다 융통성 있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노동법을 승인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국민총생산의 1%만이 사회복지 예산으로 배당된다. 유럽의 평균 수준의 절반이다. 때문에 아이들 3명 중 한명은 상대적 빈곤 상태에 처할 위험이 높다.
“이탈리아는 최악의 조합을 가지고 있다. 낮은 출산율, 여성의 낮은 취업률, 높은 아동빈곤율 등이다”라고 밀란의 인구학 교수인 알레산드로 로시나는 말한다. 이렇게 나가면 고령 인구 돌보는 비용만 상승하고, 그래서 공공의 부채만 늘어난다고 그는 말한다.
현재를 겨우 겨우 막아가느라 미래를 디자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관련 통계에 의하면 아이들을 키우는 여성들은 사회복지가 훨씬 잘 되어 있는 유럽의 다른 나라 엄마들에 비해 직장 일을 할 가능성이 훨씬 낮다.
대표적인 복지 국가들인 북 유럽에서는 여성의 70% 정도가 일을 하고, 아이를 낳은 후에도 거의 모두 일을 계속 한다. 반면 이탈리아에서는 여성 취업률이 유럽에서 꼴찌에서 두 번째이다.
가족 복지방안 없이는 여성들이 아이를 낳아 기를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출산 장려 캠페인만 벌이고 있으니 여성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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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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