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인기 있나, 1일 평균 비용 135달러 너싱홈·요양센터와 비슷 청소·메디칼까지 무료 황제대접… 안락·여유 ‘해상 아파트’도 곧 등장
로열 캐리비언 크루즈선사의 신형 유람선‘퀀텀 오브 더 시즈’가 첫 번째 대서양 횡단 항해를 마친 후 뉴욕항에 입항하고 있다. [AP 사진/로열 캐리비언]
잭과 윌리 로스 부부는 밴쿠버의 주택을 처분하고 조그만 아파트를 얻었다. 경제적인 사정 때문이 아니다. 유람선을 타고 장기 여행을 떠날 계획이기 때문이다.
로스 부부는 얼마 전 오세아니아 크루즈 편으로 180일간 여행을 다녀왔다. 잭 로스(78)는 “어떤 면에서 보면 장기 크루즈 여행이 ‘뭍에서의 생활’에 비해 경비가 적게 든다”고 말했다.
그는 정확한 여행경비를 밝히지 않은 채 오세아니아 크루즈의 배 삯에 메디칼케어는 물론 고급스런 식사와 세탁 및 인터넷 서비스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전했다.
오세아니아의 2017년도 세계일주 예약요금은 4만 달러에서 시작하지만 미국 내 거처에서 출항지까지 오가는 1등석 왕복항공요금을 포함해 2-for-1 혜택이 주어진다. 1인 요금으로 2명이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크루즈 이용자들은 해마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크루즈 이용자는 연 1,500만 명 선에 머물렀으나 올해는 무려 2,400만 명에 달할 전망이다.
국제크루즈선사협회에 따르면 유람선 승객의 4분의 1은 60~74세, 또 다른 4분의 1은 50~59세 연령대에 속해 있다. 다시 말해 크루즈 탑승객의 절반이 50세 이상이다.
최근 미국 노인의학회저널에 게재된 보고서는 20년을 기한으로 잡을 때 크루즈와 노인요양센터는 비용 면에서 거의 대등한 수준이지만 은퇴자들의 삶의 질을 놓고 보면 크루즈에서 생활하는 편이 오히려 낫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특히 물가가 비싼 지역에 거주하는 은퇴자는 크루즈를 타고 장기 해상생활을 하는 쪽이 더 경제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프린세스 크루즈 요금은 장기여행자 디스카운트와 노인 할인을 받을 경우 하루 평균 135달러 정도. 그러나 여기엔 의료비와 기항지에서의 여행비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기본경비로 줄잡아 한 달에 4,000달러가 들어가는 셈이다.
엑스페디아 크루즈십센터스의 선임 부사장 제랄딘 리는 180일 이상의 장기 항해를 선택한 고객은 전체의 2% 정도로 이들 대부분이 은퇴자라고 밝혔다.
이에 비해 너싱홈의 독방에서 생활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하루 평균 229달러이고 노인요양시설의 1베드룸에 1개월간 입주하려면 평균 3,293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헬프가이드닷올그(HelpGuide.org)데 따르면 노인이 홀로 독립생활을 하거나 은퇴자 커뮤니티에 들어갈 경우 최소한 월 1,500달러에서 3,500달러가 필요하다.
물론 돈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안락함이라는 요소도 간과할 수 없다.
크루즈에서 생활하는 은퇴자는 객실 청소서비스 외에 엔터테인먼트와 교육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받는다. 종종 24시간 식사 서비스가 주어지며 피트니스센터와 수영장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황제대접’을 받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기 유람에 나설 요량이라면 얼마든지 가격흥정이 가능하다.
선사를 설득해 그들에게 배정된 캐빈에 배치할 가구를 직접 가져가거나 원하는 스타일로 실내를 꾸밀 수도 있다.
크루즈 여행사 ‘랜드리 & 클링’의 소유주인 조 클링은 장기 해상여행을 하려면 무엇보다 “노련한 트래블 에이전트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경험이 풍부한 에이전트를 통해 조기 예매를 하는 것이 저렴한 가격을 뽑아내는 비결이다.
일단 에이전트를 구하면 예산부터 따져 보아야 한다.
사실 크루즈 선사들은 부유한 고객들을 겨냥한 마케팅에 주력한다.
지난해 크리스탈 크루즈는 떠다니는 ‘바다의 주택’(Residences at Sea) 플랜을 공개했다. 2018년 취역할 예정인 3척의 유람선에 총 48개의 스위트를 지어 판매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크리스탈 크루즈는 ‘해상 아파트’를 조기 구입하는 고객들에게는 그들이 원하는 대로 실내 구조와 장식을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떠다니는 아파트’의 규모는 600평방피트에서 4,000평방피트까지 다양하다.
크리스탈 측은 유닛 가격을 밝히지 않았지만 최고경영자인 에디 로드리게즈는 “제2, 제3, 혹은 제4의 호화주택을 마련하고 싶어하는 부유층 고객들을 겨냥한 플랜”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북미 지역보다는 중국이나 런던에서 해상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훨씬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콜로라도 주에 기반을 둔 재무설계업체 ‘웰스 라직’의 대표인 앨런 로스는 “쉬지 않고 이 배에서 저 배로 옮겨 탈 의향이 있는 은퇴자에게 크루즈는 대단히 싼 가격의 거처가 될 수 있지만 영구주택으로는 호되게 비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로스는 “일부 은퇴자들이 해상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에서가 아니라 그것이 그들이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이기 때문”이라며 “해상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수백만 달러를 주어야 할 뿐아니라 연간 관리비만도 수십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측했다.
사실 선박은 가치가 급속히 떨어지는 감가상각 자산이기 때문에 정기적인 정비를 필요로 한다. 이런 이유로 인해 해상 아파트의 리세일 밸류는 형편이 없다. 살 때는 비싸지만 팔 때는 헐값이다. 떠다니는 아파트 구입을 일종의 부동산 투자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나이든 사람들이라면 크루즈로 장기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자신의 건강상태부터 체크해 보아야 한다.
일부 선사들은 의사와 간호사를 배치하고 X-레이기, 중환자실과 페이스메이커 등 완벽한 의료장비를 갖춘 선상 메디칼센터를 운영하지만 정기적인 치료를 필요로 하는 병약자의 경우는 장기여행을 삼가야 한다.
개인적인 건강문제로 정기적으로 의사를 찾는 알 디플로리오는 “1년 내내 크루즈에서 생활하는 것이 내 적성에는 딱 맞지만 내가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어림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풀타임 해상생활에 돌입하기 전에 크루즈 라이프스타일을 ‘연습’해 볼 것을 권한다. 장단기 여행을 통해 크루즈 생활이 자신에게 맞는지 여부를 시험해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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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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