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사는 이야기/ 뉴욕대한체육회 제18대 신규성 회장
어릴때부터“공부보다 운동”못하는 구기종목 없어
이민온 후 봉제협 축구선수로 체육회와 인연
생활체육 활성화로 활기찬 한인사회 만들고파
플러싱에 리우올림픽 배너 내걸고 합동응원도
그에게 체육회장은 체육인들을 위해 순수하게 봉사하는 자리다. 자신을 드러내는 자리가 아니라 한인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잘 해내야하는 자리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체육회 산하 가맹단체 회원들과 우애와 화합을 통해 모범의 체육회가 되도록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한인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단체가 되도록 최선도 다하고 있다. 맡은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는 것이, 수장의 역할이라는 그의 신념에서 나오는 힘 때문이다. 주인공은 한인사회에 자랑이 되는 체육회가 될 수 있도록 진력하고 있는 뉴욕대한체육회 제18대 신규성(61) 회장이다.
■군인의 꿈을 접고 사업가의 길로
그는 1955년에 서울 동대문구 창신동에서 태어났다. 4남4녀의 막내다. 초, 중, 고교 등 학창시절은 고향에서 보냈다. 성격은 활달했고, 친구랑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다. 공부보다는 운동하는 게 쉬웠다. 축구, 야구, 탁구, 볼링 등 못하는 구기종목이 없다. 고등학교 때는 야구선수 생활도 했다.
하지만 1년만하고 접었다. 신체조건이 불리했고 장래가 밝지 않았다. 그래서 학업의 길을 걷기로 했다. 숫자와 셈이 밝은 편이라 전산을 전공했다. 어릴 적 장래희망은 군인. 막연하게 나라는 지켜야 한다는 정의감(?) 때문. 엄격한 지휘체계의 규칙적인 틀 안에서 살고 싶기도 했다. 그렇다고 직업 군인을 택하지는 않았다. 강원도 동경사에서 육군으로 근무하다가 제대했다.
사회생활은 전산전공 덕분에 한국가구회사 경리파트에서 시작했다. 그러다가 자재와 기획부서에서도 근무했다. 결혼은 연애 6개월 만에 골인했다. 직장상사가 소개해준 여성에게 한 눈에 반했기 때문.
그는 87년 가족초청으로 뉴욕에 왔다. 아내와 딸, 아들 등 4식구가 함께 퀸스잭슨하잇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뉴욕에 도착해서는 구두수선을 하던 잡화가게에서 1년 동안 일했다. 그러다 봉제공장에서 짧은 경험을 쌓고는 1989년 직접 봉제업에 뛰어들었다. 맨하탄 38가에서 22년 운영했다. 봉제업소 폐업 2년 전인 2008년에는 런드로맷을 차렸다. 폐업 후에도 또 하나를 직접 꾸몄다. 그리고 현재까지 브롱스에서 두 개의 런드로맷을 운영하며 사업가로 살고 있다.
■체육으로 하나로!
그는 봉제협회 축구선수로 직능단체축구대회에 참여하면서 축구협회와 인연을 맺었다. 축구협회 총무이사와 수석부이사장으로 경험을 쌓고는 2002년 축구협회장에 취임했다. 회장 임기가 서울월드컵이 열리던 해에 시작해 그 당시 한인사회 월드컵 응원전을 잊지 못한다. 2003년에는 뉴욕의 청소년들을 이끌고 샌프란시스코에 가서 전미축구선수권대회 청소년 팀 우승을 차지한 벅찬 감동 역시 오래 기억되고 있다.
축구협회에서 일하던 시절인 1999년 대한체육회 활동에도 참여했다. 총무이사, 수석부회장을 거쳐 지난해 1월 제18대 신임 회장에 취임했다. 그리고 어느 덧 1년 이상의 임기를 보내고 나머지 역할을 묵묵히 수행 중이다.
그는 회장의 역할로 우선 외적성장보다 내실화를 통한 화합을 꼽았다. 체육인 모두가 함께 발로 뛰는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오는 9월 체육인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어울릴 수 있는 야유회를 준비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이어 한인 1세대와 2,3대를 잇는 가교 역할도 회장으로서의 사명으로 여긴다.
한인사회의 많은 단체들이 세대교체 전환점이듯 체육회도 젊은 세대가 이끌어 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집행부 임원들도 젊은 세대로 많이 유입했다. 한인사회의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세대 간 소통과 화합을 위한 기틀을 조성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는 셈이다.
그뿐 아니다. 체육활동 활성화로 활기찬 한인사회를 만드는 것도 그의 포부다. 한인사회의 체육활동이 활성화되면 한인사회 전체가 생기 넘치고 활기를 띠게 되는 만큼 체육회가 그런 한인사회 만들기에 앞장서겠다는 다짐이다. 그래서 한인사회의 건강한 삶과 체력 증진을 위해 생활체육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체육회 산하 21개 가맹단체의 활동을 적극 뒷받침해서 앞으로 협회 지원으로 가맹단체들의 각종 경기대회도 잇따라 개최해 나갈 계획이다.
그는 무엇보다도 체육회의 자금조성 방안에 지속적이고 원활한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방법에 대해서도 모색 중이다. 그렇게 축적된 자본으로 체육회 활동은 물론 가맹단체들이 열심히 활동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기 위함이다.
그는 브라질에서 개막된 리우 올림픽을 한인사회가 하나 되는 계기로 삼고 있다. 개막전에는 한인 1세, 1.5세들이 올림픽에 참가하는 대한민국 대표 선수단 응원에 힘을 모았다. 한인 모두가 한마음으로 한국 대표 선수단의 선전을 바라는 대형 응원 배너를 플러싱 대동연회장 건물에 내 걸었다. 슬로건은 ‘체육으로 하나로!’. 올림픽이 개막한 후에도 한국과 멕시코 축구 최종 예선전 합동응원을 플러싱 금강산 연회장에서 마련했다. 16강에 진출함으로써 응원하는 한인들과 기쁨도 함께 했다. 한국 축구 합동응원은 계속 펼칠 계획이다.
그는 “월드컵은 단일 종목이며 남녀노소 불문하고 한인들이 모두 열광하는 스포츠이기에 단체 응원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올림픽은 종목 수가 많고 선호하는 스포츠 종목분야가 각각 다르기에 단체 응원전을 펼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번 리우 올림픽을 통해 한인들이 한마음으로 조국을 응원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응원 배너를 걸었다. 한국 축구 경기는 지속적으로 합동 응원할 것”이라고 말한다.
■체육인은 정해진 룰을 지켜야
그는 전미체전에서 뉴욕대표선수단은 1등의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한다. 육상, 수영, 배드민턴 등 비활성화 된 종목이 체전에 함께 참여하면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비록 각 가맹단체들이 힘들더라도 체육회가 활성화되려면 구성원들의 협조가 필요한 만큼 모임에 적극 참여하기를 당부하는 이유다.
한인사회의 절대적 후원을 이끌어 내야하는 체육회는 주위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그는 ‘체육회나 한인사회의 화합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회장의 자세는 카리스마보다 이해하고 배려하는 포용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귀띔한다.
그는 올림픽에서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금메달을 목에 걸 때의 감동이나 전미체전에서 최선을 다한 뉴욕선수들이 큰 결실을 얻어 냈을 때의 느낌은 매 한가지며 그런 선수들을 볼 때에 회장으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반대로 회장이자 체육인으로 아쉬움을 느낄 때도 있다. 단체운동이든 개인운동이든 운동경기에서는 늘 언쟁과 시비가 생기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서로 배려하고 이해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룰을 잘 따르지 않아 체육인답지 못한 모습을 볼 때, 창피하고 안타깝다고 한다. 체육회를 이끌어가는 수장으로서 그는 경기 때뿐만 아니라 사는 동안 어떤 상황에서도 룰은 꼭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그는 어떤 일을 결정할 때 심사숙고한다. 하지만 결론이 나면 아무도 말리지 못한다. 바로 실행하고 만다. 자기주장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집이 세다는 소리도 듣는다. 그래서 이제는 너무 남의 말을 안 들었다는 후회가 들기도 한단다.
가정보다 바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친구들에게는 더 많이 배려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그는 “남은 인생은 좋은 봉사단체를 만들어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살고 싶다‘고 한다. 걱정 없이 살려고 하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건강비결로 꼽는 그는 현재의 상황에서 만족하게 사는 것이 행복이라 말한다.
그는 “인생은 주어진 환경을 벗어나려는 시도다. 부족한 사람은 다른 뭔가를 채우려고 하고 넘치는 사람들도 또 다른 무엇인가를 채우려는 몸부림의 연속이기 때문”이란다.
체육회장은 체육인들을 위해 순수한 마음으로 봉사하는 자리라는 그의 삶의 신조는 ‘정직’과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진인사대천명’을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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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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