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나폴리스와 블루크랩 맛집을 찾아
▶ 바다와 카페가 있는 풍경
가까운 사람의 소중함을 잊고 살듯이 애나폴리스(Annapolis)는 지척에 둔 숨겨둔 보석 같은 미항(美港)이다. 삶의 정박지로 나른한 권태가 밀려올 때, 바다가 바라보이는 작은 카페에 앉아 맥주를 홀짝거리며 자신을 위로하고 싶을 때, 푸른 협해의 애나폴리스가 있다. 스무살 적의 영웅 존 레넌의 ‘이매진(Imagine)’을 들으며 떠나면 이 항구도시는 불과 1시간이면 당도한다.
더할 나위 없는 당일 코스다. 금상첨화 격으로 메릴랜드의 명물, 블루 크랩의 진미도 맛볼 수 있어 이 고도(古都)의 매력은 더 빛난다.
애나폴리스의 역사
대서양에서 들어온 체사픽 베이에 위치한 애나폴리스는 청교도들에 의해 1649년 그 역사가 시작됐다. 버지니아에 정착했다 이주해온 청교도들은 영국의 앤 아룬델 공주의 이름을 따 이 마을을 ‘앤의 도시(Annapolis)’라고 이름 지었다.
이 도시가 속한 메릴랜드의 앤 아룬델 카운티도 바로 여기서 유래한 것이다. 영국 식민지 당시부터 메릴랜드의 주도(州都)였던 이 도시는 독립전쟁 후 한때 미국의 수도가 되기도 했다. 1783년 11월부터 1784년 8월까지 채 1년도 안된 기간이었다. 현재 인구는 4만 명이 채 안 된다.
도시의 매력 속으로
이 소도(小都)는 바다와 바싹 붙어 있다.
관광 코스는 항구에서 시작해 도시의 끝 지점인 메릴랜드 주청사에 이르는 길 걷기, 해군사관학교 탐방, 옛 주 의회 의사당 견학순서가 일반적이다. 마지막에 보트 투어가 있다. 고풍스런 메릴랜드 주 청사는 항구에서 10분 거리다. 1779년 건축된 청사는 현재도 주의 대의기관으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고도(古都)의 골목길을 걷노라면 타임머신을 타고 근세 유럽의 도시로 온 듯한 기분이 든다. 벽돌로 만들어진 길 양옆으로는 1800년대의 레스토랑과 부티크 샵, 노란 꽃 액자가 걸린 선물 가게들로 가득하다. 해리슨 포드의 단골집이라는 ‘조스 스시’라는 카페도 있다. 작은 카페들은 거리 곳곳에서 여행객들을 끌어당긴다. 노천카페에서 맥주를 마시며 나른한 자세로 바다를 음미하는 여유도 즐겨볼만 하다.
메릴랜드 주 의회 의사당도 들러볼만한 곳이다. 상원의사당은 1783년부터 1년 동안 애나폴리스가 미국 수도이던 시절에 국회의사당으로 사용됐던 역사적 명소이다. 이 방에서 조지 워싱턴 장군은 1783년 12월 23일 육군 최고 사령관을 사임했다. 또 3주 후 의회는 파리 조약을 이곳에서 체결함으로써 공식적으로 혁명전쟁을 종결하고 미국을 독립국가로 선언했던 유서 깊은 곳이다.
쿤타 킨테와 해군사관학교
포구 광장에는 낯선 동상들이 눈길을 끈다. 소설 ‘뿌리’의 작가 알렉스 헤일리(1921-1992)와 아이들이다. 뉴욕 출신의 흑인 소설가인 헤일리는 1939년 해안경비대에 입대, 20년 동안 군인생활을 하며 틈틈이 글을 써서 작가로 이름을 떨쳤다. 그가 1976년 썼던 게 바로 퓰리처상을 받은 ‘뿌리’다. 그는 서부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신대륙으로 돌아올 수 없는 여행을 떠난 쿤타 킨테 같은 흑인 조상들의 삶의 궤적을 더듬으며 인간의 본성과 자유에의 갈망을 소설에 담았다. 소년 쿤타 킨테는 1767년 바로 이곳 애나폴리스 노예 경매장으로 팔려와 노예생활을 시작했다. 그런 연유로 알렉스 헤일리가 이곳에 앉아 조상들의 지난 과거사를 얘기해주고 있는 동상이 들어선 것이다.
포구에서는 해군사관학교(the U.S. Naval Academy)도 만날 수 있다. 1845년 개교한 해사는 영화 ‘패트리엇 게임스’의 배경이 되기도 한 명소. 입구 검문소에서 운전면허증을 제시하면 통과할 수 있다. 비지터 센터를 방문하면 미 해군의 역사를 알려줄 뿐만 아니라 모자, 셔츠, 책자 등 다양한 해사 로고가 그려진 상품도 살 수 있다. 박물관에는 낡은 사진, 함대 그림, 칼, 메달, 사관학교와 초기 해군 영웅의 기념품, 1898년 미서전쟁(Spanish-America War)부터 현재에 이르는 해군 역사가 전시돼 있다. 또 지하에는 영국 국립해양박물관과 함께 세계 최대의 컬렉션으로 꼽히는 17세기와 18세기 영국식 목선 모델 수집품 컬렉션이 있다. 바다의 로맨티시즘체사픽 베이(Chesapeake Bay)와 하얗게 빛나는 요트, 고풍스런 거리의 들뜸이 애나폴리스에서는 매일 무지개처럼 어울린다.
이 작은 해항으로 들어서면 멀리서 해풍이 여름바람에 실려 차창에 스며든다. 차창을 활짝 열고 골목길을 3-4분 천천히 달리면 낮은 해조음과 함께 바다가 보인다. 항구에 정박한 하얀 요트의 선단 위에 앉은 갈매기들은 향리를 떠난 이민자의 고단함을 씻어주고 서정과 그리움의 로맨티시즘을 물결치게 한다. 포구의 한가운데로 나오면 애나폴리스를 한 바퀴 도는 보트 투어가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20인승 보트는 사람들을 가득 태우고 육지 사이로 난 바다의 골짜기로 안내한다. 기슭의 아름다운 별장들은 도화경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가는 길: 495번 벨트웨이 동쪽 방면으로 가다 19번 Exit A에서 50번을 타면 된다. 약 20마일 정도를 가다 Exit 24번에서 70번 South로 빠져 애나폴리스 다운타운 사인판을 따라 가면 된다.
Harris Crab House
애나폴리스에서 베이 브리지를 지나면 바로 있는 해리스 크랩 하우스는 널리 알려진 블루크랩 전문점이다. 400석의 대형 식당에서는 다양한 요리법으로 조리한 크랩, 굴, 새우 등 신선한 해물요리들을 맛볼 수 있다. 신선하고 담백한 크랩에 홈메이드 아이스크림 ‘너티 버디스’를 디저트로 곁들이면 환상적이다. 크랩 케익은 런치 15달러, 디너는 26달러이며 랍스터는 33달러. 주소: 433 Kent Narrow Way N, Grasonville, MD 21638전화: (410) 827-9500
Cantler’s Riverside Inn
애나폴리스 인근의 이 식당에서는 체사픽 베이의 전통적인 크랩 맛을 즐길 수 있다. 크랩 케익과 굴, 새우, 랍스터, 스캘럽 등 다양한 해산물 요리가 있다. 주소: 458 Forest Beach Road, Annapolis, MD 2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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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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