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리안 아메리칸 리포트/미국 내 북한 동결 자산 몰수 시작
미국 연방법원이 ‘체이스 뱅크’가 동결한 북한 자산 몰수를 명령한 판결문.
미국 정부의 대북제재로 미국 내 금융기관에 압류 동결돼 있는 북한 자산이 처음으로 몰수됐다. 미 연방 뉴욕남부지방법원은 지난 달 15일 ‘Jp 모건 체이스 뱅크’(JPMCB)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북한 자산 4,188달러3센트를 북한 당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피해자들에게 풀어준 것으로 드러났다.
■ 일 적군파 테러 패히자들 44년 만에 첫 배상금
본보가 19일 입수한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드니스 엘 코트(Denise L. Cote) 판사는 북한 당국을 상대로 미 연방법원에서 총 3억7,800만 달러 배상판결을 받아낸 고소인들이 법정판결집행을 위해 ‘체이스 뱅크’를 상대로 제기한 ‘채권압류청구’(Petition for Turnover)에 이 같은 명령을 내렸다.
문제의 돈은 북한의 조선무역은행(Foreign Trade Bank of DPRK)이 1995년 7월3일 ‘체이스 뱅크’를 통해 ‘전산 송금’(EFT)을 시도했다가 미 재무부 산하 ‘외국자산통제국’(OFAC) 조치에 따라 은행에 의해 차단 동결된 원금 2,706달러와 그 이후 계속 축적된 은행이자이다.
코트 판사의 이번 명령은 총 4,000여 달러 규모에 불과하지만 미 연방법원에서 북한 당국을 상대로 수억 달러 규모 손해배상 판결을 받아낸 피해자들이 법률적 절차를 밟아 현재 동결돼있는 미국 내 북한 자산에서 실제로 배상금을 받아내는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특히 코트 판사가 현재 심의하고 있는 이 ‘채권압류청구’는 체이스 뱅크와 함께 ‘시티뱅크’(Citibank, N.A.), '뱅크 오브 차이나'(Bank of China), ‘에이치에스비씨’(HSBC), ‘도이치 뱅크 트러스트 컴퍼니 아메리카스’(Deutsche Bank Trust Company Americas), '스탠더드 차터드‘(Standard Chartered) 등 북한 동결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 총 7개 뉴욕 은행을 상대로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주목된다.
이들 은행을 상대로 ‘채권압류청구’를 제기한 고소인들은 이스라엘 텔아비브 로드 공항에서 1972년 5월 발생한 일본 ‘적군파’(JRA)의 무장공격 테러 사건 피해자들이다.
일본 적군파 요원 9명은 1970년 3월31일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120명이 탑승한 후쿠오카행 일본 항공기 ‘요도호’를 공중 납치해 승객과 승무원을 인질로 삼아 북한행을 요구했다.<자료 사진>
미 연방 푸에르토리코지방법원 프란시스코 베소사 판사는 2010년 8월 JRA의 로드 공항 테러를 지원한 북한에 책임을 물어 사건 당시 숨진 푸에르토리코 출신 미국인 카멜로 칼드론-몰리나의 9명 자녀들에게 각각 500만 달러와 미망인 엘라디아 칼드론 로사리아에게 800만 달러 보상적 손해배상금을 지불토록 명령했다.
베소사 판사는 또 사건 당시 부상을 입은 파블로 티라도 아얄라에게 1,500만 달러, 부인 안토니아 라미레즈 피에로에게 1,000만 달러 보상적 손해배상금을 지불토록 하고 별도로 이들 12명 피해자들에게 총 3억 달러 징벌적 손해배상금도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 피해자들 미 7개은행 상대 소송
피해자들은 이어 2011년 5월 법정판결집행을 위해 연방 뉴욕남부지방법원에 미국 내 동결된 북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 7개 은행들을 상대로 ‘채권압류청구’를 제기했다.그리고 그 과정에서 2014년 6월에는 OFAC로부터 미국 내 동결된 북한 자산 내역 정보를 입수하는데 성공했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2013년 3월 OFAC에 “북한 소유로 보고된 자산과 관련된 금융거래 기록”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는 소환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OFAC는 미 법무부를 통해 피해자들에게 “소환장이 요구하는 정보가 ‘기밀’(Confidential)로 분류돼 있어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어야만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피해자들은 “OFAC가 소환장에 응하는 조건으로 넘겨받는 정보를 기밀로 취급해 일체 대외에 공개하지 않고 오로지 해당 소송(적군파 테러 피해) 손해배상금 판결 집행을 위해서만 사용한 뒤 모든 관련 문서와 기록을 파기 한다”는 합의문에 서명한 뒤 OFAC로부터 미국 내 동결된 북한 자산 내역 정보를 넘겨받았다.
■ 북 대표하는 개인 단체 전산 송금거래 파악 몰수
피해자들은 OFAC 정보를 근거로 뉴욕 법정에서 이들 7개 은행이 동결한 북한 자산 중 북한 당국, 매체, 또는 그들을 대표하거나 대행한 개인 및 집단(회사)이 전산 송금한 금융 거래들을 파악해 몰수하는 법률적 절차를 밟고 있으며 이번 코트 판사의 4,000여 달러 판결이 그에 따른 첫 실적이다.
피소된 은행들은 앞서 지난 2월 코트 판사의 명령으로 피해자측에 제각기 보유하고 있는 북한 동결 자산 중 북한 당국, 매체, 또는 그들을 대표하거나 대행한 개인 및 집단(회사)이 직접 전산 송금한 것으로 파악했거나 추정한 구체적인 거래 내역(송금 날짜, 금액, 송금 신청자)을 제출했다.
피해자측을 대표하는 로버트 제이 톨친(Robert J. Tolchin) 변호사와 은행측을 대표하는 변호사들이 출석한 가운데 2월19일 오전 11시30분 뉴욕 맨하탄 소재 연방법원에서 열린 법정 협의회(Conference) 기록에 따르면 ‘도이치 뱅크’는 2009년 3월11일 8,000 달러, 1999년 3월31일 약 5만2,000 달러와 1만5,000 달러 상당의 전산 송금을 각각 동결했으며 이유는 당시 돈이 북한의 국영보험회사인 조선국제보험회사(Korea Foreign Insurance Company)로 보내졌기 때문이다.
‘도이치 뱅크’는 또 2009년 3월11일 스위스 ‘제네바 세계교회협의회’(The World Council of Churches of Geneva)가 전산 송금한 8,000 달러 거래를 포함해 10건의 북한 관련 추정 전산 송금을 중간에서 차단해 돈을 동결했다.
코트 판사는 이들 중 ‘조선국제보험회사’가 연관된 거래 돈은 북한 자산으로 보고 조만간 은행에 동결 금액을 피해자측에 넘겨주라고 명령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이외에도 법정에서는 ‘뱅크 오브 차이나’가 동결한 39만6,000 달러를 포함한 총 9건의 전산 송금 거래, ‘시티뱅크’가 1990년 초에 동결한 2건, ‘유비에스’(UBS AG)가 1995년 1월18일 동결한 2건, ‘스덴다드 차터드’가 1991년 12월4일∼1992년 8월26일 3차례에 걸쳐 동결한 5만2,883달러20센트 등에 대한 몰수 여부 논쟁이 일고 있다.
한편 피해자측은 연방 뉴욕남부지방법원(맨하탄)에서 진행하는 ‘채권압류청구’와는 별도로 지난 2월 연방 뉴욕동부지방법원(브루클린)으로부터 오스트리아에 본부를 둔 ‘어스테 그룹 뱅크’(Erste Group Bank AG)가 피해자측에게 북한 자산 의혹이 제기된 700만 달러 전산 송금 거래 내역 관련 자료를 제출토록 명령한 법정 판결도 받아냈다.
앤 도날리(Ann M. Donnelly) 판사의 판결문에 따르면 피해자측은 2014년 11월17일 ‘어스테 그룹 뱅크’ 뉴욕지부에 “연방 뉴욕남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채권압류청구’에서 뉴욕의 XX 은행이 동결한 700만 달러 전산 송금을 놓고 분쟁이 일고 있다. 기록에 따르면 북한 은행인 ZZ 은행이 연관돼 1994년 27일∼29일 비엔나 YY 은행으로부터 뉴욕 XX 은행으로 전산 송금한 700만 달러 거래 내역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 한다”는 내용이 담긴 법정 소환장을 보냈다.
그러나 은행이 2015년 3월16일 피해자측에 문제의 거래는 1994년에 이뤄진 것으로 “그 어떠한 의무 기록보관 기한을 모두 초과한 자료이다”는 입장을 밝히며 계속 소환장을 무시하자 도날리 판사는 2월9일 은행측에 법정 명령을 공식 전달 받은 이후 7일 이내로 피해자측의 소환장에 응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따라서 북한은 44년 전 테러 지원에 대한 금전적 대가를 앞으로 계속 미국 내에 동결된 자산을 몰수당하는 방식으로 치르게 될 전망이다.
yi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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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일 기획취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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