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악관에 날아드는 국민들의 편지, 이메일에서 손 편지까지 하루 7,000여통 답지
▶ 자원봉사자 포함 45명 전담부서에서 1차 검증
백악관엔“오바마 대통령께”로 시작되는 메일이 하루 평균 7,000통씩 도착한다. 대부분은 이메일이지만 손편지도 적지 않다. 메일 담당 백악관 스탭들이 편지들을 읽고 있다.
브렌트 브라운은 버락 오바마를 ‘미국을 배신한 거짓말쟁이’라고 욕했었다. 그런데 작년 어느날, 갑자기 재발한 궤양성 대장염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은 후 그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편지를 썼다 : 자신의 생명을 구해주어서 감사하다는 편지였다.
2009년 금융위기 당시 가족의 생계가 달린 자동차산업 붕괴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며 새로 취임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낸 13세 소녀 브리아나 레더스의 편지.
오바마 반대편 캠페인에 앞장섰던 한 공화당 백인청년이 대통령의 대표업적인 헬스케어개혁법이 바로 자신을 살려냈음을 인정하고 감사하는 브라운의 스토리는 오바마의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에 그의 유산을 정리 중인 백악관의 눈길을 끌었다.3월 초 오바마 대통령이 밀워키에서 오바마케어 홍보행사에 참석하게 되었을 때 백악관은 브라운(32)을 초청했다.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 한 브라운은 한 중학교에서 열린 행사 중 700여 청중들에게 대통령을 소개하는 역할도 맡았다.
최근 만성장염 수술을 받은 그는 대통령에게 보낸 메일에서 “당신의 법 덕분에 내가 받을 수 있었던 치료가 아니었더라면 난 지금 살아있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그러므로 세상 모든 걸 안다고 생각하며 당신에 대해 지금 후회하고 있는 말들을 쏟아 부었던 한 어리석은 젊은이가 당신에게 감사를 보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오바마는 자신에게 오는 편지들을 자신을 둘러싼 ‘대통령 직’이라는 장막을 들추고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 한 방법으로 소중히 여겨왔다. 취임 초부터 그는 하루 일정이 담긴 브리핑북에 10통의 편지를 포함시키도록 했다. 백악관이 “10 LADS”라고 부르는 하루 10통의 편지(10 letters a day)는 매일 도착하는 수천통 중에서 골라낸 것이다.
요즘 오바마는 그 편지들을 전국을 순회하며 전하는 자신의 메시지에 감동을 더해 공감대를 넓히는데 사용하고 있다. 대통령의 여행 일정이 잡히면 대통령통신담당 오피스의 디렉터인 피오나 리브스는 파일을 뒤져 그 지역에서 보내온 편지들을 찾아낸다. 그 사연이 브라운처럼 강렬할 경우 대통령은 그 지역에서에서 메일 발신자를 만나거나 그를 무대에 오르게도 한다.
“국민들의 편지는 대통령에게 전달되는 내용 중 가장 검증되지 않은 것들”이라고 리브스는 말한다. “백악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대통령에게 보낼 무언가를 쓸 경우, 대통령이 읽기 전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정확하고 적절한가를 철저히 검증한다. 그러나 국민들의 편지는 자원봉사자와 우리 스탭들이 읽고 괜찮다고 생각되면 곧장 대통령의 책상에 올려진다”
최근 어느 목요일, 약 7,000통의 “오바마 대통령께” 메일이 백악관에 도착했다. 그중 70%는 이메일이다. 리브스와 그녀 부서의 45명 스탭들이 읽는 메일들의 일부 토픽은 학자금 대출, 이민과 총기폭력 등 고정적이다. 코넥티컷 주 뉴타운의 초등학교 교실 총기난사 등 대형사건 발생 후엔 메일 분량이 엄청나게 증가한다. 파리 테러나, 정부폐쇄,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합법화와 오바마케어 합헌 판결등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이 같은 보통사람들의 편지를 오바마 대통령은 생생한 민심을 읽고 정책을 결정하는데 자주 활용한다.
“많은 경우 어떤 이슈에 대해 말할 때 추상적으로 숫자통계로 설명하는 것이 훨씬 쉽지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한다”고 오바마의 디지털 전략 오피스의 제이슨 골드먼 디렉터는 말한다. 그의 부서에선 대통령의 메시지를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전하는데 이 편지들을 활용한다. “편지의 개인 사연들은 어떤 이슈를 쉽게 이해시킬 수 있는 공감의 지름길인 셈”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네브라스카 주 파피용에 거주하는 한 고교 영어교사 리사 마틴은 한 밤중 대통령에게 편지를 썼다. 기후변화의 위협 때문에 새로 태어난 자신의 아들의 미래에 대해 엄마로서 그녀가 느끼는 두려움과 슬픔에 관한 내용이었다. 지난 1월, 오바마 대통령이 그 지역 한 스태디엄에서 8,000명 청중들에게 연설하기 전 찾아간 곳은 마틴의 집이었다.
몇 주 후 오바마의 디트로이트 연설장소엔 브리아나 레더스가 참석하도록 백악관은 미리 연락해 두었다. 미시간 주 스털링하이츠에 거주하는 레더스는 2009년 신임대통령 오바마에게 도산직전의 자동차산업에 생계를 의존하는 가족들의 두려움과 근심을 편지로 써 보낸 13세 소녀였다.
“난 미시간에서 우리 가족의 내일을 걱정하고 있는 13세 아이입니다”라고 동글동글한 글씨로 써내려간 레더스의 편지는 중북부를 휩쓴 자동차산업지대 근로자들의 두려움과 좌절을 생생하게 담고 있었다.
이제 커뮤니티 칼리지 대학생이 된 레더스가 참석한 지난 1월 디트로이트 연설장에서 오바마는 성공적인 자동차산업 구제정책에 대해 이야기 했다. 골드먼 오피스의 권유로 보낸 레더스의 최근 메일에는 대통령의 이런 노력에 그녀가 어떻게 도움을 받았는가의 사연이 담겨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작고한 에드워드 케네디 연방 상원의원의 메일 분류 업무를 시작으로 정치 커리어를 쌓아온 오바마 대통령 연설문 작성자 코디 키넌은 대통령의 메시지를 초안할 때 국민의 편지를 많이 참조한다고 말했다. “나도, 대통령도 모든 사람의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니까 편지를 통해 다른 사람의 삶을 접하게 되는 것이지요.”
국민들의 편지를 소통의 방법으로 활용한 대통령이 오바마가 처음은 아니다. “대통령들은 오래전부터 국민들과 개인 편지에 대답해왔다고 브루킹스 연구소의 윌리엄 갤스턴은 말한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편안한 차림으로 난로가에서 시도한 노변정담도 같은 맥락의 시도라 할 수 있다. “당시의 미국민들은 마치 대통령이 자기 집 리빙룸에 와 있는 듯 느낀다고 했었습니다”브렌트 브라운은 자신이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의 답장을 받을 것으로는 전혀 예상하지 않았다. “마치 산타클로스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답장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지요”그는 미래의 공화당 대통령이 오바마케어법을 폐지할까 너무 걱정된 나머지 위험이 덜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약물치료법 대신 결장제거 수술을 택했다고 털어놓았다. 오바마케어 이전의 헬스케어가 더 좋다고 하는 사람의 말을 자신은 이제 “절대 믿을 수가 없게 되었다”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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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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