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 뒤에 점 세개 있어”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
▶ 타고난 바둑 DNA, 가족들 단수 총합 39단

이세돌 9단이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가 열린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동갑내기 아내 김현진(33)씨와 외동딸 혜림(10)양과 함께 한 모습. <연합>
가히 ‘이세돌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세기의 대결을 펼치며 초반 3판을 내리 졌지만 불굴의 의지와 뚝심, 승부사적 기질로 4번기에서 보란 듯이 이기며 인간승리의 감동을 일깨워 준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33) 9단에 관심과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인류를 대표해 인공지능 알파고와 외로운 싸움을 벌이며 바둑계를 넘어 ‘영웅’으로 떠오른 이세돌 9단의 면면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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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돌이 목 뒤에 점 세 개가 있어요. 비금도에서 난 돌 세 개…. 그래서 세돌이래요."
이세돌 9단의 스승인 권갑용 8단은 "이세돌은 바둑을 둘 때 특유의 기운을 내뿜는다. 어릴 때 굉장히 영기가 강한 아이였다"며 이같은 일화를 소개했다.
전라남도 신안군 비금도의 초등학교 교사였던 이세돌의 아버지 고 이수오씨는 바둑에 조예가 깊었다. 아들의 목 뒤에 삼각형으로 찍혀 있는 점 세 개를 보고 바둑돌이 떠올랐는지 세돌이라는 이름이 잘 어울린다며 만족해했다고 한다.
■비금도 출신 바둑 천재
1983년 3월2일 태어난 섬 소년 이세돌은 5남매 중 막내로 바둑 집안에서 자랐다. 이세돌 9단의 바둑 DNA는 타고났다. 프로와 아마를 불문하면 가족들의 총 단수가 39단이다. 부친 고 이수오씨는 프로 기사와 4수를 접고 두는 아마 5단의 실력자였다.
아버지에게 바둑을 배운 5남매 가운데 큰형 이상훈(41)씨가 프로 9단이고, 작은 누나 이세나(38)씨는 아마 6단으로 현재 '월간 바둑'의 편집장이다. 나머지 2형제는 현재 바둑계에 몸을 담고 있지 않지만 첫째이자 큰 누나인 이상희씨는 아마 5단으로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했고, 넷째이자 작은형 이차돌씨는 역시 아마 5단으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했다.
5세 때부터 바둑을 배운 이세돌은 8세 때 아버지의 실력을 뛰어넘게 되자 서울로 바둑 유학을 하게 된다. 스승 권갑용 8단은 어린 이세돌을 떠올리면서 "하수와 두는 것은 별로 안 좋아했다. 당시 1인자 이창호가 도장에 놀러 왔을 때 '이세돌과 한 판 둬 줘라'라고 부탁했는데, 이세돌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세돌은 12세인 1995년 7월2일 입단했다. 그리고 그해 제7회 동양증권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예선에서 최창원 5단(당시) 꺾고 첫 승을 거뒀다.
■뚝심과 반항아 기질로 바둑계 석권
이세돌은 정규 승단대회를 통해 16세이던 1999년 3단으로 승단했다. 그러나 대국료도 없이 별도로 연간 10판씩 소화해야 하는 승단대회는 '실력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판단, 그 이후로 대회에 참가하지 않는 뚝심을 보였다.
2000년에는 32연승을 달리면서 당해 최다승·최다연승을 기록, '불패소년'으로 주가를 높였다. 뛰어난 실력에도 고집스럽게 3단에 머무는 그를 보고 바둑계는 "반항아"라며 비판하기도 했지만, "용감한 신세대"라고 응원하기도 했다.
결국 보수적인 한국기원이 움직였다. 2003년 1월 이른바 '이세돌 특별법'이라는 제도개혁에 나선 것이다. 일반기전을 승단대회로 대체하고 주요 대회 우승 때 승단을 시켜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
그 직후부터 이세돌은 날개 돋친 듯 상승세를 탔다. 2003년 3월, 그는 LG배 세계기왕전에서 1인자 이창호 9단을 꺾고 우승하며 세대교체를 선언했다. 3단도 6단으로 뛰어올랐다.
같은 해 5월 KT배 준우승으로 7단이 된 이세돌은 7월 제16기 후지쓰배 2년 연속 우승에 성공하며 가장 높은 9단으로 승단했다. 스무살의 나이로 입단 8년만에 '입신'(入神) 경지인 9단에 오른 것은 한국기원 최단 기록이다.
이때부터 '이세돌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자신이 없어요. 질 자신이" 등 흔히 '이세돌 어록'으로 회자되는 말도 이렇게 승승장구한 시기에 나왔다.
■전성기에 돌연 휴직계도
이세돌은 2007∼2008년 연속 상금왕에 오르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리고 또 한 번의 파문을 일으켰다. 2009년 5월 프로기사회가 한국 바둑리그 불참을 선언한 자신에게 징계 의사를 비추자 7월 한국기원에 '휴직계'를 제출한 것이다.
1인자가 활동중단을 선언하고 잠적하자 바둑계가 발칵 뒤집혔다. 이전에도 이세돌의 강한 개성에 종종 마찰을 빚던 한국 바둑계는 이세돌이 한국리그에 불참하고 중국리그에는 출전하겠다고 하자 프로기사회는 총회를 열고 '무엇인가 조치를 해야 한다'는 결정을 한국기원 이사회에 상정했다. 이에 이세돌은 반발해 휴직이라는 강수로 맞섰다.
이후 한국기원과 대화를 통해 1년반만인 2010년 1월 복귀를 결정한 이세돌은 이후 24연승을 거두며 다시 상승세에 올랐고,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세계 최고수이자 휴머니스트
그런 그에게 최대의 도전이 찾아왔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의 도전이다. 지난 9일 시작한 대국에서 예상과 달리 그가 3연패에 빠지자 세상은 '인공지능의 습격'이라며 큰 충격에 빠졌다.
그러나 그는 기어코 제4국에서 알파고의 항복을 받아내는데 성공하며 '인간 승리' 감동을 주고 다시 세상의 중심에 섰다.
이세돌은 알파고와 '세기의 대국'을 앞두고도 가족을 챙기는 '휴머니스트'이기도 하다. 알파고 대국 직전인 지난 6일 중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벌써 결혼 10주년"이라며 면세점에서 동갑내기 아내 김현진(33)씨를 위한 화장품을 잔뜩 사고, 캐나다에서 공부하던 딸 혜림(10)양과 다시 만난다며 기뻐하는 '딸 바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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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실력 증명한 알파고, 다음 도전은 ‘스타크래프트’
알파고가 세계 최고수 이세돌 9단과의 5판 세기의 대결에서 승리를 거두며 인공지능의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바둑을 점령했다. 인간계 대표로 출전한 이세돌 9단의 패배에 사람들은 아쉬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알파고의 다음 도전 분야로 점쳐진 게임 '스타크래프트'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알파고를 만든 구글은 왜 하필 스타크래프트를 지목했을까.
게임 업계에 따르면 스타크래프트는 바둑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경우의 수를 실시간으로 계산해야 하는 판단력은 물론이고 키보드와 마우스를 활용한 정교한 조작(컨트롤) 능력까지 필요로 하는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3개의 종족(테란·저그·프로토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게임하는데 채취한 자원을 기반으로 만든 각종 유닛으로 전투를 치르게 된다.
관건은 모든 전략의 판단과 조작이 '실시간'으로 한꺼번에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스타크래프트에서만큼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기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과거 정상급 프로 선수들이 치열한 전투를 펼치는 도중에 키보드 자판과 마우스를 클릭하는 횟수는 초당 수십 번에 달했다. 모든 판단과 이를 수행하는 물리적 조작이 쉴 새 없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에 반해 바둑은 일정 시간의 여유가 있는 턴제(한 명씩 돌아가며 경기하는 방식)로 운영된다. 1,200개의 컴퓨터 두뇌를 갖춘 알파고가 인간을 능가하는 기억력과 경험에 판단력과 논리력, 거기에 직관력까지 갖췄으니 바둑은 이제 지려야 질 수 없는 게임이 돼버렸다.
상대의 전술을 내다볼 수 있는 바둑과 달리, 스타크래프트는 특정 유닛을 보내 정찰을 하지 않는 이상 상대 전략을 알 수 없다는 점도 중요한 차이점이다.
추형석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수학 이론으로 봤을 때 바둑이 이산적(Discret)이라면 스타크래프트는 연속적(Continuous)"이라면서 "스타는 시시각각 변수가 튀어나오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실시간으로 일일이 대응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의 명령을 수행할 로봇이 인간만큼 빠르고 세밀하게 키보드와 마우스를 조작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반도체 분야에 배치된 로봇들이 비교적 정교함을 자랑하기는 하지만 인공지능의 명령에 초당 수십 회에 이르는 속도로 스타크래프트에서 말하는 이른바 '마이크로 컨트롤'(미세 조작)을 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물리 조작 없이 인공지능의 전산 입력만으로 사람과 스타 대결을 펼친다면 무조건 인공지능의 승리"라면서 "인간과 기계 간 스타대결이 펼쳐지려면 인공지능의 명령을 수행하는 로봇이 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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