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사하지만 음산한 분위기의 개성 강한 ‘악역’ 물오른 연기
▶ 30대 후반에 찾아온 전성기... ‘소원’서 못 이룬 연기상 욕심
[경성학교:사라진소녀들’ - 엄지원]
결혼을 하면 예뻐진다는 말이 딱 들어맞았다.
영화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감독 이해영, 제작 청년필름, 비밀의 화원, 이하 경성학교)의 개봉을 앞두고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배우 엄지원은 활짝 핀 장미꽃처럼 미모가 만개해 있었다. 일에서나 가정에서나 인생 최고의 순간에 올라와선지 입가에선 환한 미소가 사라지지않았다.
‘경성학교’ 속화사하지만 음산하면서가시가 날카로웠던교장의 잔상을 찾을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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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학교’는 1938년 경성의 기숙학교에서 사라지는 소녀들, 이를 한 소녀가 목격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미스터리물이다. ‘여고괴담’시리즈와 유사한 공포물로 보였으나 충격적인 결말부 때문에 최근 충무로에서 제작된 영화 중 가장 독특하고 개성이 넘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엄지원이 연기하는 비밀을 간직한 기숙학교의 총책임자인 교장은 강렬한 반전을 숨긴 인물. 겉으로는 학생들에게 다정다감하지만 내면엔 엄청난 욕망이 꿈틀거리는 악역이다. 엄지원은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탄탄한 연기력으로 베일에 싸인 인물을 훌륭히 소화해낸다. "정말 힘든 캐릭터였어요. 마지막 반전에 힘을 주기 위해 철저히 계산을 하고 연기했어요. 어떻게 걸을까. 어떤 식으로 속삭일까 고민을 거듭했어요. 제가 연기하기에 친절한 시나리오가 아니니까 저 혼자 많은 부분을 상상하고 이해하며 인물을 만들어 갔어요. 우리말과 일본어를 양날의 검처럼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본어 공부에 공을 진짜 많이 들였어요. 외모도 완벽히 풀세팅된 느낌을 유지하느라 고생했죠. 헤어와 메이크업에 3시간 정도 걸려 다른 사람들보다 아주 일찍 촬영장에 도착해야 했어요.”
엄지원은 전작 ‘소원’으로 여러 영화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면서 30대 후반 늦은 나이에 전성기에 돌입하고 있다. ‘경성학교’가 차기작이기에 더욱 많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 비중은 소녀들 박보영과 박소담에 비해 다소 작다. 그러나 존재감은 남다르다. ‘소원’에서 못 이룬 영화제 연기상을 노릴만하다. 엄지원은 출연 결정을 내릴 때 출연비중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말했다.
“영화에 계속 나오는데 얼굴이 기억이 나지 않은 주연배우보다 비중은 적어도 존재감있는 역할이 더 매력적이에요. 늘 ‘달콤한 인생’의 황정민 선배님 같은 비중은 작지만 미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런 가운데 ‘경성학교’의 교장을 만나게 된 거죠. ‘관상’의 이정재 선배의 강렬함과 케이트 블란쳇의 우아함을 살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상은 조연상이라도 주시면 감사하겠지만 그보다 흥행이 잘 됐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봐야 제 연기가 평가를 받을 수 있잖아요. 현재 포스터나 예고편 보면 제가 뭘 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어요.(웃음)”
영화는 초반부 일제시대 암울한 분위기에서 소녀들의 우정을 주로 다루다가 중반부 이후 상상치 못한 결말을 향해 간다. 아무리 배우라도 시나리오를 읽고 쉽게 공감하기 어려웠을 터. 엄지원은 4년 전 ‘페스티벌’에서 호흡을 맞췄던 이혜영 감독에 대한 신뢰감에 모든 걸 맡겼다. 촬영 전 이야기와 인물에 대한 동화과정을 거쳐서 촬영에 들어갔다. "시나리오가 정말 재미있었어요. 장르를 뭐라 정의할 수 없지만 새롭고 창의적인 부분이 심장을 뛰게 했어요. 촬영 전 감독님과 전 출연진이 모여서 역할에 대한 동의의 시간을 가졌어요. 연기하는 배우들이 믿지 못하고 연기하면 관객들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정말 이혜영 감독님은 대단한 분이세요. 완성된 영화를 보고 감탄했어요. 100kg 가까이 되는 체구의 남자가 어떻게 소녀들의 감성을 그리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지 정말 놀랐어요.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대될 정도예요. 오늘 인터뷰 전 점심을 같이 먹었는데 어서 차기작 만들라고 채근했어요. 이렇게 충성을 다했는데 그때도 불러주시겠죠?(웃음)”
결혼 후에도 쉬지 않고 이어지는 일 때문에 엄지원은 신혼의 재미를 느낄 틈이 없다.
그렇게 바빠선지 저절로 다이어트가 돼 미모가 더해가고 있다. 엄지원은 결혼 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없다는 것”을 꼽았다.
“촬영을 힘들게 하고 집에 들어가면 청소부터 해야 해요. 남편이 안 도와줘서가 아니라 청소를 제가 더 잘하기 때문이에요. 남편이 어질러 놓은 거 치우고 이것저것 집안일 하다보니 잠잘 시간이 항상 부족해요. 그러다보니 살이 쪽 빠졌어요. 아이요? 아이는 좀 더 나중에 가질 생각이에요. 아직은 일을 좀 해보고 싶고 두 사람 다 여행을 좋아해서요. 작품은 밝은 것 좀 하고 싶은데 계속 어두운 작품들이 들어오네요. 저도 메이저 것도 잘할 수 있어요. 대중과 많이 호흡을 할 수 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이제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가 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최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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